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감토크>입니다.

이번 공감토크는 ‘시니어 굿즈’ 아이템으로 노년 일자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업 두 곳을 만나봅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 있어 노년층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을 창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충분한 노동력과 대가가 주어지는 ‘괜찮은 일자리’이면서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이뤄지는 ‘세대 소통’의 비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는 이 같은 이상을 실제로 구현한 기업 두 곳을 매칭했습니다. 바로 서울 강동구를 거점으로 시니어와 청년이 함께 만드는 브랜드 ‘신이어마켙’을 운영하며 빈곤노인들에게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를 선물하는 ㈜아립앤위립과 강원도 춘천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을 슬로건으로 뜨개 관련 시니어 굿즈를 제작하는 ㈜나누스페이스입니다. 두 곳 기업 이야기를 통해 시니어 굿즈에 대한 시각과 더불어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의 삶과 일자리에 대한 고민도 나눠보고자 합니다. 

왼쪽부터 엄정은 ㈜나누스페이스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나누스페이스 팀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엄정은 ㈜나누스페이스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나누스페이스 팀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심현보(이하 심): 반갑습니다. 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 대표 심현보입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죠? ‘나 아(我), 세울 립(立)+우리(We), 세울 립(立)’의 합성어예요.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우다’란 뜻인데, 여기서 ‘나’는 개인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뜻하고요. ㈜아립앤위립은 법인명이고, 브랜드로 ‘신이어마켙’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폐지수거노인 등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 그것들을 콘텐츠 화하고 있죠. 서울 강동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브랜드 성장에 따라 지역을 확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이어마켙은 온라인몰로 운영되는데, 10월 2일 노인의 날을 기점으로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어요. 올해로 3회 차를 맞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별도로 팝업스토어 협업 제안 협의도 진행 중이라 오프라인에서 여러 방식으로 신이어마켙을 소개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엄정은(이하 엄): 관심 있게 지켜보던 기업의 대표님을 직접 만날 기회가 생겨서 저도 무척 반갑습니다. 춘천 소재 ㈜나누스페이스 대표 엄정은입니다. 나누스페이스는 지난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득했고, 지역에서 문화예술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나누스페이스는 아이들 관련 예술 놀이 문화 사업으로 출발했는데, 해당 사업에서 아이들 놀잇감을 제작해 줄 분들이 필요했어요. 다만 우리가 딱 원하는 놀이에 적합한 기성품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뜨개와 재봉틀이 가능한 시니어 분들을 떠올리게 됐어요. 20~50대에게 뜨개와 재봉틀은 취미의 영역이지만 시니어 분들에게는 일상이었으니 얼마나 재주꾼들이시겠어요. 맞아도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공놀이가 가능한 양말공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애착인형 DIY 상품인 ‘나바인형키링’ 등 여러 작업을 시도해 봤어요. 다만 손으로 제작해서 만드는 놀잇감을 개별 상품화하기에는 판매 단가가 다소 높게 책정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심: 맞아요. 저희도 수제 노트 제품을 만들어 봤는데, 비용도 그렇고 수제로 하는 모델의 경우 대량 판매를 기대할 수 없겠더라고요. 대량으로 제작하기 위해 공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자체 제조 및 생산 등으로 방식을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엄: 저희는 상품이 아닌 ‘놀이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각종 행사나 문화 공간에 지자체나 기관이 원하는 구성의 놀이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 안에 사용되는 놀잇감을 시니어 분들이 제작하는 방식이에요. 규모 있는 매출이 가능한 반면 비정기적이라 고민도 많지만 이 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 모델을 그리고 있어요. 

​Q. ‘시니어 굿즈’로 제작하고 있는 상품들이 궁금합니다.

심:저희가 제작하는 시니어 굿즈는 문구류가 많아요.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스티커예요. 어르신들의 손글씨와 손그림이 담긴 상품들인데요. 일주일에 1,000만 원 정도 판매됐던 시기도 있었어요. 신이어마켙 브랜드를 사랑하는 팬(애칭은 준이어)들이 많아서 5~6년 동안 홍보에 크게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여 명이라는 든든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어요. 이분들이 먼저 나서서 브랜드 홍보에 나서주기도 하고요. 저희의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이 98% 정도 차지하고 있어요. 

㈜아립앤위립이 운영하는 브랜드_신이어마켓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아립앤위립이 운영하는 브랜드_신이어마켓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엄: 나누스페이스는 놀이 콘텐츠로 제작되는 방식이라 해당 콘텐츠에 따라 여러 가지 것들을 어르신들이 만들고 계세요. 가장 처음에 했던 건 뜨개로 만든 보틀 병이나 재봉틀로 만든 손수건 등이 있었고요. 타이벡 현수막을 수거해 파우치나 종이가방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반려동물 모자 등의 소품도 제작해 보고 있고요. 또 남성 시니어 분들에게 자연물이나 원목 채취를 요청드리기도 해요. 자연물을 갖고 창의적으로 놀이하는 콘텐츠도 계획하는 중이거든요. 

​Q. 노년 일자리, 두 곳은 어떻게 창출하고 있나요? 

​심: 저희가 고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정규직이 한 분, 파트타임이 열다섯 분이에요. 정규직 어르신을 포함한 여섯 분이 정예 멤버인데, 올해 78세이신 정규직 어르신이 가장 막내세요. 왕 언니는 90세이고요. 아마 나누스페이스에서 일하는 시니어 분들이 상대적으로 연세가 더 낮지 않을까 해요. 지금 함께 일하는 어르신들은 모두 저소득 차상위 계층인데, 저희는 일반 어르신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어요. 어르신 일자리는 점차로 공공의 역할, 복지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그렇다면 민간에서 우리가 할 일은 65세 이상 어르신 중에 일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거예요. 꼭 폐지수거를 하지 않아도, 소득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함께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우리가 책임지되, 앞으로 채용에서는 평균 연령을 좀 낮추려고 해요. 

㈜나누스페이스 시니어 굿즈 이야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누스페이스 시니어 굿즈 이야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엄: 대표님 말씀처럼 저희 시니어 분들 연령대가 조금 더 낮긴 하네요. 정규직은 두 분인데, 한 분은 58세, 또 한 분은 70세예요. 파트타임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딱 정해져 있진 않은데, 대략 다섯에서 여섯 분 정도고 평균 60세예요. 정규직 어르신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서 재봉틀과 손뜨개, 자수를 만드는 제조 영역의 일을 하세요. 

​심: 아립앤위립의 정규직 어르신은 아주 다양한 일을 하십니다.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포장도 하고, 양말목으로 공예품도 만드세요. 상품 촬영할 때는 모델도 하시고요. 지금도 6.25참전용사를 기억하기 위한 굿즈 상품을 열심히 포장하고 계시고, 조금 있다가는 촬영도 나갈 참이시죠. 

또 다양한 협업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계세요. 올해 진행한 협업 중에 가장 잘 표현된 건 스킨푸드의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었어요. 카카오와 함께 4월 1일 만우절이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선물하기’ 화면을 어르신들의 손그림과 손글씨로 채우는 협업도 있었고요. 어르신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셨던 협업은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인 ‘에어로케이’와의 협업이었어요. 탑승권 이름이 어르신들의 손글씨로 담기고, 비행기 좌석마다 어르신들의 글씨와 그림을 선보이는 신선한 시도였죠. 특히 비행 안내 방송을 어르신들이 직접 녹음하는 경험은 아주 특별했어요. 가급적이면 어르신들이 다양한 브랜딩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하는 한편 이렇게 의외성 있는 콜라보를 통해 시니어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엄: 단순히 제품을 제조하는 것 이상의 경험이 참 특별하죠. 저희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라고 하면 어르신들이 직접 강사로서 강의에 선 때예요. ‘커먼즈필드 춘천(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버려지는 의류, 수명을 다한 의류로 가랜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재봉틀 사용법을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는 역할을 맡으셨었어요. 정말 다들 너무 즐거워하고 보람도 크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왕 언니 분은 나누스페이스가 생애 첫 직장이에요. 막내딸로 곱게 자라 시집가서 살림만 하시던 분인데, 저희와 연이 닿아 본인의 손재주 역량을 맘껏 펼치게 되니 정말 좋아하시죠. 간혹 정규직 어르신들의 친구분들이 놀러 와서 ‘무료로 일을 도와주겠다, 포장할 것은 없냐’ 하시는데, 어느 날은 나누스페이스를 다 같이 기도하고 계시다는 거예요. 나누스페이스가 잘 돼야 우리 같은 사람들도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요. 참 그 마음들이 뭉클하게 감사하면서도, 어떤 사회적인 책임감도 느끼게 돼요. 정말 잘 돼야지! 의욕도 북돋게 되고요. 

이야기 나누는 엄정은 ㈜나누스페이스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나누스페이스 팀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야기 나누는 엄정은 ㈜나누스페이스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나누스페이스 팀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4. 어르신들과의 협업, 현장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심: 처음 시작하면서는 어르신들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시작부터 난관이었죠. 당신들의 그림으로 제품이 만들어진다는 걸 설득하는 데 한 1년 걸린 것 같아요. ‘이 늙은이가 그린 게 무슨 돈이 되고, 상품이 되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그게 가능하다는 걸 설득하기까지 진짜 오래 걸리고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르신들하고 같이 있으면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아서 감사해요.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세월 동안 관습화되고 습관화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사실 어르신들하고 일한다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아요. 다만 어르신들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그 안에서 심심치 않게 여러 교훈을 발견하게 돼요. 혹시 이 질문을 예상하셨던 걸까요? 우연치 않게 오늘 점심을 함께 한 시니어 어르신께서 ‘대표님의 멘토가 누구냐’고 물어보셨거든요. ‘어떤 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도 하고 상의를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근래 제 인생의 가장 큰 멘토는 우리 옥자님을 포함한 우리 시니어 어르신들이다’라고 답했고요. 기다리는 법, 이해하는 법, 인내하는 법, 이런 것들을 그냥 일상에서 자연스레 제가 배우고 있거든요.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이 시니어들과 같이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지 않나 싶어요. 

엄: 어르신들을 ‘옥자 님’, 이런 방식으로 부르시나 봐요?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심: 네, 시니어 분들을 모두 이름으로 불러 드리고 있어요.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심리 관련 포럼의 발제자로 나설 일이 있었는데, 발제 내용이 우리나라는 ‘노인’하면 그냥 ‘65세 이상’을 모두 집단화시킨다는 문제였어요. 60대‧70대‧80대‧90대 연령별로 나뉘고, 여성‧남성 그리고 개인마다의 욕구와 욕망이 다른데 그냥 묶어서 ‘늙은 사람’으로만 취급하게끔 만들죠. 고령화 시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이를 대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봐요. 가장 먼저 해야 될 건 개인화‧개별화예요. 누구누구 엄마, 누구누구 댁, 김 씨, 박 씨처럼 불분명한 호칭 대신 오롯이 본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작은 조직문화, 이 자체가 이분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첫 단계라고 생각해요. 아립(我+立)의 시작이죠. 

엄: 반대로 저희는 어르신들과의 협업을 시작하면서 우려나 근심은 사실 전혀 없었어요. 우리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분들이었고, 우리의 필요에 시니어 분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보다는 그분들의 방식에 저희를 맞춰갔거든요. 

예를 들어서 재봉틀이나 뜨개를 하는 여자분들 말고, 남자 시니어 분 중에 퇴직 후 일상이 텃밭을 가꾸시다 산에 가고 하시는 분이 있어요. 이런 분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의 방식이 뭘까 고민했을 때 모셔다가 포장이나 제조하는 방식을 택하고 싶진 않았어요. 대신 이런 방식을 제안했죠. 등산하면서 가지나 나무가 있으면 채취해 달라고요. 채취한 자연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이 꼬물꼬물 갖고 놀 수 있는 소재가 되고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계신 어르신 중 한 분은 집배원 일을 하다 퇴직하신 분이에요. 그럼 이분은 배송에 있어 전문가니까 배송 관련한 일을 연결해 볼 수 있겠다 생각해요. 저희는 어르신 개개인의 성향과 잘할 수 있는 일을 매칭하고, 발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아립앤위립 시니어 사원증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아립앤위립 시니어 사원증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수익 창출은 어떤가요? 

​심: 저희는 어르신들의 서체나 그림에 대해서 저작권료를 드려요. 또 분기별 정산 시 순수익의 10%를 어르신들의 몫으로 책정해요. 불로소득이죠. 시니어마켙 팬분들이 ‘내가 사는 제품의 몇 %가 어르신들한테 가냐’라는 질문을 꽤 많이 하세요. 소통하는 브랜드인 만큼 팬분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정이지만 별로 하고 싶은 방향은 아니에요. 그 이득을 기업이 취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어르신들도 정당하게 노동을 하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분들이지 ‘기부나 후원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발생한 수익으로 제품을 개발하거나 더 많이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브랜드와 사회가치 사이에서 더 좋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엄: 나누스페이스의 수익 창출은 기관 대상으로 이뤄지다 보니 비정기적일 수밖에 없어요. 이런 고민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지난해 ‘시니어마켙’을 알게 됐어요. 시니어마켓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니어마켙을 발견한 거죠. 약간 결이 다른 건 아립앤위립은 디자인 콘텐츠가 우선이라면 저희는 물품 중심이라는 점이에요. 시니어 분들의 활동을 통해 제작된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했고, 그럼 어떤 물품을 만들어 내면 좋을지 연구하는 동안에 시니어마켙 사례를 알게 됐어요. ‘이런 곳이 있구나’ 했고 우리의 가능성도 제고해 보자 했고요. 어르신들과 할 수 있는 작업을 탐색하고 발굴하는 역량을 사업적인 영역에서도 발휘하면서 수익 창출 모델로서 시니어마켓을 고려하고 있어요. 

우선 올해는 어르신들의 활동을 전면에 내세워 보려고요. 사회에 가치 있고 꼭 필요한 일인 만큼 널리 알리 필요도 있고, 또 안 해 버릇 하니까 오히려 설명이나 활동하기가 더 힘들더라고요. 스스로 잘 하고 있는 것들은 외부에도 잘 표현해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나누스페이스_시니어 굿즈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누스페이스_시니어 굿즈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향후 사업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엄: 직접 제조하는 부분, 뜨개나 재봉틀은 일부 품목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시니어마켙처럼 인쇄‧제작물이나 OEM 가공할 수 제작 방식으로 갖고 가게 될 듯합니다. 점차 시니어 일자리도 늘리는 방식으로요. 

또 궁극적으로는 나누스페이스의 세 꼭지인 ‘어린이-지역 예술작가-시니어’를 계속 연결해 나가려고 해요. 디자인은 작가와 시니어들의 협업으로 탄생하고, 어린이들은 디자인 소스로 파생된 어떤 것들을 향유하는 모델이요.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를 중심에 두고 그 놀이 문화에 쓰이는 것들을 할머니들이 제작하고, 또 거기에 필요한 디자인 등은 지역 예술가들이 뒷받침하는 형태죠. 지금도 이뤄지고 있지만 비정기적이다 보니 다르게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아립앤위립의 시니어마켙을 선례로 삼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엄정은 ㈜나누스페이스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엄정은 ㈜나누스페이스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심: 저희는 일을 할 수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일자리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너무 크네요.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시니어마켙의 하위가 될 수도 있기도 한데, 그런 고민들을 다양하게 해보고 있습니다. 

​Q. 내가 생각하는 노년의 ‘괜찮은 일자리’란?

​엄: 노년의 일자리는 자존감 같아요. 이 나이에도 내가 일할 수 있고, 당당하게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 회복’이요. 체력적으로 9 to 6은 어렵지만 하루에 단 몇 시간이라도 일하면 행복하다고 말씀하시거든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지켜드리면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것, 그건 저희 몫이고요. 

심: 어렵네요, 하하하. ‘서로의 적정성을 맞출 수 있는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 같아요. 예를 들어서, 시니어에게 첨단 IT 기술을 요구하긴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시니어도 아주 단순한 일자리만을 원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어르신들한테 말도 안 되는 기술력을 요하지도 않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식도 아니면서 서로가 맞춰지는 중간 지점이 있을 겁니다. 기업 스스로도 노력하겠지만, 점차 사회적 합의나 타협도 함께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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