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으로 예측한 탄소중립 이후 해수면 온도(위)와 강수의 변화 패턴.(사진=KISTI 제공)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으로 예측한 탄소중립 이후 해수면 온도(위)와 강수의 변화 패턴.(사진=KISTI 제공)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표층으로 방출되면서 탈탄소화에 의한 기후회복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는 탄소중립이 이뤄진 이후에도 그동안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깊은 바다를 통해 오랫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으로 탄소중립의 시급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포스텍(POSTECH)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팀과 탄소중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 패턴을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한 결과, 탄소중립 이후 해양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다시 표층으로 방출되면서 특정한 기후변화 패턴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검증했다. 해양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열의 약 90% 이상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검증은 최첨단 지구 시스템 모델의 심해에 가상으로 열을 추가하는 대규모 시뮬레이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팀은 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에서 최대 3만4000개의 CPU 코어를 3개월간 사용했다.

3만4000개 CPU(중앙처리장치) 코어는 약 1.6페타플롭스(1초당 1600조 번의 연산처리속도) 정도의 고성능 연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누리온에서 약 6%를 차지하는 규모다.

연구 결과,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다시 표층으로 방출되면서 탈탄소화에 의한 기후회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연직 안정도가 작은 해양에서 열이 효과적으로 방출돼 특정한 기후변화 패턴을 형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양의 늦은 반격으로 탈탄소화 정책에 의한 기후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고위도 해양에서 열이 효과적으로 방출돼 고위도의 온도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적도 용승이 존재하는 적도 태평양에서는 엘니뇨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슈퍼컴퓨터는 분석했다.

전 지구 자오면 순환의 시작점인 열대수렴대(ITCZ)가 남하하는 경향도 보였고 한반도는 해양의 늦은 반격에 의해 여름철 강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2일자로 게재됐다.(논문명:Emergent climate change patterns originating from deep ocean warming in climate mitigation scenarios)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 활동에 의해 더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탈탄소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탄소중립 이후 기후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종성 POSTECH 교수는 "슈퍼컴퓨터가 발전해 쉽게 연구하지 못했던 과거 혹은 미래 기후변화 연구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깊은 바다를 통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우리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탄소중립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KISTI 정민중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으로 탄소중립 이후 기후변화 패턴을 예측했다"면서 "5호기 대비 23배 높은 성능일 6호기가 도입되면 더욱 복잡한 역학 및 물리 과정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으로 더 정밀한 기후변화 예측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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