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고려대기환경연구소가 22일 공개한 NASA(미항공우주국)의 해수면 분석자료. 엘니뇨 때문에 적도 부근과 동아시아 지역의 해수면이 평균 해면고도보다 10~12㎝가량 상승(빨간색)한 것으로 확인된다. (사진=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제공)
충북 청주의 고려대기환경연구소가 22일 공개한 NASA(미항공우주국)의 해수면 분석자료. 엘니뇨 때문에 적도 부근과 동아시아 지역의 해수면이 평균 해면고도보다 10~12㎝가량 상승(빨간색)한 것으로 확인된다. (사진=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제공)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5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을 강타한 지난 7월 '지구온난화' 시대는 가고 '지구열대화'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기상 이변의 위험성을 더 이상 '온난화'라는 무난한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전 세계가 극단적이고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가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쳤다.

올 여름은 기후 관측 기록 상 가장 더웠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고다드우주연구소는 최근 올 여름이 1880년 전 세계 관측 기록 역사상 가장 더웠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고다드우주연구소의 분석 결과,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지구 온도는 관측 평균치보다 0.23도 더 높았다. 특히 1951년에서 1980년 사이 평균 여름보다 1.2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사진= pexels 제공
산불 사진= pexels 제공

날씨가 더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 여름 미국 남서부 지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50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캐나다와 미국 하와이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중부 유럽에서는 폭우가 발생했다. 이달 리비아에서는 대홍수가 발생해 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7월 쏟아진 폭우로 청주 오송 지하차도가 삽시간에 물에 잠겨 14명이 숨졌다. 7월 달에는 우리나라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는데 이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50여명에 달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여름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1도 높았고, 1973년 전국 기상 관측 이래 4번째로 더웠다. 또 '극한호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 여름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관측 사상 3번째로 많았다.

이처럼 올여름 전 세계적인 이상고온과 극한호우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 추세에 엘니뇨 현상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가 지속하는 엘니뇨는 지구 온도 상승을 부추긴다.문제는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극심한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98%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극한기후 현상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7월 성명을 통해 "기후가 온난화되면서 점점 더 자주 발생하는 극한 기후는 인간의 건강, 생태계, 경제, 농업, 에너지, 그리고 물 공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행하게도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는 것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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