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이미지 = pexels 제공
일회용컵 이미지 = pexels 제공

정부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며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23일 종료하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이 연장된다. 연장 기한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다.

비닐봉투는 당초 예정대로 23일 계도기간이 종료하지만, 이후에도 단속보다는 자발적 실천을 통해 사용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종이컵의 경우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아예 제외됐다.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이번 결정을 내렸지만 일회용품 감소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사진=pexels
사진=pexels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은 19㎏이다. 지난해 환경부와 자발적으로 일회용컵 저감 협약을 맺은 전국의 15개 커피 전문점과 5개 패스트푸점에서 사용한 일회용컵은 10억3590만개에 달한다. 

그간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대형마트·제과점 내 비닐봉투·쇼핑백 사용량은 2017년 3810t에서 2022년 660t으로 감소했고, 개인 텀블러 및 다회용컵 사용 비율은 2018년 44.3%에서 2019년 93.9%로 증가했다. 각각 2019년 1월에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2018년 8월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자율 감량보다 사용 규제라는 제도가 일회용품 사용 저감에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효과를 거뒀던 규제를 완화하면 일회용품 사용 증가라는 반대급부가 예상되지만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 지원, 우수 참여 매장 대상 지원 사업 선정 시 우대 정도만 제시됐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시기는 미정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 결정으로 혜택을 보게 된 소상공인들도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그나마 유예가 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환경부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애매모호하다"며 "종이컵의 경우 지금도 일부 매장에서는 얼음 음료도 종이컵으로 내놓고 있는데, (규제가 사라지면) 종이컵이 사각지대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지난 1년 간의 유예기간 동안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환경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1년 간 유예를 했는데도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유예만 이어가는 건 정답이 아니다"라며 "1인 기업 같은 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유예를 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면 정부가 세금 감면을 하거나 지원을 하는 등의 대책들이 더 현실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도의 유예 여부를 떠나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이사(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는 "단순히 제도를 유예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면에 깔려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국민 인식 전환을 위해 환경부가 적극 나선다면 우리도 같이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