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준호 풀씨행동연구소 소장, 노건우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국토정책평가실 연구위원,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가 전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숲과나눔
왼쪽부터 최준호 풀씨행동연구소 소장, 노건우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국토정책평가실 연구위원,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가 전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숲과나눔

(재)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이사장 장재연)는 지난 7월 26일 재단법인 숲과나눔 강당에서 ‘재생에너지와 자연의 공존은 가능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 계획 수립단계부터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입지를 발굴하고, 시설 계획 및 운영 등의 과정에서 단계별 완화방안을 적용함으로서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확대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갈등을 줄이고 발전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부문 간 협력적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세미나의 발제를 맡은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국토정책평가실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도 보호지역에 입지한 재생에너지가 생물다양성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초기 육상태양광 발전이 대부분 지가가 낮은 산지에 조성되어 기존 산림과 지형의 훼손을 유발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호지역에 대한 회피나 사업 영향 저감 방안, 기초자료 조사 등에서 아쉬웠던 기존의 사례를 소개하며 “생태 부문에서 공간 데이터가 구축되면, 사전예방적인 공간 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사업마다 각기 대응하면서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이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생물다양성에 민감한 지역들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여 사회와 생태, 재생에너지 자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우선적으로 입지시키자는 것이다.

토론을 맡은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은 한국 사회의 생태 정책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총량적 관점에서 생물다양성의 순손실방지(No net loss)의 원칙을 바탕으로 해야 유연한 지역 맞춤형 공간계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 주기 전반에 걸친 단계적 완화 방법(Mitigation Hierarchy)를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 연합의 경우에는 공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에 적절한 부지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신 캠페이너는 “유럽의 경우 전체 국토의 70%가 농경지이기 때문에 농경지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입지시키는 방식을 주로 제안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전체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공간 데이터와 총량 관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 역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입지에 따르는 영향을 저감하기 위해서 충실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선의 조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생태계서비스지도, 도시생태현황지도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입지 가능 면적을 분석하고 다양한 공간계획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어야 정책결정권자와 시민들이 합리적인 논의와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건우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구 가열의 속도는 이미 너무 빠르고 대부분의 생물종이 한 세대 내에서 적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원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재생에너지 보급 사이 정합성 제고를 위한 정책도구로서 국토종합계획과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최근 EU와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물질흐름계정 역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풍력과 바이오에너지 역시 농산어촌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군 단위의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 의무화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향후 바이오매스와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이슈 역시 생물다양성과 재생에너지가 충돌하는 중요한 지점”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목재와 바이오매스로 인한 생태계 영향을 다른 산림 부국에 외주화시켜온 만큼 올바른 산림경영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규제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적정한 태양광 입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며, “필요한 규제를 도입하고 필요없는 규제는 완화하면서 생태계 보전과 에너지 전환을 함께 해나가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연구원은 “유럽의 시민사회가 2022년 공동 성명을 통해서 기후 대응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강력한 10가지 정책을 요구한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여러 시민사회와 연구기관, 정부가 모여 민관협력 플랫폼을 구성하여 생태계와 에너지 전환의 공존을 논의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좌장은 맡은 최준호 풀씨행동연구소 소장은 “한국사회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보다 성장 신화가 여전히 주류인 것 같다”며, “다가올 총선과 대선 등의 정치적 공간에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보전이 조금 더 주류적 고민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나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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