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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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설 연휴를 지내는 근로자들의 시름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건설경기 불황 등으로 건설업 체불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올해 특별근로감독 강화 등 임금체불 근절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실효성이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72억원)보다 32.5%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19년 1조7217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체불액은 2019년 정점을 찍은 후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1조5830억원, 2021년 1조3505억원, 2022년 1조3472억원으로 감소 추세였다.

체불 피해 근로자도 27만5432명으로, 전년(23만7501명) 대비 16.0% 늘었다.

지난해 체불액이 다시 치솟은 데에는 금리인상 여파와 건설경기 침체, 사업주의 인식 결여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증가 등 여파로 건설업의 체불액이 4363억원으로 전년(2925억원) 대비 49.2% 급증했다.

이는 전체 체불액의 24.4%를 차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취업자 대비 건설 근로자 비중(7.8%)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 체불액 비중은 2020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 외에도 대다수 업종에서 체불액이 늘었으며 체불액 비중은 제조업(30.5%), 도소매·숙박업(12.7%) 등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체불액의 74.1%가 발생했고, 300인 이상이 가장 큰 폭(65.1%)으로 증가했다.정부는 지난해 5월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및 정부지원 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재산 은닉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추석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임금체불 엄단 등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대국민 담화문'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소액이라도 고의로 체불한 사업주는 정식 기소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임금체불 관련 구속수사는 2022년 3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3.3배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는 게 정부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임금체불 증가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와 관련해 "임금체불은 경제적 요인 못지 않게 임금을 경시하는 문화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퍼져 있는 체불 불감증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근절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 성남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 성남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대상 대폭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구조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올해부터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가 50명 이상, 피해 금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체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면 최근 1년치의 문제 사항을 점검하는 통상의 근로감독과 달리 최대 3년치를 들여다보게 된다. 또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사법 처리한다.

아울러 재직 근로자 익명 신고, 다수·고액 임금체불 신고사건 등을 바탕으로 고의·상습 체불의심 사업장 300여곳에 대한 집중 기획감독도 실시할 방침이다.

다만 노동계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와 대책을 통해 임금체불 청산과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신속히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합의를 종용하게 하는 임금체불의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고, 체불 사업주에게 강력한 처벌과 부과금을 물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강력한 처벌 조항과 법 집행에 나서는 것은 물론 반의사 불벌죄 폐지와 악덕 사업주에 대한 이행 강제금 제도 도입, 임금체불 소멸시효 연장, 명단공개 실효성 강화, 징벌적 배상제 마련 등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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