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최악의 기아상태에 빠진 인구 수가 몇 주 안에 역대 최대로 늘어나 가자 지구가 기아 상태로 선언되기 직전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운영하는 전문가 30인 패널이 전 세계 기아 상태 평가를 시작한 20년 역사에서 가자 지구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 전쟁 3개월 째에 접어들면서 220만 명의 가자 주민들에 대한 식량과 식수, 기초 생필품 보급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유엔은 2월초 가자 지구가 기아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자 지구에는 이집트 접경 검문소를 통해 극히 소량의 지원품이 전달되지만 이마저도 전투와 폭격이 지속돼 배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학자들은 전쟁 동안 발생한 기아가 이 정도로 악화하는 것은 몇 세대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미 터프스대 알렉스 드 발 인도주의 위기 및 국제법 전문가는 “생존에 필요한 구조물의 파괴 강도 및 범위와 속도 등이 최근 75년 동안 인간에 의해 발생한 어떤 기아보다 심하다”고 강조했다.

21세기 들어 기아가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 7년 동안 예멘, 시리아, 이디오피아 등지의 분쟁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악화로 인해 기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다.

지난 27일 가자지구 변방에서 군사행동 중인 이스라엘군. (사진/신화통신)
지난 27일 가자지구 변방에서 군사행동 중인 이스라엘군. (사진/신화통신)

가자 지구는 달리 식량을 구할 곳이 전혀 없는 좁은 지역에 수백 만 명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식량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기관 책임자 엘라드 고렌 대령은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가자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다. 식량과 식품. 의약품과 텐트 등의 반입을 단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능력이 역부족이라면서 “일 처리를 효율화하고 설비와 트럭이 더 필요하며 인력도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 500대 트럭 분량의 보급품이 가자 지구에 반입됐으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평균 127대 분량만 반입되고 있다. 이마저도 통신 시설이 끊기고 연료가 부족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이 지속돼 배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급한 개선이 없으면 내달 초 가자 지구가 기아에 빠진다는 것이다.

유엔팔레스타이난민기구(UNRWA)의 줄리엣 투마 대변인은 “가자 주민들이 전적으로 인도적 지원에 의지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기아를 평가한다. 아동 30% 심각한 영양 결핍 또는 방치 상태, 평상보다 사망률 2배 상태, 전 주민의 20%가 식량 부족 상태 등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기아검토위원회에서 기아 상태 여부를 평가하게 되고 기아 상태로 선언되면 긴급한 개입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더블린 칼리지 대학교 기아 역사학자 코맥 오그라다 교수는 “기아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국제 기관이 기아 발생을 확인하면 기아를 유발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된다”면서 “이스라엘은 유엔과 같은 곳에서 가자 지구에 기아 발생을 선언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대전까지 기아는 군사 전술의 일부였다. 나치 독일군은 러시아를 상대로 “기아 작전”을 펴 300만 명이 굶어 죽도록 했고 미 해군과 공군은 기아 작전이라는 공식 작전을 펴 일본에 대한 식량 공급을 차단했다. 중국에서는 1958년부터 1961년 사이 대약진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25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전쟁 수단으로 민간인을 굶기는 것이 국제법으로 금지된 것은 1977년으로 제네바협약에 추가됐다. 또 1998년 로마 규정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설립하고 국제 분쟁에서 민간인 기아를 전술로 삼는 것을 전쟁 범죄로 선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창설에 반대한 7개 국가에 포함돼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18년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삼는 것을 비난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그러나 실제 봉쇄에 의한 기아 발생을 이유로 전쟁 범죄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해 10월17일 X에 올린 글에서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공군이 가자 지구에 수백 t의 폭탄을 퍼부을 것이며 인도주의 지원은 1온스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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