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사진출처: 에자이 홈페이지 캡처)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사진출처: 에자이 홈페이지 캡처)

20년 만에 약효 논란 없이 등장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의 도입을 앞두고, 국내 의료진 사이에서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제거 관련 임상적 효능을 입증한 첫 신약의 등장에 대해선 고무적이지만 부작용, 비용 등 장벽을 감안하면, 쓰기에 꽤 '까다로운 약'이 될 거란 평가다. 적정한 환자를 잘 선별해 치료하는 게 과제로 남았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기업 에자이가 올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향후 1~2년 내 허가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에선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약물이다. 임상 연구 결과 18개월 동안 레켐비 투여 환자군에서 위약 투여군 대비 뇌 기능의 임상적 저하가 27% 지연돼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신약 등장은 치매 치료 분야에서 희귀한 일이라, 우선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에자이·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2021년 미국에서 승인받았지만 효능 논란으로 외면받았다.

고성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가 까다로운 약인 건 분명하지만 2003년 이후 신약이 없다가 통계적 유의성을 증명한 첫 번째 약이라 임상적 의의가 있다"며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에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영순 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치매 치료는 아직도 나온지 20년 넘은 약들에 의존하고 있다"며 "레켐비 같은 새로운 주사제가 나온 건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출혈 위험 등 고려 시 대상환자 많지 않아

우려도 공존한다. 가장 큰 요소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이다. ARIA는 뇌 영상에서 보이는 비정상 소견으로 뇌 부종이나 뇌 삼출 또는 혈철소 침착을 말한다. 레켐비의 ARIA 부작용 보고 비율은 약 10%로, 아두헬름의 40% 대비 나아졌지만 이 약을 복용한 3명이 뇌졸중, 뇌부종 증상을 겪은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경도인지장애 환자 혹은 초기 단계의 치매 환자에 쓰는 약인데, 출혈 부작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포지질단백E4'(APOE4)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에는 부작용 발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아밀로이드 제거 과정에서 뇌부종과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문제는 지금껏 APOE4 유전자를 알츠하이머 위험인자로 보고 병을 진단했는데, 오히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서 출혈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 APOE4 유전자가 있으면 레켐비 사용 시 효과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혈 경향이 더 심할 수 있어 오히려 해당 유전자가 없는 환자를 선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관리 가능한 출혈이긴 하나, 일상생활 가능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사용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사항을 제외하면 약 사용으로 효과를 볼 환자군이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레켐비는 영상진단장비인 아밀로이드 PET-CT 등을 통해 아밀로이드 양성이 나온 환자 중 치매 초기 혹은 치매가 오기 전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만 사용할 수 있다. 중기 이후 환자에 대해선 미국 등에서 허가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아밀로이드 양성 초기 환자 중 출혈 위험이 적고 APOE4 유전자 없는 환자를 찾아야 하는데, 사실 해당 유전자가 없는 환자들은 그렇게 병 진행이 빠른 편이 아니어서 어떤 환자에 사용해야 할지 의료진으로서 고민이 생긴다"고 말했다.

보고된 출혈은 얼마든지 관리 가능한 수준이란 의견도 있다. 고성호 교수는 "대부분은 관리 가능하고 증상 및 문제를 유발하는 심한 경우는 3% 미만이어서 잘 관리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츠하이머 관련 뇌척수액(CSF) 분석 검사가 국내에서 승인됐고 혈액 진단 관련 연구도 순항 중이어서 레켐비가 국내에 나올 때쯤이면 이들 검사가 적정한 환자를 선별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치료 비용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미국에선 1년 치 약값이 약 2만6000달러(약 35000만원)다. 국내 허가 후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중요해졌다.
 
약물 투여시간은 2주마다 정맥주사로 한 시간 가량 소요된다. 투여 후 일정 시간 병원에 남아 부작용 관찰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 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거점 의료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양 교수는 "아밀로이드 PET-CT를 찍을 수 있고 출혈 의심 증후 보일 때 바로 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대학병원인데, 환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지역별 중심센터를 두고 환자를 전문 케어하는 형태가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레켐비는 부작용, 비용 등 요인으로 인해 환자를 잘 선별해서 써야 하는 약이다"며 "어떻게 선별할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 의사들이 판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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