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호미닌이 선호한 다양한 자연환경 서식지호모종이 다양한 생물 군계가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에 도착한 모습을 일러스트로 나타낸 그림이다. 왼쪽부터 사바나 지역, 초원, 그리고 아열대 지역이 함께 있는 자연환경을 나타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초기 인류가 이 같은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했음을 밝혔다. (Copyright, IBS 기후물리 연구단)
[그림 1] 호미닌이 선호한 다양한 자연환경 서식지호모종이 다양한 생물 군계가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에 도착한 모습을 일러스트로 나타낸 그림이다. 왼쪽부터 사바나 지역, 초원, 그리고 아열대 지역이 함께 있는 자연환경을 나타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초기 인류가 이 같은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했음을 밝혔다. (Copyright, IBS 기후물리 연구단)

혹독한 기후변화에서 인류가 살아남은 비결은 다양한 생태환경을 가진 지역으로 거주영역을 확장해 나간 덕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역대 최장 기간의 고기후 시뮬레이션과 방대한 고고학 자료와 결합해 300만 년에 걸친 인류 조상의 자연환경 선호도를 밝혀냈다고 12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이를 통해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양한 생물 군계에 적응한 덕분에 현생 인류로 진화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모종은 지난 300만 년 동안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해 왔으나 초기 인류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에 앞서 과거 200만 년에 걸친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인류 조상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4월 네이처(Nature)에 발표했었다.

이번 이번 연구에서는 이보다 100만 년을 더한 과거 300만 년의 기온,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해 기후 기반 식생 모델을 구축했다.

이 시뮬레이션 정보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유적지와 화석 등 3232개의 고고학 자료에 대입해 호모종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Biomes) 유형을 11가지로 분류했고 각 호모종이 선호한 생물 군계를 특정했다.

[그림 2] 호모종 진화와 식생호모종이 지난 300만 년에 걸쳐 진화함에 따라 다양한 식생 변화의 대한 적응을 나타낸 연표다. 그래프의 맨 위의 파란색 선은 호모종이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화석의 발견으로 계산된 시대(250만 년 전)부터의 선을 뜻한다. 바로 아래의 주황색 선은 호모종이 아프리카 밖으로 대규모 이주한 두 가지 중요한 시기를 말한다. 그 아래의 초록색 선은 초기 인류가 사용했던 3가지 주요 도구와 기술이다. 약 250만 년 전부터 약 150만 년 전 까지는 올두바이 석기 문화, 약 200만 년 전부터 50만 년 전까지는 아슐리안 석기 문화, 약 80만 년 전부터는 무스테리안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장 아래 빨간색 선은 지구 온도의 변동을 나타냈으며 그 아래는 호모종이 적응한 특정 식생들을 나타낸다. 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식생에 대한 적응은 호모종 서식지의 확장에 핵심적 역할을 했음이 밝혀졌다.
[그림 2] 호모종 진화와 식생호모종이 지난 300만 년에 걸쳐 진화함에 따라 다양한 식생 변화의 대한 적응을 나타낸 연표다. 그래프의 맨 위의 파란색 선은 호모종이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화석의 발견으로 계산된 시대(250만 년 전)부터의 선을 뜻한다. 바로 아래의 주황색 선은 호모종이 아프리카 밖으로 대규모 이주한 두 가지 중요한 시기를 말한다. 그 아래의 초록색 선은 초기 인류가 사용했던 3가지 주요 도구와 기술이다. 약 250만 년 전부터 약 150만 년 전 까지는 올두바이 석기 문화, 약 200만 년 전부터 50만 년 전까지는 아슐리안 석기 문화, 약 80만 년 전부터는 무스테리안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장 아래 빨간색 선은 지구 온도의 변동을 나타냈으며 그 아래는 호모종이 적응한 특정 식생들을 나타낸다. 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식생에 대한 적응은 호모종 서식지의 확장에 핵심적 역할을 했음이 밝혀졌다.

생물 군계는 기후 조건에 따라 지역을 구분할 때 분포하는 식물과 동물 군집을 모두 포함하는 생물 군집으로 열대우림, 아열대, 사바나, 초원 등으로 구분된다.

호모종은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 등 여섯 종류의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3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약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기술들을 개발했다.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높은 적응력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로 이들은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전 어떤 호모종 보다 유능했다. 이로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과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었다.

[그림 3] 호모종별 생물 군계 선호도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관목지대에 주로 거주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우림부터, 사막, 빙상 등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
[그림 3] 호모종별 생물 군계 선호도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관목지대에 주로 거주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우림부터, 사막, 빙상 등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 종은 공간적으로 다양한 생물 군계를 활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종으로 거듭났을 만큼 초기 호미닌은 다양한 생물 군계를 가진 지역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또한 호모종이 선호하는 환경 특성을 분석한 결과, 생물 군계의 다양성이 증가한 지역에 거주지가 밀집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호모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사막, 사바나, 초원, 열대우림 등과 같은 다양한 식생이 한 번에 밀집해 있는 자연환경)을 선호했다는 의미다.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선택이 도구개발과 인지능력에 영향을 줘 극한의 변화에 대한 호모종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증가시켰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엘크 젤러(Elke Zeller) 학생연구원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면서 "초기 인류의 생존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의 가장 빠른 과학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IBS의 '알레프(Aleph)가 활용됐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12일(한국시간) 게재됐다.(논문명:Human adaptation to diverse biomes over the past 3 million years)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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