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서구 탄방동 ‘둔산 자이 아이파크’ 견본주택. 사진=시민 제공
대전광역시 서구 탄방동 ‘둔산 자이 아이파크’ 견본주택. 사진=시민 제공

'순살 아파트’는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붙여진 오명이다. 시공사가 철근을 누락하거나 부실하게 시공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간의 구조계산 오류와 감리 부실 문제도 붕괴의 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건설전문가와 정치인들은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이 부실 공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해체하고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같은 공법이 사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 만큼, 향후 정비업계 및 분양 시장에서 ‘순살아파트’에 대한 의심과 불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동시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잇단 붕괴로 논란의 중심에 선 시공사 ‘GS건설’과 해당 기업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에 대한 불신이 주택 정비시장 및 전국 아파트 분양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곧 집값’이라는 인식하에 유명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주택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현장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유명한 시공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같은 지역 내에서 비슷한 조건을 갖춘 현장이라 하더라도 브랜드 이름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붕괴 사고와 부실공사 논란으로 사라졌다. 올해 4월 말, GS건설이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발주로 시공한 인천 검단 신도시 내 아파트 주차장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시작이었다. 해당 현장은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붕괴의 주요 원인이 철근 누락이라는 점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앞다투어 ’순살건설’, ‘순살아파트’라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에서 발생한 외벽 균열과 강남구 ‘개포자이’, 동작구 ‘흑석자이’에서 발생한 침수 논란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순살아파트’ 시공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만 갔다.

여기에 최근 3년간 공동주택 하자분쟁 신청이 가장 많이 발생한 대형건설사가 GS건설이라는 통계 자료가 공개되며 기름을 부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 1~10위에 해당하는 건설사 중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된 업체가 GS건설이었다. 이 기간 동안 시공능력 1~10위 건설사 앞으로 신청된 하자분쟁 건수는 2055건으로, 이 중 무려 573건이 GS건설 앞으로 신청된 건수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 사업지에 걸린 현수막. 사진=주민 제공

이처럼 논란이 지속되며 주택 정비를 추진 중인 주민들이 GS건설과 자이에 대한 ‘보이콧’을 외치는 현장도 늘어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에는 ‘순살업체는 미도 출입 금지’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사실상 GS건설의 입찰 참여를 반대했다. 해당 현수막은 약 720여명이 참여한 단지 주민들의 모임 ‘미도재건축협의회’가 제작한 것으로, 주민들의 뚜렷한 의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GS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한 현장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소유자 모임은 올해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정했지만 지난 5일,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을 상정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분담금 문제, 공사 등 계약 조건을 내세웠지만 부실공사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탓에 일반 분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고 재산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걸린 현수막. 사진=주민 제공
인천 검단신도시에 걸린 현수막. 사진=주민 제공

또 다른 현수막들에서도 민심을 읽을 수 있다. GS건설이 시공하던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내 아파트에 ‘검단 주민 다 죽는다. 정부와 인천시는 순살아파트 시공사를 검단지역에서 퇴출시켜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GS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대전에 공급하는 ‘둔산 자이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에도 ‘우리 주민들은 불안하다. 또 다시 붕괴사고 날 것인가’ 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업계는 지금 국토교통부가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과 관련 기관에 어떠한 조치를 취할 지 주목하고 있다. 이달 중 발표될 징계 수위와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따라 GS건설의 향후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면 등록말소와 더불어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만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공공사업은 물론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이 금지되고 건설업 등록말소 처분을 받는다면 해당 기업 이전까지 수주 실적 등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과연 국토교통부는 GS건설에 대해 어떠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인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달 20일 입찰이 진행되는 가락프라자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맞대결이 어떠한 결과를 빚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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