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 장례가 치러졌다.
지난 17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 장례가 치러졌다.

텅 빈 영정 액자가 4평 남짓한 빈소를 홀로 지켰다. 3시간 남짓한 장례를 마치기까지 무연고 사망자 이모씨의 빈소는 찾는 발걸음 하나 없이 내내 고요했다.

21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숨지거나 변사체로 발견된 고인 중 무연고자 혹은 연고자가 있지만 알 수 없는 경우 또는 부모가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 서울시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해 서울시립승화원에서 공영 장례를 치른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 장례에서는 유족이 없는 경우 시가 지정한 곳에서 봉사자의 짧은 추모 형식을 거쳐 화장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유일한 이는 시민 봉사자뿐이었다. 4년 전부터 이곳을 찾은 봉사자 김소희(24)씨는 이날 유가족·지인이 찾지 않은 무연고 사망자 이씨의 상주를 맡았다. 김씨는 자신이 상주를 맡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했다.

김씨는 텅 빈 액자가 놓인 빈소를 보면서 "오늘은 두 분 다 영정 사진이 없다. 이런 경우 이분들이 어떤 생을 살았을지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장례를 주관하는 서울시립승화원 관계자도 "영정 사진이 없으니 허전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 장례가 치러졌다. 사진은 헌화를 하는 한 장례지도사.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 장례가 치러졌다. 사진은 헌화를 하는 한 장례지도사.

오전 10시가 되자 승화원 직원과 시민 봉사자 2명, 장례지도사 3명 등 7명이 무연고 사망자 두 명의 장례를 치렀다. 고인을 소개한 후 이어진 분향부터 헌화, 조사 낭독 등이 끝난 시간은 오전 10시10분. 분향한 초가 사그라들기도 전인 10시30분에 화장이 이어졌다.오전 10시가 되자 승화원 직원과 시민 봉사자 2명, 장례지도사 3명 등 7명이 무연고 사망자 두 명의 장례를 치렀다. 고인을 소개한 후 이어진 분향부터 헌화, 조사 낭독 등이 끝난 시간은 오전 10시10분. 분향한 초가 사그라들기도 전인 10시30분에 화장이 이어졌다.

유골을 받은 후 화장터 뒤편에서 산골(산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을 마쳤을 때는 오후 12시20분께였다. 장례 시작부터 종료까지 단 3시간 만에 끝난 셈이다.

이처럼 가족관계가 단절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 2019년 2656명에서 2022년에는 4842명으로 늘어났다. 3년 새 82.3%가 증가한 셈이다.

특히 서울에서만 지난해 공영 장례를 치른 무연고 사망자 수만 1218명에 달했다. 무연고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지난달에만 승화원에서 131명의 무연고 장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무연고 장례 10건 중 7건은 유가족 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였다. 2022년 서울시에서 치른 무연고 장례는 총 1102건으로 이중 793건(71.8%)이 이에 해당했다.

한 상조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가족들이 막대한 장례 비용 등으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 지난해 조문객 100명 기준 장례 비용은 1500만원 정도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행정업무의 주체가 기초자치단체이다 보니 지역별로 공영 장례 지원 비용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지원 비용이 적은 자치구에선 장례 절차가 생략돼 고인의 마지막 존엄성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승화원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 1명당 장례 처리 예산으로 93만5000원을 지원하는데, 자치구별로 예산 지원도 80만원에서 160만원 사이로 제각각"이라며 "예산 문제로 품질이 떨어지는 장례용품을 사용하거나 장례 절차를 생략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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