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새 광역자원회수시설 예정지를 마포구로 최종 결정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지 선정에 이어서 이번에는 불소 검출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마포구 간 공방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옆 2개 필지를 소각장 신규입지로 최종 선정하면서 다음 달 10일까지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2030년까지 신규 소각장을 지하에 건립하고, 지상부엔 문화시설과 전망대·놀이기구·스카이워크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 마포자원회수시설은 2035년에 폐쇄한다.
하지만 마포구는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토양오염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를 비판했다.
마포구는 지난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옛 당인리발전소), 문화비축기지(옛 석유비축기지), 연료전지발전소, 상암동 쓰레기소각장 입지 예정지 등 8곳을 자체 조사했고, 이중 7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불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포구에 따르면 쓰레기소각장 입지 예정지 인근 300m 이내 8개 조사지점 중에서는 1곳을 제외한 7곳에서는 많게는 기준치의 195%를 초과하는 불소가 검출됐다.
신규 소각장 입지 예정지 녹지 2개 지점에서는 각각 424㎎/㎏, 476㎎/㎏의 불소가,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 인근 1개 지점에서는 411㎎/㎏의 불소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인근 2개 지점에서는 각각 779㎎/㎏, 475㎎/㎏의 불소가, 노을그린에너지 인근 2개 지점에서도 각각 531㎎/㎏, 504㎎/㎏이 검출돼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전했다.
토양환경보전법상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물·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준은 주거·학교·공원·어린이 놀이시설 등 1지역과 임야·창고·체육시설·종교시설 등 2지역, 공장·주차장·도로·철도 등 3지역으로 나뉜다.
마포구는 측정 지점이 어떤 지역에 해당하는지 환경부에 질의해 '자치구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는 답변을 받아 지역 기준을 임의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불소의 우려기준은 1지역·2지역에서 토양 1㎏당 400㎎ 이상이다. 3지역에서는 800㎎ 이상이다. 즉 상암수소충전소 인근을 제외한 전 지점이 1·2지역으로 분류돼 우려기준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결국 마포구 주장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1월 소각장 예정지 14개 지점 토양오염도를 측정 당시 이상이 없었다는 서울시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소각장 주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 발표를 수십 년간 믿어온 우리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일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급선무"라며 "서울시와 한국중부발전은 즉각적인 정밀조사와 책임있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구는 법적 허용치를 떠나 서울시민 전체가 즐겨 찾는 해당 지역에, 과다 노출 시 피부나 간, 폐에 손상을 주는 독성 물질인 불소가 다량 검출되는 것 자체가 주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소각장 의존 정책을 멈춰야 한다"면서 "마포구가 지금까지 제안한대로 폐기물량 자체를 감량하는, 보다 근본적인 폐기물 정책으로 대전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마포구가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반박하며 소각장 건립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상암동 신규 소각장 부지는 쓰레기처리장과 오물처리장으로 사용되는 잡종지로, 불소 검출 기준을 2지역이 아닌 3지역인 ㎏당 800㎎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마포구의 토양 오염기준은 착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마포구는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주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각장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시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행정소송 검토에 나선 만큼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