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는 양당 간의 갈등 끝에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채 한도를 인상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1945년 이후 103번째로 미국 정부가 추가로 차입함으로써 디폴트(파산)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하원에서 314대 117의 표결로 통과된 데 이어 상원에서는 63대 36로 이 법안을 승인했는데, 이는 2025년 1월까지 유효하다. 국채 한도는 미국이 정부를 운영하고 재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차입할 수 있는 총 금액을 규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2022년 1월에 연간 GDP의 120%를 초과하는 31.4조 달러의 국채 한도에 도달했으며, 백악관과 의회는 국채 한도 인상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동안, 재무부는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사용해 왔다.

이 합의는 미국 정부가 재정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위한 '최후의 시도'로, 미국 재무부 장관인 제넷 예런은 의회가 "만약 6월 5일까지 국채 한도를 조정하기 못한다면 미국 정부가 시간에 맞춰 지불할 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직후 "협상에서는 누구도 원하는 대로 얻지 못하지만, 의회가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은 우리 경제와 미국 국민에게 큰 승리이다"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미 백악관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이전에도 국채 한도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수개월간의 정치적 협상을 하였으며, 양측은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임박한 부채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애쓰는 "치킨 게임"을 벌려왔다.

양당은 이 합의를 각각 자신들의 승리로 소개하고 있지만, 모두가 결과에 만족한 것은 아니다.

몬태나 주 출신의 공화당 의원 매트 로젠데일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재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입법안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라고 한탄했다.

이번과 같은 사태는 미국 뿐만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외교관계 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는 세계 외환 보유액의 절반 이상이 달러로 보유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디폴트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디폴트는 또는 그와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다른 통화로 채권이 발행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비교적 더 비싼 가격으로 변동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신흥국이 부채나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채 한도의 주기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미국의 거대한 지출 욕구를 비롯한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사 지출이 미국 국가 부채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최근 우크라이나 까지 전쟁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브라운 대학교의 왓슨 연구소에 따르면, 2001회계연도부터 2022회계연도까지 미국의 새롭게 발생한 부채의 절반 이상이 전쟁 비용에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의회 예산청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책이 크게 변경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공공부채는 2053년에 GDP의 193%에 달하고, 2028년에는 미국 정부의 이자 지불액이 전체 국방 예산을 초과할 수 있다.

재정 체계를 개혁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 없이는 국채 한도의 반복적인 조정은 "시시콜콜한 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 투표를 하기 전에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어서는 안됐다. 이것은 강도들에게 랜섬을 지불하는 것이다"며, "그리고 이렇게 정부를 운영해서는 안되며, 이는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고 전 세계에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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