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註)대만의 총통 선거가 집권여당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미-중 간의 대리전 성격도 띄었던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의원 선거에서는 그러나 그 외의 세력 승리로 귀결되었다. 대만 민중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한 것일지, 지난 1월 13일의 대만 총통·부총통 선거 및 입법의원 선거 결과를 이로운넷 대만 통신원 최강문 기자가 분석해보았다.

미국 안도, 중국 확신

지난 1월 13일 치러진 대만의 제16대 총통·부총통 선거는 집권 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014년부터 8년 간 연속으로 집권해 온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총통 및 부통령 후보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이 40%를 가까스로 넘는 득표율로 3번째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8년 전 민진당에 정권을 내어 준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는 33.5%의 득표율을 보였고, 제3당인 민중당 후보는 26.5%의 득표율로 패했다.

(사진 : 대만 총통부총통 후보자)
(사진 : 대만 총통부총통 후보자)

이번 대만 총통 선거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비단 대만 국내정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과 중국 간의 일명 ‘양안관계’는 위기 국면으로 치달았고, 이어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은 양대국 모두 ‘전쟁까지도 불사한다’는 직간접적인 언급과 함께 활활 불타올라 왔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2024년 총통 선거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친미노선이냐, 아니면 친중노선이냐 하는 판단이 가장 중요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는 대만 독립을 내세우는 친미노선으로,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양안 간의 평화를 외치는 친중 노선으로 선거에 임했고, 이들과 달리 제3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중도 노선을 표방했다.

미-중 대리전 성격의 대만 총통 선거전

집권 민진당은 비록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그렇게 기뻐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20년 제15대 총통·부총통 선거에서 당시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라이칭더 후보가 817만표를 얻어 득표율 57.1%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이번 라이칭더 후보의 득표율은 40%에 불과, 지난 네 번의 총통 선거에서 가장 낮은 지지를 얻은 총통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  최근 대만 정당별 입법의원 당선자 비교)
(사진 :  최근 대만 정당별 입법의원 당선자 비교)

더구나 흔히들 선거를 ‘승자독식의 세계’라고 하는 말도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는 적용되지 못한다. 대만의 선거제도는 총통· 부총통 선거와 함께 입법의원(한국의 국회의원에 해당) 선거도 치러지기 때문이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의원 선거(총의석 수 113석)에서 민진당은 51석을 얻어 52석을 얻은 야당 국민당보다 1석 적은 제2당으로 전락했다. 민중당은 비록 총통 선거에서 3등에 그쳤지만 입법의원 선거에서는 이전 5석의 의석보다 많은 8석을 얻었다. 무소속 당선자는 2석에 불과했다. 

총통 당선에도 웃지 못하는 민진당

집권여당은 총통 당선자를 냈지만, 입법의원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고, 중도노선을 표방하는 민중당이 집권여당과 거대 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고도 칭해졌던 선거인만큼, 총통 선거에서는 미국이, 입법의원 선거에서는 친미 노선을 거부하는 세력이 대만 민중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사진 : 최근 총통부총통선거 득표수 및 득표율 비교)
(사진 : 최근 총통부총통선거 득표수 및 득표율 비교)

지난 총통 선거와 비교해보면,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득표수는 현 총통인 차이잉원이 직전 선거인 2020년에 얻은 817만표에 비해 무려 259만표나 줄어들었다. 물론 대만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총통 선거 직전인 11일 공개된 마잉주 전 총통(국민당)의 “시진핑을 믿어야 한다”는 독일 언론 인터뷰 발언이 역풍을 맞은 까닭에 다소 만회된 수치라고 분석한다. 집권 여당 후보 지지표의 대폭적인 감소는 그만큼 대만 민중의 민심이 집권 여당을 떠났다는 의미이고, 그 민심은 입법의원 선거에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반면, 의석수 5석의 군소야당인 민중당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국립 대만대병원 외과 의사 출신으로서 정치판에 샛별처럼 등장한 커원저 후보는 스스로도 26.5%의 득표율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도 22%의 지지를 이끌어 내 8석의 입법의원을 확보했다.

지지표의 상당수는 20~30대 청년층들로서, 집권 여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에 대해 실망한 이탈표 대부분이 민중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지지를 기반으로 커원저는 비록 총통 선거에서는 3위를 차지했지만, 6년차 신생 군소 정당의 지도자로서 우뚝 서는 기염을 토해냈다.    

친미 vs 친중, 제3의 길은?

오랜 대만 특파원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 문제에 정통한 일본 다이토문화대학 노지마 쓰요시 교수는 한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만 민중의 지혜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칭더가 승리했기 때문에 미국은 안도감을 느꼈고, 국민당이 의회에서 제1당을 획득했기에 중국도 확신을 가졌을 것입니다. 커원저는 앞으로 소수당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할 정당의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스스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이 미묘한 결과는 대만인들이 투표를 통해 달성하는 균형점이자 최종 판단을 연기하기로 한 결정입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과 갈등은 대만 민중들로하여금 ‘친미 총통-친중 의회’라는 절충을 선택하게 했고, 4년이라는 추가시간을 얻은 뒤인 2028년 선거에서 다시금 평가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 : 1월 12일 타이페이 시내 남문 일대 광장에서 열린 한 후보자의 연설회 장면)
(사진 : 1월 12일 타이페이 시내 남문 일대 광장에서 열린 한 후보자의 연설회 장면)

미국의 압력과 중국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대만으로서는 민주주의 우방으로서의 미국과 문화와 역사는 물론이고 경제까지도 밀접한 관계의 중국 속에서 어느 한 나라 쉽게 버릴 수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낡은 이념 대립에 등 돌린 채 제3의 노선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대만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대립과 갈등이 4년 간의 추가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갈 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시금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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