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주요상권 12곳 중 4곳을 제외한 모든 상권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때 호남 최대 상권이라 불리며 이른바 '만남의 장소'로 통했던 충장로 일대 등 구도심을 비롯해 상무지구와 첨단지구 등 신도심 상가 역시 공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남지역의 대표적 구도심 상권 또한 공실률이 20%대를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충장로 전경(사진=광주광역시)
충장로 전경(사진=광주광역시)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광주지역 주요 상권 10곳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7.6%로 전분기(16.4%)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남은 12곳의 상권에서 직전 분기와 같은 수치인 13.1%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중대형상가는 규모가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330㎡(약 100평)를 초과하는 상가다.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충파'(옛 충장파출소)와 광주우체국(현 충장로우체국) 등 과거 광주 시민들에게 '약속의 장소' 기능을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광주 동구 금남로·충장로 상권은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증가한 28.0%까지 치솟았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젊은 대학생들로 붐볐던 전남대학교 상권은 같은 기간 3.2%포인트 증가한 48.7%를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영광통'이라 불리며 장날(5일장)이 열릴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광산구의 옛 대표 상권인 송정동지구도 전분기 13.3%에서 16.9%로 3.6%포인트나 공실이 증가했다.

송정 5일시장의 노후화와 유동인구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공실률이 높아졌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이밖에 남구 월산동지구도 20.7%에서 21.2%로, 북구 용봉동은 10.9%에서 12.1%로 각각 공실이 늘었다.

광주 구도심 상권이 쇄락하고 있는 가운데 상권을 지탱하던 주택과 공공기관, 기업 등의 이전으로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 상권 역시 경기악화의 그늘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광주의 최대 상권으로 군림해왔던 서구 상무지구는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이 전분기 대비 3.9%포인트 증가한 18.3%까지 치솟았다.

최근 20대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첨단지구 상권도 동기간 11.1%에서 13.7%로 늘어나는 등 빈 상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전남 대표 상권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순천원도심 상권은 지난해 4분기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전분기 22.8%에서 25.4%로 증가했다.

광양읍 상권도 전분기와 동일한 16.3%를 기록했다. 광양중동은 11.9%에서 10.0%로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두 자릿수 공실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여수는 원도심상권이 27.2%, 여수여문 12.9%, 여수학동 10.6%의 공실을 나타냈다.

목포구도심은 20.6%에 달했고, 신도시 상권이라 볼 수 있는 목포 하당신도심과 순천 조례동 상권도 10.4%의 공실률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코로나 당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 이후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누적된 손실에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정비 지출이 늘고, 소비침체까지 더해져 영세 자영업자 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지역은 특성상 경제활동 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로 인한 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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