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60항에 ‘협정의 효력 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의를 개최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무려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제대로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반도 평화에 관한 모든 대화와 협상 마저 중단된 지도 오래되었다. 

2024년 1월 5일 오전 서해 북한 해안포가 해상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 차원에서 이날 오후 연평도 해병부대인 연평부대의 케이(K)-9 자주포가 사격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4년 1월 5일 오전 서해 북한 해안포가 해상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 차원에서 이날 오후 연평도 해병부대인 연평부대의 케이(K)-9 자주포가 사격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평화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 등의 굵직한 사안들이 합의되었으나, 초기 단계의 핵심 조치였던 한미 측의 연합군사훈련 중단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다시 훈련이 재개되고, 대규모 군비증강이 이어지자, 북 또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강대 강’ 대응을 선언하며 핵무력 강화로 나섰다. 다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로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대신 더욱 강경한 군사 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종교, 시민사회는 계속되는 한반도 군사 위기를 시민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2020년에 <한반도 종전평화캠페인>을 발족하고, 정전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한반도 전쟁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공동의 운동을 결의하였으며, 그 마지막 해인 2023년, 이를 보다 확대, 개편하여 <정전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을 발족, 집중적인 평화행동을 펼쳤다. 

3년간 진행된 ‘전쟁 반대 평화실현 서명운동’과 함께 전 세계 300곳 평화행동과 7월의 집중행동 등 글로벌 평화행동을 통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현재 진행형인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하고, 적대 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체결이 한반도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사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2023.07.22.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진과 대회 (사진=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2023.07.22.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진과 대회 (사진=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심화되는 한반도의 전쟁위기 

2023년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 기조를 핵심으로 하여,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망, 대량응징보복체계’ 등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3축 체계 강화에 매진하면서, 미국의 핵전략자산 수시 전개, 한미연합군사훈련 확대에 보다 힘을 쏟았다. 한미가 함께 한 연합군사연습은 2022년 256회에 달했는데, 2023년에는 그 보다 더 많이, 더 대규모로 진행되었으며, 훈련의 내용 또한 ‘참수작전’, ‘선제공격’ 등의 내용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1B·B-52H 등 핵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와 군사훈련은 2022년 5회에서 2023년 18회로 3배 이상 늘어났으며,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함수함이 부산항에 기항하는 한편, B-52H가 청주공항에 착륙하는 등, 92년 전술핵무기 철수 이후 일시적이나마 핵무기가 한반도로 다시 반입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 전략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동원하는 이른바 ‘일체형 확장억제’ 정책과 함께 한반도에서 핵전쟁 상황을 가정한 군사훈련계획도 공개되었다.  

북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재개 등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것을 비난하며 ‘강 대 강’ 정책을 다시 천명한 이래, 2022년 핵, ICBM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무인수중공격정 등 신형무기를 통해 선제공격에 대한 반격능력, 전술핵무기 탑재 능력, 미 본토 및 전략거점에 대한 타격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군사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 방사포 훈련 등도 늘어나는 가운데, 2023년에는 주한미군 기지와 계룡대 등 주요 군사거점 타격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도 공개하였으며, ‘핵보유국 지위’, ‘핵무기 고도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는 등 핵능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2023년 쌍방 모두가 위기 시 선제공격을 거론한 가운데,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충돌을 방지할 안전핀이 사라지고, 전단살포와 확성기 설치 등 오히려 충돌을 조장하는 행동이 전면화되어 각계에 큰 우려를 던졌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살포 처벌 조항) 위헌 입장을 밝히며 대북전단살포를 사실상 옹호하며 나섰고, 2020년 이후 거의 중단되었던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2023년 상반기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11월 21일 북의 위성 발사에 대한 조치로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군사합의)>의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조항을 효력 정지한다고 밝혔고, 북 역시 그 직후 ‘9.19군사합의’ 무효화를 선언하였다. 

9.19군사합의는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담고 있는 평화의 안전핀이었다. 불과 4km 밖에 되지 않는 기존 비무장지대보다 더 넓은 완충지대를 설정하여 지상, 육상, 해상에서의 군사훈련과 항공기 진입, 무기 운용 등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경고방송-경고사격- 군사조치’의 단계를 세분화하여 대응키로 하는 등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제 9.19군사합의는 무력화되었고, 대북전단살포나 확성기 설치, 군사분계선으로의 항공기 접근 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에 힘써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충돌을 조장하는 조치만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활동 

한국의 종교, 시민사회는 2023년, <한반도 종전평화캠페인>을 확대, 개편하여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을 발족하고, 한반도 전쟁위기의 심각함에 대한 국내외의 여론을 환기하는 활동으로서 100만 명을 목표로 한 ‘전쟁반대 평화실현 서명운동’(주요 요구안 : △ 적대를 멈추고 남북, 북미관계 개선 △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 △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 실현 △ 제재와 군사훈련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 해결 △군비 경쟁에서 벗어나 안전과 환경에 투자할 것 △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 한반도·아시아 평화 공존 실현), 국내 시군구와 전 세계 주요 도시 등 전 세계 300곳에서의 평화행동, 그리고 7.27과 8.15에 즈음한 대회 등을 추진하였다. 

이를 위하여 2-3월, 해외동포(2회), 글로벌 평화단체(2회), 지역 풀뿌리 단체들(1회)과의 온라인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4.27에는 온라인으로 국내 단체와 시군구 110곳, 해외 단체와 인사 60곳 등 총 170여 단위, 1,000여 명이 참여하여 <정전 70년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와 평화를 위한 4.27평화회의>를 개최하였다. 시군구별 모임, 단체별 모임, 해외의 도시 및 단체별 모임으로 참여하여 각 현장별, 단체별 계획과 구상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전 세계 300곳에서의 평화행동도 반드시 실현해 보자는 의지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다. 

각계가 함께 뜻을 모아 추진한 ‘한반도 전쟁 반대 평화실현 서명운동’에는 전 세계 112개 지역에서 206,629명이 참여(9/28 유엔 전달 시점까지 집계)하였다. 전 세계 300곳 평화행동의 경우, 국내 17개 광역시도, 130개 시군구에서 265개의 행동이, 해외 12개 나라, 73개 도시에서 151개의 행동이 진행되었다(300곳 행동 인증샷 https:bit.ly/300peace). 7월 22일에는 서울과 광주, 창원, 부산, 울산, 대구에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가 개최되어, 연인원 1만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8월 12일에는 < 광복 78년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가 서울에서 개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전국비상시국회의(추),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주최 되어 전국에서 1만 명의 시민들이 결집하였다. 

서명운동과 글로벌 평화 행동의 결과는 지난 10월 초 대표단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한국 유엔 대표부, 미 의회 등에 전달되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여러 적대정책과 군사훈련, 한미일 군사협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여론 활동도 연중 꾸준히 이어갔다. 3월에 진행된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연합훈련 <프리덤 실드>의 경우, 서울과 평택, 대전, 광주, 창원,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집회와 행진 등의 항의 행동이 이어졌고, 3월 말 평양 점령을 상정한 상륙훈련이 진행되던 포항 조사리 해변에서도 전국에서 300여 명의 종교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행진과 대회를 통해 전쟁연습 중단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 훈련이 진행되는 현장에서의 평화 행동은 참가자들에게 분단과 전쟁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한반도의 상황을 피부로 느끼도록 하는 중요한 교육의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한편, 대북전단살포 등 접경지역 충돌 조장 의제들에 대해서도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에서 꾸준히 문제제기 해 오고 있다. 통일부 장관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의견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비롯하여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접경지역 안전을 해치는 행위로 접근되어야 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하였고, ‘9.19군사합의’ 무력화에 즈음하여서는 접경지역 시군구 풀뿌리 단체들과 함께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고, 접경지역의 군사적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접경지역 지자체 면담 및 현장 행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으나 국민적인 평화 여론을 만드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 2023년 활동 

<한반도 종전평화캠페인>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은 국내 750여 단체와 7대 종교, 해외 800여 파트너 단체가 함께 구성한 네트워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상시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였다. 

쏟아지는 여러 현안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서명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20만 명의 서명 참여를 이끌어 냈고, 이를 당사국들에 전달한다는 목표까지 잘 마무리 하였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교회협의회의 제리 필레이 총무 등 세계 종교 지도자의 평화기원 메시지도 모아낼 수 있었다. 

또한 국내의 17개 광역, 130개 시군구에서 ‘영화상영회, 토론회, 자전거행진, 걷기, 문화공연, 캠페인, 집회, 토론회, 모내기, 전시회’ 등 다양한 형태로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는 265개의 행동을 일구어냄으로써,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직접 행동을 전국적 범위에서, 규모 있게 펼쳐낼 수 있었다.

해외의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행동으로서는 가장 많은 73개 지역에서 행동이 진행되었는데, 특히 일본의 54개 현, 시, 구에서 동포사회와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공동행동을 펼친 것은 평화운동의 저변 확대, 역량 강화의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성과이다. 또한 7월 워싱턴과 9월 뉴욕에서 미국의 평화단체, 동포사회가 함께 규모 있는 집회와 행진을 펼침으로써 연대의 기운을 높이고, 제재와 압박이 아닌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여론을 미국 정부와 정치인, 언론에 직접 전달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는 성과이다. 

이처럼 국내의 시군구 풀뿌리,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각계각층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형태로 평화 행동을 펼친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며, 이를 통해 향후 한반도 평화운동을 현장에서 펼쳐갈 주체를 발굴하고 연계를 맺게 된 점은 소중한 성과이다. 

서명운동과 전 세계 300곳 평화행동 등을 통해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문제를 환기하고, 적대 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체결이 한반도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하였고, 현장 실천의 저변을 확대한 성과도 분명하나, 아쉬움과 부족함도 큰 것이 사실이다. 

여론의 냉소, 언론의 외면, 쏟아지는 다른 현안들 속에서 여러 주체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였으나, 서명의 총 참여자는 2023년 서명 목표인 1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서명운동의 실효성에 대한 냉소적 태도와 함께, 내용 측면에서 볼 때, 근본적인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있었으나, 2023년의 정세 속에서 뚜렷한 쟁점을 부각하여 역동성을 만들어 내기에는 내용이 많고 어려웠다는 점은 짚어볼 대목이다. 

2023년 연초부터 정국을 강타한 ‘강제동원 굴욕해법과 핵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를 비롯하여, 노동, 농민 생존권 문제, 이태원 참사, 정권 퇴진 운동 등의 의제들이 쏟아지면서, 한반도 평화 위기에 대한 제 단체들의 관심과 활동을 모아내기 어려웠던 객관적인 한계도 영향을 미쳤다. 

2024년 전망과 과제 

2024년 한반도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연말 ‘9.19군사합의’ 무력화로 인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충돌을 방지할 안전핀이 사라졌고, 확성기, 애기봉 등탑 등 대북 심리전 장비 들이 재가동되는 가운데 총선을 앞둔 2월 말~3월 초, 대북 전단살포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고되어 있다. 2024년 한미연합군사훈련에는 미국의 핵 작전(핵 선제공격도 포함된 개념임)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는 한미 핵협의그룹의 발표도 있었다. 북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적들의 도발로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남반부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고까지 선언하였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는 실체로 다가오고 있으며, 평화는 더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올해 한국 시민사회 평화운동의 가장 최우선 과제는 실체로 다가오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밀집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는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항시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지금은 과거와 달리 그 어떤 통제 장치도, 대화 채널도 가동되지 않은 채 군사 충돌을 유발하는 조치들만이 집중적으로 이어지면서, 전쟁이 말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관건은 충돌을 조장하는 일체의 적대 행동을 중단시키는 데 있다. 최근 인위적으로 군사위기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이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는 그리 높지 않고, 적대 행동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아직 제대로 가시화되고 있지 못하다.

충돌을 조장하는 정부의 부적절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는 평화 행동으로 각계의 역량을 총 집중해야 한다. 접경지역 시군구에서, 서울과 전국에서,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충돌을 조장하는 군사훈련, 전단살포, 확성기 방송 등을 중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적극 형성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한국 정부, 지자체,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전쟁 반대, 전쟁위기 해소를 위한 운동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지향점으로 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북의 핵능력 고도화에 맞서려면 더욱 더 강경한 대북정책, 더욱더 강경한 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군사위기만을 심화시킬 뿐 결코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반도 상황이 일진 일퇴를 거듭했던 것은 남북, 북미간 합의 이행의 첫발만 뗀 채 다시 적대정책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지, 군사적 압박이 약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GDP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했고, 강력한 한미동맹의 군사력으로 북을 압박해 왔지만, 그 결과 직면한 것은 북의 핵 능력 고도화일 뿐이다.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은 꾸준히 경제적, 군사적 성장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적대와 군사적 압박으로는 결코 평화를 실현할 수 없으며 해법은 적대와 전쟁의 종식, 평화협정 체결에 있다는 것을 일관되게 제기하고 알려 나가야 한다. 

정부가 대북 군사 압박 강화를 명분 삼아 진행하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은 한반도 평화운동의 주요한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정부는 한미일 3국의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대화 등 중층적이고 촘촘하게 한미일 협의체와 논의 구조를 정례화하고 군사정보 공유, 군사훈련 정례화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주변국과 적대적 기조 아래 진행되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결과로 조중러 협력이 본격화되고 진영간 대결, 신냉전 대결이 격화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한미일 군사협력은 한반도 문제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독도 등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면서, 동시에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 미국 패권을 위해 한국이 군사적으로 관여할 부담도 함께 높여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심대히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역사정의와 평화, 주권을 훼손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반대 행동을 올해에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이유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광범위한 종교,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하여 집중적인 운동을 펼친 것은 모두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의 활동은 마무리 되었으나, 한반도 전쟁위기가 현실로 대두되고 있으며 주권과 평화가 심대히 위태로워 진 만큼, 이번 공동행동, 네트워크 운영의 경험과 성과를 최대한 유실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재정비 또는 재구성하여 전쟁을 막고자 하는 모든 역량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 칼럼은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웹진 [正道精進]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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