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니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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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후지타 고이치로

펴낸곳 : 니들북

펴낸해 : 2013 (2012) 

나이가 50을 넘어서면 건강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마련이다. 인생을 경기에 비유하자면 50은 이제 후반에 접어든 나이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나이는 20대에 머물러 있는데 신체는 하나둘씩 삐그덕거리고 고장이 나는 시기가 딱 이맘 때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50세부터는 탄수화물 끊어라>는 상당히 호전적이면서도 위압적인 타이틀이다. 내용이 궁금해졌다. 저탄고지를 한 지 3년 반이 지나고 나니 슬슬 탄수화물 섭취량이 조금씩 늘고 있는 나 자신을 각성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책은 이미 절판된 지 오래라 인터넷 서점에서는 검색은 나오지만 모두 품절이다. 그나마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등에 1권 정도씩 소장되어 대여가 가능했다. 대여하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30분 정도로 요약된 유튜브 영상과 부분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올려놓은 PDF 파일, 텍스트 파일 등을 이용해 탐독했다.

지금부터 <50세부터는 탄수화물 끊어라>의 책 리뷰를 해보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후지타 고이치로 도쿄의과치과대 명예교수다. 기생충학을 전공해 기생충 박사로 불렸던 그는 몸 속에 있는 기생충이 면역시스템에 자극을 줘 오히려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고 기생충을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장 속에 기생충을 기르기도 해서 기생충학계의 괴짜로도 불렸다. <50세부터는 탄수화물 끊어라> 외에도 <평생 살찌지 않는 기적의 식사법>,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 <늙지 않는 최고의 식사>, <내 몸을 살리는 물 백과사전> 등 많은 건강관련 서적을 출간한 그는 지난 2021년 81세의 나이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미지=니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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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 책 역시 저탄고지의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50세라는 나이를 탄수화물의 변곡점으로 봤다는 게 눈길을 끈다. 50세 이상이라면 ‘병 없이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해서 탄수화물을 끊거나 줄이는 게 좋다고 이 책은 말한다. 왜 50세일까?

저자 고이치로는 50세가 변곡점인 이유로 엔진을 예로 든다. 저속에서 파워가 많이 필요 없을 때는 전기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다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거나, 힘이 필요할 때는 가솔린을 주요 에너지로 쓰는 하이브리드 엔진처럼 우리의 몸도 주엔진(해당엔진)과 부엔진(미토콘드리아엔진)으로 나뉘는데 50세를 전후해 두 엔진의 역할이 바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해당 엔진은 당분(탄수화물)을 연료로 삼아(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엔진은 산소를 연료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순간적인 동작이나 파워를 내는 해당 엔진은 50세 이하 젊은 층에서는 주엔진이고 미토콘드리아 엔진은 순발력은 부족하지만 심장과 뇌세포처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위에 공급하는데 대략 50세를 넘기면 미토콘드리아 엔진이 주엔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로 충분히 갈 수 있는데 엔진이 오작동을 일으켜 가솔린이 불필요하게 분사된다면 불완전 연소로 엔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나이 50이 넘어 인체의 주력 엔진이 미토콘드리아 엔진으로 바뀌었는데도 탄수화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해 해당 엔진을 가동시키면 인체의 불완전 연소 노폐물격인 ‘활성산소'가 발생하게 되어 세포를 녹슬게 해 몸을 노화시키고 암·심근경색·뇌 졸중·당뇨 등을 발생시킨다는 게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50세 이후부터는 탄수화물을 줄여 해당 엔진의 활동을 억제하고 미토콘드리아 엔진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써야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논지다. 특히 백미·우동·빵처럼 희고 정제된 식품을 피하고 유산소 운동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경험치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 인체는 50세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진다. 50세 전후에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호르몬 변화로 여성은 물론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 것도 이 무렵이다.

이미지=니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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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9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텔로미어(telomere) 연구 결과와 맞닿아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에 있다고 해서 ‘말단소립’이라고도 불리며, ‘수명의 회수권’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사람의 수명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텔로미어는 해마다 조금씩 짧아져 한계에 이르면 세포의 수명이 다한다. 다시 말해 ‘죽음’을 맞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하지 않는 이상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수명, 텔로미어의 양을 갖고 태어나지만, 실제로 100살까지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하루하루의 생활습관들이 텔로미어를 계속 줄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텔로미어의 단축 속도를 앞당기는 것의 가장 큰 요인이 활성산소라고 이 책은 말한다. 활성산소를 실생활에서 피하기란 어렵지만 식생활을 통해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이치로는 항노화의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당질을 제한하는 것과 항산화 식품을 먹는 것을 권하고 있다. 모두 식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다.

50세부터는 탄수화물을 줄여서 노화를 막아, 각종 질병을 예방하라는 것이 바로 항노화의 핵심이다. 가장 주요한 내용이자 전제는 ‘탄수화물’이다. 

책 내용 중에는 술을 절제하라는 내용도 있다. 단, 부모로부터 알코올 분해효소를 다 받은 사람은 술을 마시는 편이 오히려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술을 마시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 사람에게는 간의 휴식이 필요 없다. 술을 거르는 날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라고 적은 부분이 눈에 띈다.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장수하는 몇 가지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1. 50세부터는 백미나 단것은 먹지 말자.

2. 색이 진하고 향이 강한 채소를 풍부하게 섭취하자.

3. 과식, 과음은 텔로미어를 단축하는 행위다.

4. 식사는 한 입에 서른 번씩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자.

5. 건더기가 가득 든 된장국은 장수건강식이다.

6. 생수가 질병, 인지층, 노화를 방지한다.

7. 식품첨가물 덩어리의 식품은 멀리하자.

8. 일주일에 두세 번은 육류를 먹자.

9. 변의 양을 늘리자.

10. 삶을 보람을 찾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자.

작년에 96세의 나이로 작고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수 비결에 대해 외신이 다룬 적이 있다. 그것은 탄수화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으며 그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내용이었다. 여왕의 전속 요리사였던 대런 맥그래디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왕은 감자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고 채소 샐러드와 생선을 주로 먹으며 다크초콜릿도 그의 기호품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여왕의 건강비결은 NO 탄수화물'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여전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밥은 안 먹어도 면은 죽어도 못 끊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그 맛있는 걸 끊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어쩌면 스트레스가 활성산소를 늘린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탄수화물을 끊으라고 하는 건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탄수화물을 끊으려는 건 오래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오래 살면 더 좋겠지만(정말 좋으려나?) 탄수화물을 끊는 건 장수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부터 다시 탄수화물을 끊어보련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리뷰타임스와의 콘텐츠 제휴로 국민리뷰어가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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