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한 원장관과 이한준 LH사장. 사진=뉴시스 제공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한 원장관과 이한준 LH사장.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7월31일 이후 심사를 진행한 설계공모 및 감리용역 중 전관업체가 참여한 사업 11건에 대한 심사 및 선정을 취소했다.

LH는 20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LH는 현재까지 계약시점에서 제출된 임원확인서 및 용역업체 유선 확인절차를 통해 7월31일(LH 철근누락 단지 전수조사 결과 발표시점) 이후 심사·및 선정 절차를 진행한 용역 현황을 공개했다.

그 결과 이날 기준 심사·선정이 완료된 계약 중 전관업체 참여 설계공모는 총 10건으로 561억원 규모이고, 감리용역은 87억원 규모의 1건으로 파악됐다.

또 심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설계공모는 총 11건(입찰공고 중 10건·심사진행 1건)으로 총 318억원 규모, 감리용역은 12건(입찰공고 중 6건·심사진행 6건)으로 총 574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해당 현황은 추가 사실여부 확인을 진행 중으로 수치가 늘어날 수 있다.

LH 관계자는 "지난 15일 LH 설계·감리 용역에 대한 전관업체와의 입찰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지시사항이 있었다"며 "7월31일 이후 진행한 모든 설계·감리 용역에 대한 후속절차를 중단하고 처리방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찰자가 선정되지 않은 용역(22건)의 경우 입찰제안서만 제출해 법률관계가 미성립됐기에, 발주부서(LH)의 불가피한 사유로 보아 해당 공고의 취소를 추진한다"며 "심사·선정이 완료된 용역은 LH 전관이 없는 경우 계약 절차를 정상적으로 이행하되 전관의 재직이 확인된 설계 10건 감리용역 1건은 심사·선정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H는 심사 및 선정이 취소된 용역 11건(648억원 규모)과 향후 발주할 용역에 대해 정책사업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전관업체 입찰배제를 위한 LH 계약·심사 관련 내규를 신속히 개정하고 사업순위 조정 병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설계 및 감리용역 업체 선정시 LH 퇴직자 보유업체의 수주가능성 최소화를 위해 'LH 퇴직자 미보유 업체 가점부여 및 퇴직자 명단 제출 의무화'를 내부 별도 방침으로 즉시 시행하고, 용역입찰유의서 등 LH 내규 개정을 통해 전관업체의 설계 및 감리 용역 참여 전면 배제 방안도 기재부 특례 승인을 거쳐 시행을 추진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현재 심사·선정이 취소된 11개 사업으로 인해 나오는 물량이 2800가구 정도 되는데, 공공주택 50만가구 공급일정 차질과 관련해 미뤄진 사업을 당겨서 전체적으로 공급 물량에 차질이 없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철근 누락 등 책임이 드러난 업체의 경우 입찰제한 기간을 기존 2년에서 대폭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만약 컨소시엄 등으로 인해 전관이 없음에도 계약이 취소된 업체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보상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전관 차단을 위해 LH 퇴직자 및 전관업체 전수조사를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DB 구축을 즉시 추진하고, 관련기관 협의가 필요한 ▲취업심사제도 ▲전관업체 용역계약 제한 등 방안도 10월 중으로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최근 5년 내 LH와 설계·감리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는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토대로 DB를 우선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추가 및 확대할 방침이다.

또 인사혁신처와의 협의를 통해 취업제한 대상기업 확대 등 LH 취업심사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전관업체의 경우 계약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우선 공공 역할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민간 자유경쟁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전면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LH 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등 국토부 전체의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에 대해 국토부부터 전반적으로 단절시키고, 나아가 공공분야의 전관 및 심사위원 유착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개혁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LH와 국토부의 보고 이후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된 토론에서는 "LH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관유착이 본질은 아니다"라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먼저 함인선 BHW 건축도시연구소 대표(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LH의 중앙집권 체제를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발주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발주를 도시공사, 철도공사 등 각 부처마다 발주하게 돼 있는데 영국·프랑스·미국 등은 모두 조달청 산하의 국가공공기관에서 발주를 한다. 이처럼 공공건축지원센터를 둬서 발주 뿐 아니라 기획과 건물 유지관리까지 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LH를 해체해야 한다. 발주는 지방공사에 넘기고 중앙에서는 순수한 공공주택 입찰만 하는 모델로 바꿔야 한다. 또 LH 직원 절반을 현장에 내보내 현장 대책 감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대한건축학회장)는 "전관 카르텔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이 문제가 전관 카르텔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다소 표면적이고 제한적, 정치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부든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신도시를 개발해야 하는 등 국민들을 위해 풀어야 하는 숙제들이 있고, 그 과정에서 LH의 기술직들이 상당히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LH의 긍정적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나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LH에 (해체 등) 대변화가 생긴다면 장기적으로 공공주택 등의 수급을 어떻게 해나갈지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금 단계에서는 (해체가) 해법은 아니다. 문제는 불공정 하도급이기에 이 문제를 분명하게 짚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 장관은 "국토부나 LH가 실천의지만 가지면 할 수 있는 부분, 또 대통령께 보고드린 뒤 정부가 부처협의만 마치면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선 시급하게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와 우리 사회 전체의 관행을 바꾸기 위한 범국가적인 그리고 입법적인 변화, 즉 전 업계의 동참이 필요한 부분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더 넓은 범위의 대표들을 모시고 수시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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