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
초거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

지금까지 X선을 활용해 발견된 블랙홀 가운데 가장 먼, 가장 오래된 블랙홀이 관측됐다. 태양 질량의 1억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블랙홀은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의 탄생 원리를 보여주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관측선을 통해 빅뱅 이후 4억7000만년 즈음에 탄생한 블랙홀이 포착됐다. 통상적으로 138억년 전 빅뱅 이후 7억~10억년께를 우주의 초기로 보는데, 그보다도 더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블랙홀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35억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은하단인 '아벨 2744' 방향에 있는 'UHZ1' 은하계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다. UHZ1 은하계는 지구로부터 132억광년 떨어진 성단들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사는 제임스웹을 통해 100억광년 이상 떨어진 먼 곳에 있는 은하를 발견해냈고, 이후 찬드라 관측선을 통해 은하 중심의 블랙홀까지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찬드라 관측선은 2주 이상 UHZ1 은하계를 관찰하면서 강력한 X선 가스가 방출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UHZ1 블랙홀에서 나오는 X선이 아벨 2744 은하계 물질에 영향을 주면서 빛을 휘게 하는 중력 렌즈 효과를 일으켰고, 이를 통해 지구에서 X선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관측선으로 관찰한 UHZ1 은하와 중심 블랙홀. (사진=나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관측선으로 관찰한 UHZ1 은하와 중심 블랙홀. (사진=나사)

이번 블랙홀의 발견의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천문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초대질량 블랙홀 형성 과정의 단서가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늙은 별(항성)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나타나는 폭발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탄생하는 블랙홀은 아무리 거대해도 태양 질량의 100배를 넘기 어렵다.

이렇게 항성 폭발로 블랙홀이 탄생할 수 있는 최초 시점은 별이 탄생한 빅뱅 이후 1억년 즈음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 태양 질량의 100배가 되는 블랙홀이 탄생하더라도 현 시점에 태양 질량의 100억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딩턴 한계(항성의 외부 복사압과 내부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로 인해 블랙홀의 성장 속도는 최대 100만년에 자기 질량 2%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천문학계에서는 태양 질량의 수백억배를 넘어서는 블랙홀들을 다수 관측한 바 있다. 항성 폭발로는 이런 초대질량 블랙홀들이 만들어질 수 없기에 학계에서는 별의 죽음이 아닌 우주 공간 내 가스구름이 붕괴되면서 시작부터 거대한 블랙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이번에 발견된 UHZ1 블랙홀 또한 밝기나 에너지를 분석한 결과 질량이 최소 태양의 1000만배~1억배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적인 블랙홀의 질량이 소속 은하계 전체 별들의 10% 수준인 반면, UHZ1 블랙홀은 소속 은하계 내 모든 별들의 질량을 합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무겁다.

나사는 UHZ1 블랙홀의 질량, 방출하는 X선의 양, 제임스웹에 의해 감지된 은하의 밝기 등을 분석한 결과 거대한 가스구름의 붕괴로부터 초대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론적 가설에 모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나사는 향후 제임스웹을 비롯한 우주망원경들이 보내오는 데이터들을 추가 분석해 초기 우주에서 나타난 사건들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나사는 "블랙홀이 일단 형성되면 얼마나 빨리,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는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처음부터 크게 태어나면 더 유리할 수 있다. 묘목을 심는 것이 씨앗보다 더 빠르게 다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것과 같다"며 "우리는 UHZ1 블랙홀이 '아웃사이즈 블랙홀(Outsize Black Hole)'의 첫 발견이자 거대한 가스구름으로부터 블랙홀이 형성된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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