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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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세계여성의 날 역사는 여성 참정권과 노동권 등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20세기 초반에 시작되었다. 1908년 미국 뉴욕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여성의 투표권 쟁취 등을 요구하면서 15,000여 명의 여성들이 거리를 행진하였다.

당시 서구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활발했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는 지워졌다. 여성 노동자들은 잠시 쉴 곳도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면서 남성 임금의 절반 밖에 받지 못했고, 시민으로서 기본권인 투표권조차 없었다. 이후 1975년 유엔에서 3월 8일을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은 1920년대부터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왔다. 일제의 탄압으로 이어지지 못하다가 해방 후 부활했으나, 1948년 이후 사회적 격변과정에서 다시 열리지 못하고, 1985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발족한 1987년부터 현재까지 30여 년 동안 한국의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주최·주관해 왔다.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는 매년 중요한 여성․성평등 의제를 제시하면서 한국사회 여성의 현실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여성과 소수자의 연대와 행동을 통한 대안과 비전 마련을 위해 힘써왔다.¹ 

■ 퇴행의 시대 -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평등 정책의 후퇴 

2023년 올해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슬로건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였다. 많은 여성·시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전진시켜 온 한국사회의 성평등이 윤석열 정부에서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지난 대선 기간에 어떠한 근거나 방향도 없이 단 7글자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발언하여 모든 인류의 과제인 성차별·성폭력 해소를 통한 성평등 실현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성평등 실현은 모든 국가의 책무이자 인류가 실현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1975년 유엔 세계여성회의는 각국 정부에 성평등 책무를 맡을 정부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고,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UN)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결의된 ‘베이징행동강령’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 필요성이 다시 한번 명시되어 여성연합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부 신설을 정부에게 요구하는 활동을 펼쳤다. 1998년 ‘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2001년 ‘여성부’가 설립된다. 현재는 가족, 보육, 청소년 업무가 포함되어 ‘여성가족부’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10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대표 발의로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여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발표된 202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여성연합을 비롯하여 전국의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 국회의원 면담, 집회 등을 열어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2022년 10월 여성가족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이 발의 된 후 11월 전국 여성, 시민, 노동, 인권, 종교, 환경 단체들이 모여 전국 범시민사회의 목소리와 활동을 결집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여가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이 출범하였다.

지역행동 출범  및 릴레이 기자회견을 비롯하여 유권자로서 내 지역구 및 국회의원 300명 전체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직접 요구하는 대시민 서명 촉구 캠페인 ‘국회, 우리가 움직인다!’, 전국 지역구 국회의원 면담 등을 진행하였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원내 정당들의 입장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했다.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2023년 2월여야 3+3 정책협의체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 두 가지만 통과할 것을 합의하였으며, 여야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추후별도 논의를 통해 협의해나가겠다고 발표하고, 2월 27일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제외된 정부조직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수 많은 시민과 국내외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끊임없이 막아내고,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강화를 촉구해왔다. 페미니스트 시민들의 힘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일시적으로나마 막아내었다. 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흐름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은 축소되고 있으며, 정책 방향과 용어에서 ‘여성’, ‘성평등’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퇴행은 엄연히 존재하는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과 폭력을 비가시화하는 것이고 이는 곧 여성과 소수자의 삶이 점점 더 열악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이번 정부조직법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제외됐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추후 별도로 논의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 열악한 여성의 현실

우리 사회는 글로벌 경제침체, 기후위기와 재난, 코로나19 감염병 등과 맞물려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더 열악해졌다. 여성 취업자 수는 크게 감소했고, 보육시설과 학교가 폐쇄되면서 돌봄은 여성에게 더 전가되었다. 코로나19가 한참이었던 2021년 1월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9만7000명까지 감소했다(남성 38만5000명).

이런 성별 격차는 여성이 집중되어 있는 대면서비스업이 다른 업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또한 불안정한 돌봄 시설 운영으로 자녀 양육을 하는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² 이렇듯 코로나19는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 2022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를 보면 여성의 열악한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경제활동참가율> 

                                           <15세 이상 고용률 추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9년 53.5%, 2020, 52.5% 2021년 53.3%로 최근 3년간 정체되고 있고, 남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19.3%(남성 참가율 72.6%)나 된다. 15세 이상 고용률에서도 여성은 51.2%, 남성은 70%로 18.8% 격차가 난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전체 여성 임금 노동자의 47.4%로 남성(31.0%) 비해 16.4%가 많다. 특히 여성이 한시적 근로와 기간제 근로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어,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시간당 성별 임금 격차는 2016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지만, 2021년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이 22,637원, 여성이 15,804원으로 남성 대비 69.8%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383만 3천 원, 여성이 247만 6천 원으로 남성 대비 64.6% 밖에 되지 않고, 월평균 임금의 성별 격차는 약 136만 원으로, 전년(약 132만 원) 대비 약 3% 증가하여 성별 임금 격차는 더 커졌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시간당)>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월평균)>

육아휴직 사용은 남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자 중 여성이 약 8만 2천 명(73.7%)이고, 남성은 약 2만 9천 명(26.3%)이다. 2019년 맞벌이 가구 여성의 돌봄‧가사 시간은 3시간 7분이고, 남성은 54분으로 여성이 돌봄 노동을 전담하고 있다.

2020년 성폭력 피해자 수는 30,105명이고, 그 중 88.6%인 26,685명이 여성이다. 또한 2020년 사이버 성폭력 발생 건수는 4,831건으로 2019년 대비 2,141건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여성의 노동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고, 임금격차는 심각한 상황이다. 돌봄 노동은 여전히 여성이 전담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에서의 여성·성평등 정책과 방향은 후퇴하고 있다. 올해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³ 이번 기본계획에는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5개 과제가 담겨 있다. 형법 297조 강간죄 개정, 형법 제32장 제목 ‘강간 및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의 침해죄’로 개정,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과거 성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 금지하는 조항 신설, ‘성적수치심’ 용어 개정, 메타버스 등 온라인에서 사람을 성적 대상화 해 괴롭히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신설이다. 그러나 발표가 되자마자 이 정권의 실세라고 하는 법무부가 5개 과제에 모두에 반대한다고 밝힌 상태이다. 

또한 3월 초 정부는 노동시간을 주당 69시간으로 늘리는 안을 발표했다. 주당 69시간 노동은 과로사에 최적화된 노동시간이며,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또한 장시간 노동은 누군가의 돌봄 노동을 전제로 한다.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와 성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장시간 노동은 바로 여성의 돌봄 노동의 강화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여성은 지금도 독박 돌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늘어난 임금 노동과 돌봄 노동이 감당이 되지 않게 되면,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여성이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임금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여성들은 저임금에 더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7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고, 전체 여성 노동자의 36%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2020년 기준 여성 노동자의 8%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과 국가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대통령의 당선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성평등·민주주의·평화·인권 가치의 퇴행을 목격하고 있다. 국가정책과 교육과정에서 ‘성평등’과 ‘여성’을 지우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감염병 재난과 경제위기 현실 속에서 추진되는 돌봄·의료·교육 등 복지 민영화 정책은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대다수 시민의 안위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현실과 앞으로 더 거세질 반여성, 반노동 정책에 맞서 거침없는 전진이 필요하다. 

본 글은 필자의 점찍고 다시 돌아온 여성가족부 폐지론’(양이현경), ‘가속화되는 여성지우기, 중심 잃은 국가 성평등 정책 기조 :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정책 퇴행 기록’(양이현경), 후퇴되는 국가 성평등 정책 : ‘여성가족부 폐지를 중심으로(양이현경) 글을 재정리·보완하여 작성하였다.

※각주

1)세계여성의 날 소개,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

2)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코로나19 이후 여성 일자리 위기와 남은 과제. 2021.03.19

3)양성평등기본계획’은 정부가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없애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만들어진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하여 5년마다 수립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ㆍ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각각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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