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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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팬데믹, 신냉전, 일상화된 테러와 난민 사태, 선진국의 저성장과 신흥국의 부상, 양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전환 등 기존의 질서가 해체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저성장, 안보 위협, 고령화라는 3중 위기에 직면했다. 각 국가 겪고 있는 문제는 국경선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이 모든 변화의 이면에는 어떤 역학이 작용하고 있는가?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저자 제니퍼 D. 스쿠바는 팬데믹, 일상화된 테러와 신냉전체제의 배경에 "경험해보지 못한 80억이라는 인구"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이자 인구참조국 이사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세계의 경제 성장, 외교 정책, 보건 의료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인구'를 제시한다. 인구통계학적 추세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암시하는 바를 분석하는 것은 세계 정세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 이후 인구가 최초로 10억 명에 도달한 시기는 대략 1804년이다. 19세기에도 인구 증가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불과 100년 만에 세계 인구는 16억 명에서 61억 명으로 급증했다.

20세기의 인구 증가가 기하급수적이었다면, 21세기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차별적 인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인구는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고령화된 사회가 됐다. 또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 간 기대수명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출산 문제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10억 명 인구를 돌파한 중국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 대열에 합류해 세계 질서의 대전환이 예고된다. 이 외에도 책에는 한국, 일본, 러시아, 북한의 고령화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가 매우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되어 각종 사회 시스템에 가해지는 압박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 한국의 연금은 평균 임금의 6%에 불과한데, 이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열악한 연금 체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노인들의 생계를 보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정책은 상황을 바꿀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5.7%였는데,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인구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은 아니지만 세계를 숙명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인구통계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세계 질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구통계학적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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