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 기승을 부렸던 '러브버그'가 올해 다시 출몰했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한 전봇대에 붙어있는 러브버그.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해 여름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 기승을 부렸던 '러브버그'가 올해 다시 출몰했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한 전봇대에 붙어있는 러브버그. 사진=뉴시스 제공

각 자치구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러브버그 방역에 대해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대거 출몰 지역에 대해 방역을 벌이고 있지만 주택가 등에서 출몰하는 러브버그에 대해서는 대처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무작정 방역에 나서게 되면 생태계 교란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평구는 홈페이지, 블로그, SNS 등을 통해 '러브버그 대처법'을 게시했다. 구는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충망을 설치하거나 창문, 유리 등에 붙어있는 경우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잘 떨어진다"며 "지난해 대량 발생 후 2주 후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기에 혐오스럽고 불편하겠지만 조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보건소 방역반에서는 러브버그 발생 근원지인 야산 인근 경계지역의 방역작업에 중점을 둬 주택가로 넘어오는 개체 수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대량 발생하면 보건소 질병관리과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서대문구도 "창문, 유리 등 많이 붙어있는 곳에 물을 뿌리고 가정용 살충 스프레이도 좋다"고 알리면서 "대량 발생할 경우 집중 다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 서북부 일대를 뒤덮었던 '러브버그(사랑벌레)'가 올해 다시 등장했다. 출몰 범위는 더 넓어졌고, 시기도 빨라졌다.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라지만 생김새가 혐오감을 주고 떼로 몰려드는 습성 탓에 관할 구청과 보건소에는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서울 각 자치구에 따르면 러브버그가 주로 출몰하고 있는 은평구와 서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등을 중심으로 러브버그를 퇴치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은평구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이미 1000건을 훌쩍 넘어섰고, 서대문구에서도 지난 18일부터 방역소독신고센터에 방역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는 성동·성북구 등에서도 러브버그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로 서울 서북부 지역에 출몰하는데, 성동구에도 산이 인접한 행당동과 금호동, 옥수동 일대에서 러브버그를 봤다는 주민들의 말씀이 접수되고 있다"고 알렸다.

정 구청장은 "보기엔 징그럽고 무서울 수 있지만 러브버그 역시 생태계에선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곤충"이라며 "무분별한 화학적 방역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개체 수가 적은 경우 가정용 살충제로 퇴지할 수 있고, 혹 대량 출몰 시에는 주변 산이나 숲속에 제한적으로 방제하고 있으니 보건소로 연락달라"고 전했다.

러브버그는 1㎝ 내외의 파리과 곤충으로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짝짓기하는 동안은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함께 붙여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린다.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과정을 거친 뒤 성충은 3~4일동안 짝짓기한 뒤 수컷은 바로 떨어져 죽고, 암컷은 산속 등 습한 지역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철 러브버그가 다시 출몰한 것도 덥고 습한 날씨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봄 가뭄이 오래 지속되다가, 여름 장마가 시작되자 러브버그가 한꺼번에 대거 출몰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러브버그의 수명은 3~7일 정도로 짧다. 지난해 러브버그는 7월 초 기승을 부리고 난 1~2주 뒤 장마가 끝나면서 자연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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