EHT 국제 공동 연구팀이 공개한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편광 영상 / 사진 = 한국천문연구원
EHT 국제 공동 연구팀이 공개한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편광 영상 / 사진 = 한국천문연구원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지난해 60대 이상 자영업자 수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은퇴할 시기가 넘어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칫하면 은퇴자금을 허무하게 날릴 수도 있는 생계형 시니어 창업은 위험하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늘어난 20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고령층 자영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18년과 비교하면 29.2% 증가했다

60세 이상의 구직활동도 크게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올라온 신규 구직 건수(477만6288건) 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20.1%(95만9602건)에 달했다. 

구직활동이 가장 활발한 20대(24.0%)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1월에는 60세 이상 신규 구직 건수가 13만9000건(27.4%)로 20대의 11만6000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물가인상, 특히 삶의 질 악화를 유발하는 공공요금이 인상이 두드러지면서 은퇴생활을 포기하고 일을 찾게 만든 것이다.

◆ 시니어 창업 증가와 생존률 급감···임금피크제 확대가 기폭제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한 피고용인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금융계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공식적으로는 신용보증기금이 2003년 7월 1일 '일자리를 나눈다'라는 취지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이 첫 사례다.

박근혜정부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015년 8월 27일 노사합의 및 이사회를 통해 전문 계약직을 제외한 전직원을 대상으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확대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이 제도는 1998년의 IMF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 대신 선택한 궁여지책이었는데 아직도 노동자에게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임금피크가 한창 확대된 2016년부터 시니어창업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머니투데이는 2017년 6월 18일 '한국, 노인창업이 청년창업보다 더 많아진 나라'보도를 통해 창업후 생존률이 낮은 시니어 창업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에는 1만3561건 수준의 시니어창업이 2011년에는 39세 이하 청년창업을 넘어서고 2016년에는 3만3639건으로 40대 창업에 근접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40대창업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시니어 창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272곳의 기업체 인사관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연령이 55.7세로 조사됐으며 석유화학은 50세, 조선업은 50.6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니어창업의 증가세와는 반대로 생존률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50대 창업가의 창업후 생존률은 2012년 35.9%에서 2014년 30.5%로 급감했으며 60대 창업가는 2008년 36.8%에서 2014년 27.8%로 9%포인트나 급감했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를 맞으면서 창업기업 생존율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창원시 마산 합포구)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에 13만 8993개에 달하던 신규창업은 2022년 17만3022개로 급증했다.

50대 창업가의 경우 1년 생존률이 65.4%로 나타나지만 5년 생존률은 27.2%로 나타났고 60대 창업가는 1년 생존률이 60.8%, 5년 생존률은 23.7%에 불과했다.

◆ 시니어창업 최악의 선택은 요식업···외식문화 변화와 미각 저하

특히 요식업은 더 위험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뀐 외식문화로 매출이 급감하고 노화가 미각 기능을 현저히 저하시키기도 한다.

한경닷컴의 지난 1월17일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에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데이터를 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1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전국 폐업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서울의 폐업률이 심각하다. 서울은 트렌드에 민감한 지역이면서 임대료 부담이 높아 타지역에 비해 폐업률이 더 높긴하지만 지난해의 폐업률12%는 2005년(12.7%)이후 처음이다.

서울 압구정로데오 맛집거리에서 6년간 꼬치집을 운영한 정준하씨도 “영욕의 시간을 이제 마무리한다"라며 폐업 소식을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외식 비용부터 줄이는데, 그러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다"며 "가뜩이나 외식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팬데믹부터 밀키트와 같은 외부 경쟁 요인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을 맞은 후에도 외식을 줄였던 소비자 행동 패턴이 굳어지는 양상이 보인다"며 "한번 바뀐 소비자 행동은 상당 기간 유지된다. 당분간 외식 수요가 회복되긴 힘들 것으로 보여 외식업 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화에 의한 미각의 둔화도 시니어창업가들의 요식업 창업을 말리고 싶은 이유다.

서울삼성병원의 '활기찬 어르신 영양-나이가 들수록 짜게 먹는 이유!'를 살펴보면 노화로 인한 신체변화로 50대 이후부터 미각의 저하경향을 보이며 남성의 경우 더 심각하다고 한다.

17~18세와 비교해 60~80세는 쓴맛의 역치는 50%, 짠맛의 역치는 25%, 신맛의 역치는 10% 단맛의 역치는 5%가량 상승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에 비해 25% 소금을 더 넣어야 짠맛을 느낀다는 것이다.

노화 외에도 약물사용(21.7%), 아연결핍(14.5%)구강질환(7.4%), 전신질환(6.4%) 등이 미각 저하의 원인이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등의 질환은 미각 저하에 더 영향을 준다.

본인은 굉장히 맛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손님들의 입맛에는 너무 짜거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당은 특히 폐업을 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高(고)매몰비용 사업이다.

식자재는 버려야만 하고 식기나 조리기구는 신품의 10~15% 수준으로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 망했기 때문에 권리금도 챙기지 못하고 임대 계약금이 남아 있더라도 원상복구를 하게 되면 수중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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