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옥중에서 숨진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시베리아 북부 살레하르트 마을 병원에 안치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현지시간으로 18일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 말을 인용해 나발니의 시신에 멍 자국들도 발견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나발니 몸의 멍 자국들은 경련과 관련 있다"라며 "다른 사람들이 경련을 일으킨 사람을 붙잡았을 때 경련이 너무 강하면 멍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또한 "나발니의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흔적"이라며 "교도소 직원들은 나발니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아마도 심장 마비로 숨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나발니가 독살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격렬한 경련은 신경독 중독의 대표적 증상이기 때문이다.

2018년 니발니 /출처=르몽드(로이터)
2018년 니발니 /출처=르몽드(로이터)

◆ 다시 불거지는 암살의혹···과거에도 노비촉 공격을 당한 나발니

나발니는 과거에도 독살시도를 당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8월 20일에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진 니발니는 독일의 병원으로 옮겨진지 18일만에 깨어났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브로노 칼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은 지난주 비공개회의에서 독일 정부의 조사 결과 나발니에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 노비촉에 대해 "독성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독극물 성분이 더 복잡해지고 새로워졌다는 것은 러시아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슈피겔은 평가했다.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독일 정보당국은 애초 러시아 정보요원이 나발니를 공항이나 여객기 안에서 사망하도록 독극물 공격을 했을 것으로 봤다. 나발니를 태운 여객기가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착륙하고 곧바로 병원에서 해독 치료를 받아 생명을 건졌다는 게 독일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독극물을 부인했지만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 나발니는 어떤 인물···통합러시아당을  '사기꾼과 도둑놈들의 정당'으로 부른 야권인사

1976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나발니는  '미래의 러시아(Россия будущего)'라는 정당을 이끌며 장기집권 중인 통합러시아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토령에게 위협적인 정치인이 됐다.

2011년 2월, 나발니는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러시아를 '사기꾼과 도둑놈들의 정당'이라고 부르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사기꾼과 도둑놈들'이라는 말은 인기를 얻어 통합 러시아의 별명이 됐다.

2011년 러시아 총선 사태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민주화에 대한 연설을 하는 것으로 그 존재감을 확실히 대중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이는 푸틴 정권이 그를 본격적으로 예의주시하고 경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3년 지방선거에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하였지만 27%의 득표율을 얻으며 낙선했다. 이후에도 러시아의 공기업과 고위공직자들의 부정 부패를 폭로하며 반부패시위를 주도했다.

러시아 선관위에 의해 출마가 봉쇄 됐지만 러시아 선거판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나발니는 지난 2019년 지방선거에서 모스크바 의회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선관위에 막혀 출마하지 못했지만 강한 영향력을 보이며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

그는 출마가 불가능해지자 타 야당을 찍어달라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당부했고, 그 결과 모스크바 의회 선거에서 러시아 연방 공산당, 공정 러시아, 야블로코당 등 타 좌파 성향 야당이 약진한 동시에 통합 러시아의 의석수가 크게 줄어 통합 러시아는 사실상 패배를 당했다.

2014년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38석을 차지했던 통합러시아당이 2019년 선거에서 25석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야당인 러시아연방공산당이 13석, 야블로카(사과)당이 4석, 공정당이 3석으로 전반적으로 야당이 약진하는 결과가 나왔다.

2018년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야당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되었던 하바롭스크 주 의원선거에서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자유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의 투표율 25.5% 보다 높은 34.7%의 투표율에 힘입어 56.1%의 지지율로 주 의회를 장악했으며 하바롭스크 주의 두번째 도시인 콤소몰스크 나 아무르 시의 시장선거에서 자유민주당 후보가 55%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바롭스크 주 전체가 자유민주당 깃발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이변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공화국 선거에서 자유민주당과 러시아연방공산당의 지지율이 높아졌으며 마리엘공화국과 알타이공화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부터 나발니에 대한 탄압이 가족들에게까지 확산돼 2020년  3월에 나발니의 가족과 부모의 계좌가 정부에 의해 강제로 동결됐다.

2022년 3월 22일, 러시아 법원은 나발니에게 제기된 거액 사기와 법정 모욕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9년 징역형과 함께 120만 루블(약 1,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뒤이어 8월 16일, 나발니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노동조합 결성을 권유하다가 러시아 당국이 그에게 가석방 조건 위반과 사기, 법정 모욕의 혐의를 추가시켜 징역 11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19년으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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