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세한 접촉 사고에도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해야 하는 교체비용이 차량 가격의 절반에 달해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3년 6월말 국토부 발표를 보면 국내 전기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 13만대, 2021년 23만대, 2022년 39만대, 2023년 9월에는 50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는 지난 하반기 기준 19.3%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2030년까지 3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관련된 부품이 30여종에 이른다. 그중 가장 비싼 것이 동력원이 되는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터리다. 그러나 미세하고 경미한 사고로 배터리에 부속된 그 일부에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를 통째로 완전교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배터리 부품 이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차량을 폐차하는 등 전기차 소비자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차값의 절반에 달한다. 사진=현대차 제공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차값의 절반에 달한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재 소형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이 2,600만원 정도이고 완전 교체하는 경우 배터리 관련 부품과 공임 등을 더하면 총 수리비가 3,2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구입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출고한지 얼마 안 된 차량을 폐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언제 배터리 전체를 바꾸고, 언제 일부 모듈만 바꾸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배터리에 조금의 문제만 생기더라도 전기차 이용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차량가격과 비슷한 돈을 내고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실정이다.

전기차 정비를 위한 정비소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동네마다 카센터가 있다. 반면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정비소는 전체의 5% 미만이다. 이 때문에 한번 고장나면 수리까지 한두 달 걸리는 경우가 예사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국내산 전기차를 사실상 독점 판매하고 있는 현대· 기아차의 전기차 가격 대비 배터리 가격비율을 전수조사해 공개했다. 현대· 기아차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및 부품을 대상으로 부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홈페이지에 나온 가격을 토대로 조사했다.

현대모비스의 현대 전기차 배터리 부품모델명과 현대자동차의 모델 가격표가 일치되지 않아 사실상 소비자들은 배터리 가격 확인이 불가능하다.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과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을 비교하여 차량의 평균 가액을 기준으로 비교 평가했으며 배터리 가격에 20% 정도의 교체부품비와 공임비를 더했다.

현대기아차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 비율. 출처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 비율. 출처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현대차에서 출시한 전기차는 코나, 아이오닉5, 아이오닉6, G80전기차, GV70전기차, GV60 등 6개 차종이고, 배터리 종류는 9종류가 되며, 제일 비싼 것은 G80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로 3,624만원이고, 가장 저렴한 배터리는 아이오닉6 23으로 1,788만원이다.

가격대비 배터리 가격이 가장 비싼 것은 코나 전기차 24로 평균 자동차 가격이 4,343만원인데 배터리 가격은 2,644만원이 되어 가격대비 61%에 달한다. 차량의 작은 충격이나 미세한 접촉으로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할 경우 23%의 비용을 더하면 3,200만원 가량이 되는데 이는 신차 가격의 65%가 되어 감가상각을 하면 배터리 교체보다 폐차를 하는 편이 낫다.

현대모비스에서 공개하고 있는 현대 전기차 배터리는 총 9건으로 자동차 가격대비 배터리 가격 비율은 평균 47%이고, 차종별 비율은 코나21 61%, 코나19 43%, 아이오닉5 21 48%, 아이오닉6 23 35%, 아이오닉 전기차16 56%, 아이오닉전기차19 43%, G80전기차21 43%, GV70전기차22 43%, GV60전기차 21 49%이다.

현대 기아차 배터리 가격 순위. 출처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현대 기아차 배터리 가격 순위. 출처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기아자동차는 5개 차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배터리 비율이 높은 차종은 레이전기차로 배터리 가격이 21,329,000원이고 차량의 평균 가격은 2,845만원이어서 차량가격대비 배터리 가격비율이 75%가 된다.

배터리 비율을 차종별로 보면 EV6 21이 57%, 53%, 41%, 쏘올 전기차19 40%, EV9 23이 35%, 쏘올 전기차14 30%, 니로전기차 19, 22가 각각 36%, 48%이다. 전체 기아 전기차의 평균 배터리 가격비율은 46%이다.

전기차의 핵심 요소는 배터리이고 배터리 충전에 의하여 구동이 된다. 국내 전기차 중 가장 비싼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G80 전기차로 36,245,000원이다. 중형 차량 자동차 가격과 맞먹는다. 이어 기아의 EV6 21 33,653,400원, 현대의 GV70 전기차 22, 기아의 EV6 21 32,021,000원,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 16 28,831,629원, 기아 EV9 23 26,870,000원으로 국내 중소형 차량의 가격과 비슷하다.

배터리의 수명은 충방전 횟수가 최대 2,000회에 도달하면 폐배터리로 간주한다. 따라서 사용 가능 기간으로 7~10년 정도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적인 전기차 보급이 2014년에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1~2년 후부터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리 및 재활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