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3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스에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델이 전시돼 있다.(사진=뉴시스)
26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3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스에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델이 전시돼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20큐비트급 성능의 양자컴퓨터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시연됐다. 정부는 10여년 내에 성능을 수십배 개선한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자체 개발할 방침이다. 이미 미국 등 선도국에서는 1000큐비트급 범용 양자컴퓨터가 등장한 가운데 '양자기술 4대 강국' 등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진행된 제3차 K-퀀텀스퀘어미팅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처음 시연했다.

◆중첩·얽힘 특성 활용하는 양자컴…韓 양자기술 수준은 선도국 62.5% 수준

일반적인 전자식 컴퓨터는 0과 1 두가지 비트를 활용해 계산을 수행한다. 평균적 성능의 컴퓨터는 1초에 약 8500만회, 슈퍼컴퓨터는 1초에 약 1000조번의 계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컴퓨터는 엄청난 양의 0과 1 조합을 일일이 계산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된 상태로 있어 이를 통해 훨씬 더 무수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조합의 단위가 큐비트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막대한 양의 계산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3큐비트는 000, 001, 010, 100, 101, 110, 011, 111 등 8개, 즉 2의 3승개 상태가 중첩된 상태에 있다. 이번에 시연된 국내 첫 자체 개발 2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2의 20승을 한번에 계산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양자컴퓨터의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같은 최고 선도국들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양자 기술은 약 62.5% 수준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시연된 20큐비트 양자컴퓨터에 이어 2026년까지 490억원을 들여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큐비트는 양자컴퓨터가 전자식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점(양자 우위)으로 여겨진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대 초까지 1000큐비트급 초전도 기반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 및 클라우드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자체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초로 양자과학기술 중장기 비전을 담은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IBM, 1000큐비트급 이어 2025년 4000큐비트급 개발 추진…中도 20조원 쏟는다

양자기술 최선도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장기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은 미국의 IBM이다.

IBM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의 범용 1000큐비트급 컴퓨터 '콘도르'를 선보였다. 콘도르는 1121큐비트의 성능을 보였다. IBM은 2025년까지 4000큐비트급에 달하는 압도적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구글도 지난 2019년 53큐비트급 양자컴퓨터인 '시커모어'를 출시했고, 2029년까지 양자 오류를 최소화한 더 개선된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개별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최근 수년 간 약 28억 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입했으며,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초의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또다른 강자인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양자컴퓨터 개발업체 오리진퀀텀은 이달부터 3세대 초전도 양자컴퓨터인 번위안우쿵(本源悟空)의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진퀀텀은 앞서 지난 2020년 6큐비트급, 2021년 24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선보인 바 있다.

번위안우쿵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72큐비트 양자칩인 '우쿵칩'으로 구동되며, 이와 함께 126 커플러 큐비트까지 장착돼 총 198큐비트 급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중국 또한 2025년까지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양자 기술에 153억 달러(약 20조원)를 정부 차원에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중 양국 외에도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양자기술 개발에 수천억원에서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전세계 양자산업 투자 규모는 약 360억 달러(약 48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미국 IIBM 왓슨 연구소 소속 마이카 타키타 박사가 양커 컴퓨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IBM]
미국 IIBM 왓슨 연구소 소속 마이카 타키타 박사가 양커 컴퓨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IBM]

◆韓 최초 수립된 양자과학기술 전략…핵심인력 2500명 규모 키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께부터 국가 차원에서 양자컴퓨팅 시스템 연구를 시작해왔는데, 최근 들어 양자기술 전반의 중요성이 커지며 투자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양자과학기술 전략은 2035년까지 양자 경제 전환을 목표로 민-관 공동으로 3조원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올해에도 양자기술 관련 사업 규모가 17개, 1285억원 규모로 지난해 13개, 968억원 규모에서 확대됐다.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핵심인력 양성, 관련 산업 및 기업 육성 등도 함께 추진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자 핵심인력은 38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3000여명, 중국 5000여명은 물론 800여명에 달하는 일본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2035년까지 양자핵심인력을 2500명 규모로 양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산업적으로도 양자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하고, 양자과학기술 공급·활용기업도 1200개까지 육성할 방침이다.

이같은 전방위적인 투자·육성을 통해 현재 선도국 대비 60% 수준인 우리나라의 양자 기술을 선도국의 8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이와 함께 2030년대 양자기술 4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K-퀀텀스퀘어미팅에서 "우리는 양자 분야의 후발주자로 아직 기술 역량과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술이 상용화 이전 단계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리더그룹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푸른 용의 해가 양자 과학기술 강국의 싹을 틔우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정부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