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인 29일 가족을 떠나보낸 이태원·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상차림 행사가 서울 도심 분향소에서 열렸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다. 여기에는 유가족과 시민들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참사 이후 처음으로 돌아오는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과 각종 전, 과일부터 치킨, 커피, 조각 케이크 등 희생자들이 좋아했다는 다양한 음식이 놓였다.
이정민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오늘은 그렇게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함께 추석을 보내기 위해 자리해 주셔서 아이들이 행복해할 것"이라며 "1년 동안 정말 애써서 열심히 잘 싸워왔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이뤄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행사에는 4대종단(불교·원불교·기독교·천주교) 관계자들도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의식을 진행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면서 분향소는 한때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이를 듣고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이따금 발걸음을 멈추는 모습도 보였다.
강원도 강릉에서 왔다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60대 채모씨는 "늦둥이 딸이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왜 우리 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을까. 올해 2월에 졸업도 앞두고 있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곧 있으면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데 아직 특별법도 제정되지 않은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날 오후 4시16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10번째 돌아오는 추석을 맞이하기 위한 차례상이 차려졌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마련한 추석 차례상엔 희생된 학생들이 좋아했을 법한 커피우유와 피자 등이 약과, 사과, 수박, 곶감 등 사이에 함께 놓였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세월호 유족들과 4·16연대 활동가들 및 시민 50여명은 차례상 앞에서 묵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단순히 추모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고, 함께해서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그 바탕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