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각화 사진 = pexels 제공
AI 시각화 사진 = pexels 제공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AI(인공지능)에 이어 이제 냄새까지 구별하는 AI까지 등장했다. 수십년 간 후각을 연마해 온 사람들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보여줬다. AI가 미(美)에 이어 향(香)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미래 AI 조향사, AI 요리사 등까지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와 AI 기업 '오스모' 연구팀은 '그래프 신경망' AI와 13명의 사람의 후각 대결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번 실험은 그래프 신경망 AI와 수십년간 다양한 냄새를 맡아온 요리사 등이 정체 불명의 액체가 담긴 400병의 냄새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결 결과 AI가 사람보다 더 객관적으로 냄새를 인식, 구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생물학자 사이에서 인간의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연구할 가치가 크지 않다는 평을 받아왔다. 인간의 후각은 다른 포유류보다 뇌의 더 작은 부분을 사용하고, 수용체 세포 수도 더 적기 때문이다.

인간의 후각을 두고 '원시적 감각'으로 치부하는 의견도 있었다. 시각이나 청각은 빛의 파장, 소리의 주파수 같은 특성을 반영하지만 후각은 이같은 특성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AI의 '냄새 구분' 능력은 후각도 시각이나 청각처럼 각기 다른 냄새의 분자들을 특성별로 분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10년 전에도 AI를 활용해 향수 등의 냄새를 분류하도록 하는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실험에 활용됐던 화학물질 샘플은 총 69가지였다. 이로 구현 가능한 냄새는 19개였는데 AI가 골라냈던 냄새는 8개에 그쳤다. 유사한 냄새의 샘플들을 분류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에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오스모는 AI에 5000개에 달하는 분자의 구조와 냄새에 대한 정보를 AI에 입력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분자별 패턴이나 냄새의 특징을 학습하고, 특징적인 냄새끼리 연결짓는 것까지 훈련했다.

미시간 주립대 연구팀의 '인간 vs AI' 대결은 이같은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진행됐다. 연구팀은 미지의 액체가 담긴 400개 병을 13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제공하고 어떤 냄새들을 맡았는지 설명하도록 했다. 특히 이들 '사람' 참가자에게는 AI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까지도 숨겼다.

400개 병에 담긴 냄새는 과일 향, 생선 비린내, 소나무 향기, 치약·민트처럼 시원한 냄새를 비롯한 총 55개였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후각 전문가들조차도 각 개인마다 인식하는 냄새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팀은 AI의 예측과의 비교를 위해 인간 후각의 평균 등급을 도출했다.

AI는 55개에 달하는 냄새 중 절반 이상을 사람보다 객관적인 구분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어려운 성과를 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을 정도였다.

AI 후각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간과의 대결 이후에도 50만개의 가상 화학 구조물을 만들어 AI에 추가로 학습시켰다. AI는 새로운 음식, 향수, 세정제 등 다양한 일상 제품들의 냄새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하면서 이를 구분하기 위한 방법까지도 빠르게 추론해냈다.

물론 지금 당장 AI가 인간이나 동물에 준하는 후각 능력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분자들의 구조를 냄새와 연결지어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입증했지만,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 복잡한 냄새들을 완벽하게 인지하는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혼합물'을 다음 도전 과제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특정 분자 구조의 단일 냄새만을 구분했다면, 이제는 실제 환경처럼 다양한 냄새들이 섞여있는 것까지 분류할 수 있도록 AI를 진화시킨다는 목표다.

오스모 소속 신경과학자 릭 저킨은 "이제 혼합물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AI의 알고리즘이 다음에 (혼합물 냄새 구분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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