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일상이된 후 맞이하는 첫 연말연시 모임이 많아지면 평소보다 술을 마실 기회가 늘어난다. 이른바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되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은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신호여서 주의해야 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 퇴행성 치매이지만, 과도한 음주로 발생하는 알코올성 치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알코올성 치매는 65세 미만 젊은 치매 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소했던 술자리가 일상회복의 영향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76.9%가 음주자였고, 1회 평균 음주량은 남성 7잔 이상·여성 5잔 이상이었다. 주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21.3%, 여성 7.0%였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 과다 섭취로 뇌가 반복적인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알코올은 단기적으로는 기억·판단 등 사고 과정을 매개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교란시키고 신경 염증을 초래한다. 장기적으로 과다 노출될 경우 신경세포의 사멸과 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 뇌사진 이미지=pexels 제공
알츠하이머 뇌사진 이미지=pexels 제공

알코올로 인한 뇌 손상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소뇌와 뇌간의 뇌 손상으로 인한 떨림, 보행 시 비틀거림, 안구 운동 장애 등의 증상도 유발할 수 있다.

흔히 ‘필름이 끊긴다’라고 표현되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은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위험 신호다. 블랙아웃이란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짧은 시간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에 이르게 된다"면서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음주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증상은 성격의 변화다. 알코올성 치매가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비교적 초기부터 충동적 또는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은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뇌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알코올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인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바로 술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뇌 위축이 진행돼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오기 전 치료와 금주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

임 교수는 "알코올성 치매가 발병할 확률이 높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스스로 술을 끊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주변 사람들이 의료기관의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과음과 폭음을 삼가고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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