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인지도가 높은 영남(TK·PK) 의원들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등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당내에서 잠시 꺼졌던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다시 불 지펴지는 모양새다.
특히 인 위원장은 '영남 스타 의원' 사례를 직접 들면서 "희생"을 강조했다. 당 안팎으로 격론이 예상되는 가운데 혁신위가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구체화한 혁신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 위원장은 28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변해야 한다. 한 마디로 TK, PK 당으로는 더 이상 안 통한다"며 "TK·PK 의원들 중 스타들은 서울이나 험지로 나왔으면 한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나는 계백을 좋아하는데 희망 없는 곳에서 안 되더라도 싸워봐야 '뚝심 있다' '용기 있다'고 하지 않겠나"라며 주호영 의원(대구 5선)과 김기현 대표(울산 4선)를 직접 꼽기도 했다.
인 위원장이 전날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스타들이 서울로 좀 와야 한다. 험지에 와서 한번 힘든 걸 도와줘야 한다"며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은 아니"라면서도 "혁신위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전달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인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도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밝히며 영남 의원 교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인 위원장은 관련 질문 때마다 "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야기한 것이지 농담도 못 하나"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인 위원장이 유사한 발언을 거듭하면서 당 안팎에서 잠시 주춤했던 '영남 중진 출마론'이 혁신위가 들어선 이후 다시 불이 지펴지는 분위기다.
인 위원장은 영남 지역 스타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스타, 정말 정치 잘하는 똑똑한 인물, 좋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좀 오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영남 스타 의원이) 누구누구인지 얘기한 적도 없고 (앞으로) 안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영남 스타 의원이 누구인지를 밝힌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영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느냐는 반응이 있다'는 질문에는 "그동안 모든 국민이 희생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이제는 앞으로 정치인이 희생하고 그 이득을 국민이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또 "좋은 의견들을 많이 준다. '국회의원 몇 선 이상 해선 안 된다'도 신선한 것 같고 '지역구도 몇 번 만에 바꿔야 한다' 추천도 들어왔다"며 "그런 건 우리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권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것 역시 선거대책위원회처럼 선거를 관리하는 곳에서 통과시키고 당론을 만들어야 한다. 저를 무슨 당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처럼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지금 (총선 출마) 안 하겠다는 사람이 (출마 선언을) 해도 좋다"며 "하겠다는 사람은 하시라 하고, 안 하겠다는 사람도 '나도 한번 던져보고 싶다'고 하면 대환영이다. 응원해 줄 것"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다음 주 정도에 내려가서 국민 고충을 들을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당에) 건의해서 바뀌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