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투자를 안 하는 사람이 소수파고, 불로 소득을 추구하는 일이 당연시되는 오늘날, 학교에서도 금융과 투자를 가르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과연 ‘부자 되기를 위한 경제교육’을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일까?

이 책은 부자 되기, 돈 벌기를 위한 교육에 이의를 제기한다. 자본주의적 경제교육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안한다. ‘다른 경제교육’으로서 노동교육 등이 더욱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며, 학교의 교육과정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 ○○ 주식 사셨어요?” 학생들이 교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학생들의 장래희망은 ‘건물주’가 된 세상이다. 그 배경에는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을 훌쩍 넘어서 점점 확대되어만 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있다. 이런 세상에 발맞추어 학교에서도 더욱 실용적인 경제교육이라며 자산 관리를 가르치는 교육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금융·투자·재테크를 일찌감치 익히게 하는 것은 응당 학교가 해야 할 일인 것만 같다.

그런데 이러한 ‘부자 되기 교육’에 문제점은 없을까? 돈이 전부라는 가치관을 부추기고 사회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는 외면하게 만들지는 않는가? 그런 교육이 투자할 여윳돈이 없는 사람들,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 복지 급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무엇보다도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경제교육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 것인지를 따져 묻는 일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돈벌이에 초점을 맞춘 금융 자본주의적 경제교육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돈을 위한 경제교육’이 확산되는 저변에는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무비판적으로 경도된 사회와 이전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라’라며 경쟁에서의 승리와 개인의 출세를 지상 목표로 삼아 온 교육이 있다. 그러므로 돈을 위한 경제교육을 극복하려면 단지 그 교육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데서부터 학교 교육과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만 한다.

순응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의 갈림길

이 책의 글들은 2022년 초부터 2023년까지 격월간 《오늘의 교육》에 게재된 글 중 선별한 것으로, 자산 가치 폭등과 ‘영끌’의 시대 분위기에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현재는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 상황이 다소 달라졌으나, 금융 및 투자, 불로 소득, ‘부자 되기’에 대한 선망은 여전하다. 다른 한편, 교육부는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을 넣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선회해 ‘노동’, ‘일의 가치’ 등의 내용을 모두 빼 버렸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이 책에 담긴 문제의식들에는 한층 더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지금 교육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순응하고 그것을 확대 재생산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저항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만약 우리가 불평등,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교육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곧 ‘돈을 위한 경제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교육’의 첫걸음일 수 있을 것이다.

1부는 금융·투자가 일상이 되고 자본주의적 경제교육이 박수를 받는 학교의 현실을 그려 낸다. 이와 더불어 그 문제점과 한계를 짚음으로써 경제교육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2부는 본격적으로 대안적 경제교육의 예들을 논한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아닌 다른 경제 모델 및 실험에 관한 교육, 사회적경제교육, 특히 노동교육·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과 의미를 다룬다. 3부에서는 ‘잠재적 교육과정’ 등의 개념을 소개하며, 학교 안 노동의 위계나 학생을 복종시키는 질서 등의 문제를 꼬집는다. 특정 교과 교육의 문제 이상으로 학교의 구조와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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