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리뷰=김우선 기자] #사례1. 직장인 A씨는 부산 출장 건이 생겨 일주일 전쯤 KTX 예매를 위해 코레일 앱에 들어갔다. 주말에 내려가서 하루쯤 쉬고 월요일에 업무를 시작할 참이었다. 그런데 주말에 부산 내려가는 KTX표가 전부 매진이라 할 수 없이 비행기 표를 예매해야 했다.

#사례2. 서울에 사는 기자 B씨는 세종시 모 기관에 출입하는 까닭에 틈틈이 KTX를 이용해서 오간다. 그런데 KTX 예매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서 자리가 없는 자유석밖에 없어서 서서 가기 일쑤다.

코레일 앱에서 대부분의 표가 매진이다.(사진=앱 화면 캡처)
코레일 앱에서 대부분의 표가 매진이다.(사진=앱 화면 캡처)

요즘은 과거처럼 ‘7말8초’에 여름 휴가를 쓰지는 않지만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KTX 표 예매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의 코레일 앱에 들어가보면 1~2주 전의 표는 상당수가 매진이다. 정말 그럴까?

최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KTX 표가 항상 매진이 많은 이유로 KTX 공식 앱에서는 황금시간대는 다 매진인데 야놀자 앱에서는 좌석이 널널하게 남아있다면서 KTX와 야놀자가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 KTX에서 상품석이라는 것을 만들어 야놀자 앱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KTX 표가 대부분 매진이라 표 구하기가 어렵다는 질문에 대해 코레일 측의 공식 답변은 이랬다. “최근에 매진이 많은 건 코로나 이후에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까 아무래도 철도 이용이 늘어난 것이 이유다. 이건 KTX 뿐만 아니라 다른 철도 운영사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차권 매진 현상은 KTX 승차권 발권 운영사인 코레일이 야놀자를 비롯한 여러곳의 여행사 플랫폼과 승차권 발권을 공유한 것이 불러온 것이라는게 여행업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레일은 2019년  야놀자와 여행 레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야놀자 앱을 통해 코레일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으며, 철도와 연계한 여행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이 구입하는 열차 승차권이나 숙박시설, 레저 액티비티에 맞는 연관 상품과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른 여행플랫폼과도 같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과 야놀자가 여행 레저문화 확산을 이유로 KTX 표를 공유하는 협약식을 가졌다.(사진=코레일 제공)
코레일과 야놀자가 여행 레저문화 확산을 이유로 KTX 표를 공유하는 협약식을 가졌다.(사진=코레일 제공)

협약내용에 따라 코레일은 일정 비율의 KTX 및 타 철도의 좌석을 ‘상품석’으로 분리해 여행 및 숙박업소들과 실시간으로 예약을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열차에는 일반석과 상품석이 있는데 일반석은 일반 승객이 매표소와 코레일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이고 상품석은 미리 계약을 맺은 여행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좌석이다. 코레일은 상품석을 실시간으로 연계해서 공동으로 판매하는 여행사가 80여 곳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상품석 표는 일반 승객에게는 매진으로 뜨지만 다른 여행사 앱에서 보면 예약할 수 있는 좌석으로 보이는 것이다.

야놀자 앱의 기차표 예매 화면(사진=야놀자 화면 캡처)
야놀자 앱의 기차표 예매 화면(사진=야놀자 화면 캡처)

그래서 직접 코레일과 야놀자 두 앱을 비교해봤다. 8월 11일 금요일 새벽 5시 12분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표를 코레일 앱에서 검색해봤다. 16호차에는 역방향의 좌석 3개만 예약 가능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번엔 야놀자 앱으로 검색해봤다. 똑 같은 날짜, 시간대의 같은 16호차는 일반실 60석 가운데 49석을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묶음 판매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코레일 앱(좌측)에서는 잔여석 3석인데 야놀자 앱(우측)에서는 잔여석이 49석이나 있다.(사진=화면 캡처)
코레일 앱(좌측)에서는 잔여석 3석인데 야놀자 앱(우측)에서는 잔여석이 49석이나 있다.(사진=화면 캡처)

야놀자의 경우, 상품석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선 야놀자에서 지정한 숙박이나 레저 상품을 무조건 묶음할인으로 같이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야놀자 앱에서도 ‘기차는 반드시 국내 숙소 상품과 함께 예약해야 하며 취소는 전체 취소만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는  야놀자 뿐만 아니라 무브, 쏘카 등 다른 플랫폼도 비슷하다. 

일반석과 상품석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판매되지 않은 상품석은 언제 일반석으로 변경되는지는 열차마다 시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코레일에서 확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면 전체 60석 중 49석이 상품석인 걸 보면 약 80% 정도의 좌석이 야놀자에 할당된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에서 최소 2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한 걸 보면 하루 전쯤 상품석에서 코레일 일반석으로 풀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숙소를 굳이 예약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코레일 앱에서 상품석이 일반석으로 바뀔 때까지 취소표를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숙박 앱을 사용할 수 없는 나이대의 미성년자는 야놀자의 상품석 승차권을 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야놀자 앱에서 철도 승차권은 숙박상품과 묶음으로 같이 구매해야 살 수 있다.(사진=화면 캡처)
야놀자 앱에서 철도 승차권은 숙박상품과 묶음으로 같이 구매해야 살 수 있다.(사진=화면 캡처)

이에 대해 야놀자는 “지난 2020년부터 코레일과 협력해 승차권 예매 서비스를 내놓는 등 지역 상생을 위한 철도 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상품석 승차권은 야놀자 단독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며, 80여 곳의 다른 여행사들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며 “KTX를 기점으로 ITX-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서비스를 지속 넓히며 고객 편의를 제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 레저문화 확산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야놀자가 KTX 표를 대량 선점해 일반 KTX 이용객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해당 상품석을 놓고 여러 논란들이 있어서 8월부터 상품석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고, KTX 표 매진 임박 시 모니터링을 통해 상품석을 일반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리뷰타임스와의 콘텐츠 제휴로 국민리뷰어가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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