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후활동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 소속 활동가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대운하에 녹색 화학 염료를 뿌리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겨냥한 시위를 벌였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멸종저항 소속 활동가들은 기후문제 대응을 촉구하며 이날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에 “COP28:정부가 말만 하는 동안 우리는 줄에 매달려 있다”는 항의 현수막을 내걸고 강에 녹색 염료를 부었다. 일부 활동가들은 다리 난간에 밧줄 등을 타고 매달렸다.
이 단체는 시위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작성했다.
또 “해마다 사회적, 환경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우리 미래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 지쳤다”며 “우리의 미래가 화석연료 산업에 팔려가는 중에 침묵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XR 활동가들이 이번 시위에서 사용한 녹색 형광 물질인 플루오레세인은 베네치아의 건설 업체들이 수중 공사에서 누수를 찾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물질이다. XR은 페이스북에 “사용된 염료는 인체에 무해한 플루오레세인 염료로, 몇 시간 후면 물은 이전과 같은 색을 띠게 된다”고 전했다.
이 단체의 활동가들은 이전에도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은행 창문 부수기, 건물에 가짜 피 뿌리기 등 활동으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루이지 브루그나로 베네치아 시장은 시청에서 발표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공 기물 파괴자로 보이는 자칭 환경운동가들이 벌인 일로 대운하의 대중교통 서비스와 항해가 중단됐다”며 “베네치아는 섬세한 도시로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서도 “공공서비스 방해로 활동가들을 신고했으며 이번에 효과적인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도시들은 기후활동가들에 대한 고발로 이들을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기후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인 장소 대부분은 보호구역으로 기후활동가들이 이를 훼손할 경우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하거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