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 / 사진 = 손흥민 선수 SNS 갈무리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 / 사진 = 손흥민 선수 SNS 갈무리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이강인 선수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 선수에게 사과를 하고 손 선수도 이를 받아줬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선수의 글에서 변명은 한 줄도 없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토트넘)에게 사과했고 손흥민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다.

이 선수는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라면서 "배려와 존중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선수도 21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겨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나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그러나 팀을 위해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게 주장의 본분 중 하나란 입장이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저는 팀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는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손흥민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표팀 내 파벌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표팀 내 편 가르기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며, 우린 늘 한 곳을 바라보며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번 계기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혜승(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 소식에 "원래 사람은 갈등과 충돌에 함께 분노하지만 화해라는 결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수들간의 헤프닝을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행태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 일이 처음 보도된 곳은 이른바 옐로우저널리즘이라 불리는 영국의 유명한 타블로이드지였다.

매우 자극적인 문체와 확인이 어려운 가십을 자주 보도하는 매체로 현지에서도 황색 매체로 분류되는 곳의 보도였지만 국내 매체는 사실 확인에 앞서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받아쓰는데 열중했다.

심지어 매체의 보도를 베끼는 것을 넘어서 엄격한 유교적 잣대로 어린 선수가 선배 선수에게 반기를 들었다며 '하극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기획적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쏠린 비난의 포커스를 두 어린 선수들에게 돌렸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 언론계에서 일어난 하극상 살인사건···지병으로 죽었다더니 CCTV로 들통나

이 '하극상' 때문에 떠오른 사건이 있다. 바로 언론사에서 있던 한 살인 사건이다.

국내 유력 일간지인 이 회사의 기자들은 지난 2017년 4월 22일 새벽 시간에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음주를 동반한 식사를 하다가 싸움이 일어났다.

문화부 소속의 당시 53세의 기자가 46세의 편집국 기자에게 폭행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53세의 기자는 같은날 오후 4시 15분경 간장 파열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틀 뒤인 24일 1차 검사 후 외부 충격에 의한 간파열 소견이 나오자 경찰은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 받았으며 25일 피해자는 사우장을 치렀다.

당시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에 따르면 CCTV 영상을 통해 유가족들은 피의자가 쓰러진 피해자를 발로 걷어차며 공격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한다.

상황은 이 일간지의 한 기자가 다른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에게 해당 사건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더욱 악화됐다. '언론 카르텔'이냐는 대중의 비난에 여러 매체들이 사건을 자세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메다 꽂거나 질질 끌고 다니는 등 잔혹한 폭행을 가했지만 이 신문사는 부고를 전하면서 사망 원인조차 적지 않았다가 비난을 받으며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다. 

더욱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가해자가 사과 대신 툭 쳤는데 지병인 간경화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피의자의 변명이었다. 

폭행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과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측의 변명을 따라하느냐는 비난이 일었다.

이 사건이 있었던 언론사 역시 두 선수에 대한 해외 타블로이드 지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썼다.

왜 우리 언론에서는 동종업계의 비극이니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일은 있어도 해외 황색매체의 보도이니 확인부터 해달라는 주문은 없었는지 씁쓸하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