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제석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로운넷 = 최봉애 기자

이건희 컬렉션 중 근대 불교 회화 3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2021년 기증된 '제석천',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불화 밑그림'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 2층 불교 회화실에서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제석천’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天如)(1794~1878)가 1843년에 그린 것으로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은 파도 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으로, 1854년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道詢)이 그렸다.

'불화 밑그림'은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옥졸·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렸다. 시왕도나 지장보살도, 감로도 등을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보이며, 근대 불화승의 일상적인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와함께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 총 23건 37점도 선보인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근대기 불교 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회화 제작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이 시기에 새롭게 도입된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아들여 독특한 표현 양상을 보인다.

고산 축연(古山竺衍,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활동)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의 등장인물들은 얼굴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 표현에 서양화의 음영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표현했다.

또 축연은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 그림 안의 족자에 자신의 당호 '혜산(蕙山)'을 적어 넣었다.

일반 문인화가처럼 개인의 이름을 남기는 것은 전통적인 불화 제작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는 축연이 승려 장인이면서도 자신을 예술 창작 주체로서 인식하고 개성을 표현한 모습으로 해석됐다.

이 전시에서는 화승들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초본이 함께 전시된다. '인물 밑그림'은 마곡사파 화승 금호 약효(錦湖若效)의 작품으로, 화면 위쪽에 “약효가 초를 내다”라고 적혀 있다.

불화 초본을 제작할 때 바탕천을 위에 덮고 베껴 그릴 수 있도록 필선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에 비해 이 그림은 가는 붓으로 자유롭게 그린 필선을 보여, 일상적인 연습이나 제자에게 그려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꼼꼼히 그린 초본도 함께 선보인다.

'불화 밑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불화 밑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은 서울 경국사에서 60여년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경 보현(寶鏡普賢, 1890~1979)의 작품이다.

이 초본은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백(白)', '황(黃)', '진홍' 등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자세히 적어 넣어, 이후의 작업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해 자수 불화의 초본으로 그려진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을 둘러싼 위상과 환경도 변화하는 시기였다"라며 "근대의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미술 조성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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