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밀정리스트' 포스터. 제공=극발전소301
연극 '밀정리스트' 포스터. 제공=극발전소301

극발전소301에서 2023년 9월 20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학로 민송아트홀 1관에서 연극 신작 '밀정리스트'를 선보인다. 

'밀정리스트'는 1929년 경성에서 일본 총독 암살 거사를 준비하는 의열단 단원들 이야기다. 일제의 탄압과 감시망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단원들은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 앞에 상해에서 건너온 김충옥이 나타나 권총 4정과 탄알 800발, 다량의 폭탄과 군자금 모금명부를 전달한다. 의열단 단원들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사이토 일본 총독을 암살할 거사를 치밀하게 준비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김충옥은 단원들 안에 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곁에 있는 동지들을 하나하나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과연 동료 중에 누가 밀정인가?

작품 속 인물처럼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를 가장한 밀정이 암암리에 활동했고, 이들 가운에는 거물급 독립운동가도 있었다. 친일파나 매국노보다 더 두려운 존재는 항일

단체 내부에서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갈등과 불안을 조장해 조직을 분열시키는 독버섯 같은 스파이였다.   

작품을 집필한 정범철 작가는 KBS탐사보도부의 다큐멘터리를 본 뒤 수많은 밀정들이 독립운동가로 둔갑해 현충원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취재를 통해 밝혀진 밀정 혐의자는 895명임에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밀정은 20여 명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훈 심사나 과거사 청산이 이토록 미흡했다는 점, 독립운동의 이면 속 우리 민족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은 실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엄정한 과거 청산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밀정들. 그들 중에는 일제로부터 월급을 받는 밀정부터 독립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변절과 배신의 비극 속에서도 언제 올지 모르는 해방을 기다리며 끝까지 항일운동을 이어갔던 독립투사들 모습은 더욱 빛을 발한다. 무대에서 이들의 애국혼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순간, 가슴 깊이 경의와 감동이 스며든다.      

'밀정리스트'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들이 바로 잡히길 희망하는 연극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아직 끝난 것은 아니기에 이름 없는 항일운동의 주역들을 찾아 기억하고, 독립운동가로 신분 세탁한 밀정들을 비롯해 일본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극화한 이 연극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과 악랄한 공작 속에서도 숭고한 대한독립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한다. 출연 배우들은 더블캐스트로 진행되는데 ‘세기의 사나이’, ‘타자기를 치는 남자’ 등을 통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동현과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배우 임일규가 김충옥 역을 번갈아 맡는다. 그 외 윤관우, 류지훈, 박수연, 장희재, 허동수, 오문강, 임기현, 이나경, 조승민, 김남호 등이 출연하고, ‘물고기 남자’, ‘대화의 습도’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성진이 연출한다. 예매는 인터파크, 플레이티켓, 예스24 등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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