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감토크>입니다.

이번 공감토크는 장애인 취업 중 여전히 어려움이 큰  장애유형으로 꼽히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현장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춘천 소재 ㈜나비소셜컴퍼니(사회적기업)와 원주 소재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이 좋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보통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들의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생애주기별 성장 지원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될수록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관련 교육이나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이니 취업의 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만큼 좁고요.

발달장애인의 자립 지원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 두 곳을 통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들이 마주한 고된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김경희 (주)나비소셜컴퍼니 대표, 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공유가치창출디자인 연구소장, 전정란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꿈터 일과사랑 대표 이 네분이 이번 공감토크의 주인공입니다.

왼쪽부터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 꿈터 일과사랑 대표, 김경희 ㈜나비소셜컴퍼니 대표, 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공유가치창출디자인 연구소장, 전정란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정란(이하 전):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피어라풀꽃)의 대표 전정란입니다. 피어라풀꽃은 ‘사단법인 빛과꿈터 일과사랑’에서 독립해 나온 법인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사회복지사들이 뜻을 합쳐 발달장애인 돌봄과 직업재활을 목적으로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에요.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 바우처 사업으로 30명을 돌봄하고 있고, 그 동안의 직업재활로 역량이 좋아진 10명과 함께 지난해 말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었어요. 피어라풀꽃 표준사업장의 생산품은 ‘문화예술’이에요. 임가공 등의 단순 일자리가 아닌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공연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문화예술을 통한 체험형 장애인식개선 표준사업장을 꿈꾸며 첫발을 내디뎠죠.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 기관으로 인증도 받았고 곧 원주시청, 강원도청 공연도 앞두고 있어요.

전정란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황용기(이하 황): 사단법인 빛과꿈터 일과사랑(이하 일과사랑)의 황용기입니다. 일과사랑은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의료기기 포장, DM 발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DM 발송 서비스로 연간 100만 부 이상 원주시 주요 관공서의 대량 우편물과 택배를 발송하고 있고요. 

일과사랑은 작업장이고, 피어라풀꽃은 직업재활이랑 표준사업장이잖아요. 사회복지사로 복지관에서 15년 정도 근무했는데, 복지관은 보통 여가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가요. 저도 장애가 있지만 정말 ‘일’이 제일 중요해요. 많이 벌고, 적게 벌고를 떠나서요. 보호작업장을 시작한 17년도부터 전세, 월세 참 많이 떠돌았는데 올해 신축 이전을 하게 됐어요. 사회복지사들끼리 돈을 모아서 부지를 마련했고, 보건복지부의 직업재활시설 신축 지원을 받았어요. 현재 근로장애인 23명을 둔 보호작업장인데, 30명으로 인원도 늘어나고 수익도 안정화되면 근로사업장으로 올라가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경희(이하 경): 반갑습니다. ㈜나비소셜컴퍼니(이하 나비) 김경희 대표입니다. 나비는 2017년에 주식회사로 법인 설립을 했어요. 장애 아동에 대한 재활 치료와 개인 심리 상담으로 시작했고요. 저는 현직에 있던 사람이고, 함께 시작한 김윤정 소장님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 관련한 교육, 강의, 컨설팅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나비는 커뮤니티 기능 자체가 잘 갖춰져야 발달장애인이 사회 안에서 온전하게 통합하고 자립할 수 있다고 전제했기 때문에 심리 상담 카페와 커뮤니티 활동을 처음부터 함께 지속해 나가고 있어요. 

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공유가치창출디자인 연구소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윤정(이하 윤) :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공유가치창출디자인 연구소장 김윤정입니다. 부설 연구소는 창업 초기부터 설계해 둔 구조예요. 앞서 김경희 대표가 이야기한 대로 나비의 소셜 미션은 커뮤니티의 기능 강화를 통한 발달장애인의 통합적 자립 지원이에요. 지원을 통한 발달장애인들의 준비와 더불어 커뮤니티의 기능, 환경이 함께 따라주어야 자립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커뮤니티와 관련된 부분들은 특히 사회적경제와 맞물려서 별도의 사업 단위로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상담 관련된 심리발달센터를 핵심사업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게끔 연구소는 용역이나 연구 사업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1순위로 일자리를 꼽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 기본적으로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게 중요해요. 금전이 부족하면 수급자로서 생계비는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분들은 수입 자체보다 조금 더 우선순위가 되는 게 ‘사회참여’가 돼요.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 꿈터 일과사랑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 꿈터 일과사랑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황: 복지관 같은 곳 이용하는 분들이 10년, 20년 비슷한 사람들을 매일 보면서 합창이나 난타 같은 여가 활동하다가 가만히 또 있다가 밥 먹고 가고 이런 일상이에요. 삶의 의미가 축소가 되죠. 놀아도 일을 하면서 놀아야 돼요. 직업을 가져야 해요. 

윤: 그렇죠. 내가 만나는 사람이 동료가 있고,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질을 굉장히 다르게 해요. 관계 형성을 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면 정말 사회적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전: 비장애인하고 똑같아요. 비장애인들도 친구, 동료, 이웃하고 어울려서 잘 지내야지 행복하잖아요. 

 

Q.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해 어떤 사업들을 하고 계시나요? 

경: 저희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했던 게 장애 학생들이 지역사회 배움터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 ‘괜찮은 학교’라는 사업이었어요. 자원조달의 어려움으로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는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어요. 나비가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지정됐고, 올해로 만 3년이 됐어요. 청소년 발달장애인이 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 되잖아요. 자연스럽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활동서비스로 이어져서 요즘엔 주간부터 토요일까지 일정이 꽉 차있어요. 

또 지난해 춘천시가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춘천형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권리중심일자리)’ 사업도 시작했잖아요. 나비는 수행기관 4곳 중 한 곳으로 2년 차를 맞고 있는데, 올해 춘천형 모델을 보고 강원도형 권리중심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둘 모두 수행하는 기관도 생겼어요. 춘천이 권리중심 외 지역연계형(인건비가 제공된다면 장애인을 고용할 의지가 있는 곳들을 발굴)을 새로 구축하면서 올해는 권리중심과 지역연계 두 트랙을 함께 돌려보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보호작업장 등 타 장애인 일터와의 임금 형평성이나 낮은 생산성 등 여러 논쟁들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나비소셜컴퍼니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_공익캠페인활동가, 장애인이동관리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비소셜컴퍼니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_공익캠페인활동가, 장애인이동관리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 ‘춘천형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심한 장애로 인해 일자리 참여 기회조차 얻기 힘든 중증장애인에게 공공일자리 참여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소득 보장을 지원하는 사업 

 윤: 일과사랑이 직업재활로 시작해 돌봄과 일자리 이렇게 필요한 것들을 갖춰가고 있는데, 나비도 유사한 루트예요. 개별로 시작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괜찮은학교’를 기획해 알음알음 2~3곳으로 시작했던 것이 그 다음해 저희가 생각했던 방향성과 딱 맞아떨어지는 방과후활동서비스 사업 덕분에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실제로 수행기관으로 지정도 됐어요. 방과후 친구들이 졸업을 하면서 이제 주간활동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고요. 

나비도 나중에는 표준작업장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그 여력이 되기 전에 권리중심일자리 사업의 기회가 생겨서 주도권을 갖고 설계를 해보게 됐는데, 처음이다 보니 진행도 어려웠지만 여러 가지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자체 고용이 아닌 인건비가 지원되는 고용이다 보니 수익구조가 될 수 없는데,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또 계약 기간이 10개월로 정해져 있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이요. 행정은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수혜 받는 걸 경계하기 때문에 겨우 조직에 적응해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고용되기 어렵다는 불안이 크죠. 그래서 저희는 이 모델을 취업을 준비하거나 최소한의 근로 역량을 갖추는 일 경험의 단계로 보고 있어요. 

김경희 ㈜나비소셜컴퍼니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경희 ㈜나비소셜컴퍼니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황: 특히 중증 지체장애인은 발달장애인보다도 더 갈 곳이 없어서 수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죠. 해당 사업이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는데, 그런 일자리 사업이 끝나면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일터로도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중증 지체장애인을 포함하는 일자리 사업이 생긴 건 환영하지만 일자리의 기회를 나눠주는 일회성이 아닌 정말 안정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합니다. 

윤: 네, 현장에서는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지점들이 너무 돼요. 그래도 지난해 계약 기간 만료까지 도달한 9명 중에 발달장애‧지적장애‧정신장애에 해당하는 4명이 “취업을 해보고 싶다”라는 의지를 보였어요. 이전까지는 취업에 대한 의지 자체가 전혀 없던 분들이었거든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조직에 적응하면서 규칙이나 어려웠던 점들이 교정되는 걸 확인하면서 근로 의지도 생겨난 거죠. 계약 종료 전에 행정도우미 준비를 시작했고, 뿌듯하게도 4명 다 합격했어요. 

전: 앞서 이야기한 피어라풀꽃 표준작업장은 ‘위드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펼쳐요. 올해는 의무적으로 공공기관 5곳, 초등학교‧고등학교‧대학교 5곳씩 모두 20개 기관에 대한 공연이 계획돼 있고, 원주댄싱카니발 등도 예정하고 있어요. 저희가 위드콘서트 홍보를 시작하자마자 물밀 듯이 요청들이 들어왔어요. 그동안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너무 지루하거든요. 비장애인 강사로부터 ‘장애인의 유형은 몇 개예요, 장애인을 도와줄 땐 먼저 물어봐요.’ 같은 이론교육을 받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정도니까요. 

피어라풀꽃_위드콘서트 공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피어라풀꽃_위드콘서트 공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위드콘서트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강의하고 클래식부터 댄스까지 유쾌한 공연으로 30여 분을 꽉꽉 채우기 때문에 호응이 무척 좋아요. 다만 수익 창출은 조금 고민스럽죠. 무대에 오르기 위해 몇 달에 걸쳐 연습하고, 비장애인 프로를 섭외해 전체적인 공연 질을 높이려고도 하기 때문에 공연 설비와 의상, 기타 등등 비용이 상당하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가공도 병행하고 있어요. 어묵꼬치 선별 작업이나 프리마켓에서 오란다를 판매하기도 해요. 아니면 임대업이죠. 원주 학성동 일대에 여러 개 사업장을 임차해 카페나 도서관, 공유 주방 등을 사회적 공간으로 임대하고 있어요. 기관 지원 없이 오롯이 표준작업장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해요. 

황:  일과사랑은 사업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시설 이전과 함께 또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건물 바로 옆의 맹지를 구입했어요. 이 맹지에 백합 구근을 심어두었고, 싹들이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원예 쪽 전문 지식을 가진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원예작물’ 재배‧납품의 방향성을 잡아두고 있어요. 잘 가꿔서 조경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그림도 그려보고 있고요. 새로운 사업 분야도 개척해야 수익도 늘리고 일자리도 늘려, 근로사업장으로의 꿈에 한 발짝씩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Q. 요즘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전: “어떻게 하면 피어라풀꽃 표준사업장의 문화예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지금 이게 가장 큰 고민이죠. 문화예술 쪽으로 새롭게 일자리의 가능성을 개척했고 보호자들의 기대치도 높은데, 지원 없이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요. 피어라풀꽃이 운영하는 공연예술팀 ‘위드콘서트’와 동일한 모델은 전국에 30여 곳 있어요. 강원도는 유일하게 우리 하나고, 거의 서울이나 경기도에 많이 몰려 있죠. 굳이 작업장에서 뭔가를 생산하지 않고, 예술적 역량을 발휘해 장기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형태는 주로 장애인 고용의무제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으로 대기업이 후원하는 사회사업이 대부분이에요. 지역에서, 영세기업으로 운영하는 피어라풀꽃의 고민이 많을 법도 하죠? 

경:저희도 같아요. 사회적기업 재정 지원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 3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자립을 목전에 두다 보니 수익창출이 가장 큰 이슈예요. “우리는 자립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올해는 ‘캡슐 커피’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사실 캡슐 커피 시장이 조금 성장한 상태에서 늦게 출발한 후발 주자이긴 해요. 

다만 발달장애인분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참 많이 받고 있고 또 다들 하고 싶어 하는데 반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리는 건 여러 위험요소가 많아요. 무게가 있는 도구를 써야 하고 또 굉장히 뜨겁고요. 근데 캡슐 커피 머신은 정말 쉽게 커피를 내릴 수 있고, 캡슐 커피 자체를 판매하는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카페도 그려볼 수 있어요. 다양한 맛과 향의 캡슐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고, 발달장애인은 기능적 제약을 덜 받으면서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에서 일할 수 있죠. 다른 한편으로는 캡슐 커피를 포장하는 등의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도 가능하고요. 

전: 그럼, 상품 패키지 그림은 우리가 그려줄게요! 올해부터 문체부가 장애예술인 창작물 ‘3% 우선구매’ 제도를 시행했잖아요. 커피 패키지뿐 아니라 다양한 생산품에도 접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경: 저희도 발달장애인의 디자인을 상품화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는 시제품 개발 단계니까 내년 정도에는 선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매사 “이거는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도전을 많이 하게 돼요. 머리로 알고 있거나 기존 모델을 갖고 시작해도 막상 시도하면 예상치 못한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도 작년부터 일자리 사업도 하면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에 대한 기본 틀은 갖췄다는 생각이에요. 

윤: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영역들을 지역 안에서 통합적 구조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학교에 입학하고,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졸업하면 주간활동을 하고, 근로의지를 키워 일자리로 넘어가서 자립을 이루는 구조를 만들어 두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구조 속에서 삶을 누릴 수가 있어요. 활성화되면 더 많은 일자리와 경제활동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고요. 이게 가능하다는 걸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들을 거쳐 왔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아요.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장애를 고려한 적합한 일자리는 ‘작은 일거리’가 많아져야 가능해요. 나비는 ‘창직 실험실’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어요. 여러 실패를 딛고 나서 확신을 얻게 된 분야는 ‘공익 캠페인 활동가’예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인권이나 환경 등 공익적인 이슈를 장애인이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장애인이 사회를 위해 먼저 나서서 공익적인 역할을 하고, 그에 응당한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장애인의 직업으로 꼭 안착시키고 싶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나비소셜컴퍼니의 ‘전환, 공존, 상생의 가치를 키우는 기업이 되자’는 비전을 어떤 바람이 아닌 실제로 사업을 운용할 때 우리를 명확히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기재가 되게 하자는 생각이에요. 기존에 했던 방식에서 전환 가능성을 발견하고, 수혜적 방식보다는 서로의 필요를 맞추는 협업 구조를 만들고, 지원 없이도 지역 안에서 끌어갈 수 있는 답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 되겠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김경희 ㈜나비소셜컴퍼니 대표,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 꿈터 일과사랑 대표, 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공유가치창출디자인 연구소장, 전정란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함께 이야기 나누는 김경희 ㈜나비소셜컴퍼니 대표,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 꿈터 일과사랑 대표, 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부설 공유가치창출디자인 연구소장, 전정란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내가 꿈꾸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전: 계속적인 일자리 창출에서 이어지는 ‘온전한 일자리’죠. 우리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괜찮은 일자리요. 

황: 부모님들이 용기를 낸 ‘홀로서기’요. 사실 부모님들이 안타까워서 독립을 못 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부모가 살아 있을 때 독립을 해야 해요. 또 막상 독립하면 활동지원사도 있고 일터에는 근로지원인(현장에서 함께 근무하며,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 있어서 혼자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요. 실제로 최근에도 몇 분의 독립을 도왔었는데 아주 잘 해내고 있어요. 일자리가 있으면서 홀로서기까지 나아가는 것, 그게 제일 마지막에 닿아있는 목표예요. 

​경: 저는 ‘아는 사람이 많은 거’! 살림을 도와주거나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직장 동료이기도 한, 아는 사람이 많은 삶이요. 만날 사람이 있고, 갈 곳이 있고. 그게 가장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요? 

윤: 초창기부터 구호 아닌 구호처럼 사용한 게 “우리는 사회적 가족입니다”였어요. ‘사회적 가족’이라는 개념이 일상화되면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 사회적인 신뢰 구조, 안정감을 주는 사회적 자원을 모두가 얻을 수 있게 돼요. 좀 느슨하더라도 사회적 가족으로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사회 안전망들이 보다 튼튼해질 수 있죠. 창업 이후에는 사회적 가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를 계속 고민했어요. 그 고민 끝에 지금은 “덕분입니다”로 답을 냈어요. 사회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에는 누구나의 몫이 있고, 장애인은 세상을 더 조화롭게 하는 데 이미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덕분입니다”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 이게 제가 꿈꾸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이상적인 삶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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