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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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드라마 등에 이어 K-푸드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의 급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한국의 식판’을 내세운 프로그램부터 유명 연예인들이 국외에 나가 음식점을 차리고 떡볶이, 불고기, 김밥, 라면, 치킨, 짜장면, 짬뽕, 백반 등을 세계인에게 알리겠다는 프로그램들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다. 이를 보며 가슴 벅차다는 시청자도 있는 반면 ‘국뽕’이라며 비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중국요리에 담아온 생각을 읽어내고, 화인 사회가 전 세계 곳곳에서 녹아들고 충돌하며 자리 잡아간 흔적으로 다시 그려낸 근현대사이다.

“요리 자체의 레시피나 그 맛보다는 요리가 받아들여진 사회적 배경, 요리가 이용된 정치 정세를 공들여 고찰한다. 비유하자면, 이 책에서 중국요리는 세계사를 꿰뚫어 살펴보기 위한 렌즈이고 세계사를 그려내기 위한 단면이며 세계사를 봉제하기 위한 솔기이다.”(17쪽)

한 국가의 요리가 세계화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 세계인이 좋아하게 된다는 것일까, 전 세계인이 좋아하도록 요리를 현지화한다는 것일까? 그에 앞서, 김밥이나 라면, 짜장면과 짬뽕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또한, 떡볶이와 불고기는 과연 한국 전통음식인지, 아니면 한국의 전통음식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중국요리를 논하며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중국요리가 끼친 영향,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 중국요리와 화인華人 사회가 각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와 얽힌 궤적을 좇아가며, “중국요리는 왜 이렇게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 “중국요리는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묻는다.

저자는 방대한 사료들을 통해 미국의 촙수이, 한국의 짜장면과 짬뽕, 태국의 팟타이, 일본의 라멘 등 다양한 단계와 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현지화한 중국요리들이 중국 본토의 요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꼼꼼하게 그 길을 따라가본다. 더불어,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으로 대표되는 화인 사회가 각국의 다양한 계층, 집단과 극단적으로 충돌하기도 하면서 부침을 거듭해온 근현대사의 면면을 살펴보는 동시에, 다양한 인종과 사회, 음식과 문화가 섞여들어가고 있는 전 세계 곳곳의 ‘인종의 용광로’를 돌아보게 해준다.

“중국요리는 1941년 중국국민당이 대미 선전을 위해 증정한 판다보다 시기는 조금 늦을지언정 판다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소프트파워’의 원천이 되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국제적 지지를 얻기 용이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이용되어왔다.”(15쪽)

이 책의 말미에는 ‘보론-호떡의 사회사’가 실려 있는데, 2부의 6장에 언급된 한국의 중국요리인 호떡, 잡채, 짬뽕, 짜장면 가운데 호떡 관련 내용을 한반도 화교사 연구자인 이정희 교수(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가 ‘사회사’에 중점을 보충해주었다. 816쪽의 두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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