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100살까지 산다면 어떡하지~?”
지난달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내일센터에서 시행한 재직자 대상 생애경력설계 교육을 받고 집에 돌아와 생각난 건 두려움이 먼저였다.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에이지:마흔 이후 30년’이란 책이 나온 지 23년이 지났다. 마흔즈음에 인생3막을 준비, 80까지 잘 살아보자라는 내용인데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요즘 MZ세대의 표현대로 하자면 “제기랄, 이젠 100살까지 살게 되어버렸어”. Homo(인간) hundred(100), 이른바 백세시대로 향하고 있기 때문인데 두려움이 드는 건 나 자신이 준비가 덜 되었다는 자기고백을 해본다.
 올해 신중년은 1953년생부터 1973년생까지 해당된다. 나는 이 그룹에서 '어린 신중년'이다. 너무 일찍 현역에서 물러난 건 아닌가하는 부끄러움도 있다. 또 내일을 향해 모두들 파이팅 모습에서 동질감도 느꼈다. 

생애경력설계 교육은 생각보다 오래 살 수 있으니 건강 관리 잘하고, 여러 도움을 주는 기관도 있으니 상담받고, 외롭지 않게 여러 사람도 만나라는 것. 아무리 대충 살아도 이 나이가 되면 귀동냥한 것만으로 논문을 쓸 수 있다. 전문직이 아니면 철수나 영희나 다 도긴개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살 것인가 하면 그러기엔 살아온 삶이 불쌍하고 살아야할 날들이 너무 길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더 멋지게 살고 싶은 게 배운 인간의 심리이기 때문에 준비하고 부지런하라라는 강의였다.

여기서 내가 느낀 건 중년 남성의 인적 네트워크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城)을 쌓아 올리는데 전력을 다한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돌아보면 대책 없이 쌓아 올린 성에 자신이 갇히게 됨을 깨닫게 된다. 아니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더 문제는 알면서도 그 성에서 나오지 못해 고립된다. 그렇다 보니 배우자에 의지하게 되고 그런 모습에 지친 가족들로부터 성가신 존재로 전략한다. 일을 그만두는 순간부터 모든 인적  네트워크가 끊기는 남성에 비해 중년여성은 여러 가지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미용실, 목욕탕, 산후조리, 요가 모임 등 그녀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그동안 수다방이라 폄하한 남성들로부터 복수라도 하듯 여러 정보를 교류한다. 이제 와서 생각건데 그건 남성의 폄하가 아닌 질투였는지도 모른다. 환갑이 지난 두 명의 친형들도 형수의 네트워크로부터 다시 일을 하게 되었거나 사업이 번창하게 되었다. 그럼 우리 중년 남자들은 그녀들을 오마주해 보면 어떨까. 절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조선의 남성 우월성을 21세기까지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면이 쑥스러우면 sns을 이용해 보자. '정보'는 있어 보이고, '수다'라고 하면 천해 보이는 급나누기의 오류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이번 강의 끝 무렵에 인적 네트워크에 관한 셀프 서베이가 있었다.  1~5점을 각 항목에 체크하여 합산을 하는 심도 있는 시간이었는데 많은 남성들은 놀랬으리라 짐작한다. 왜냐하면 낮은 점수는커녕 해당 항목도 없을 만큼 교류가 없었으리란 예상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출퇴근하며 보는 삼호교 다리 밑 수십명의 남성 노인들 중 그 누구도 ‘대화’하는 사람이 없고 오가는 사람 구경이나 유튜브만 보고 있다. 할 일이 없어서라기보다 무얼 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는 것이고 무엇도 하지 않는 듯한 애처로운 눈빛들의 집합소이다. 그들이 우리 신중년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울산광역시노동자종합복지회관을 이번에 처음 가봤다. 현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신중년들에게도 노동자의 권리를 지원해 주는 곳이다. 앞으로 이곳이 중장년 남성들의 수다방이 되어야 할 듯싶다. 가능하면 노인복지회관은 늦게 가는 걸로 하자라는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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