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자료사진) = 뉴시스 제공
길고양이(자료사진) = 뉴시스 제공

마라도에 살고 있는 100여마리의 고양이들이 섬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과거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들여온 고양이들이 야생화되며 섬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됐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뿔쇠오리'까지 공격하고 있어 '포획 후 이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 있는 마라도는 면적이 0.3㎢에 불과하지만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다. 많은 한국 미기록종과 신종생물이 발견돼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극동지방과 미국의 알래스카부터 아시아를 지나 호주와 뉴질랜드로 이르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의 중간에 위치해 철새 보호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EAAFP에 있는 22여개 국가들은 새들의 안전한 이동과 서식지 보전을 위해 협정을 맺고 있다.

마라도 고양이들이 뿔쇠오리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꽤 오래 됐다. 2019년에는 매년 마라도 암컷 고양이 절반에 중성화 수술을 하면 20년 뒤 뿔쇠오리가 절반으로 줄고, 방치할 경우 20년 후 마라도에서 뿔쇠오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고양이 개체수가 뿔쇠오리가 고양이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는 민원이 더욱 밀려들었고, 문화재청은 지난달 31일 학계 전문가·동물보호단체·지역주민과 함께 공동 협의체를 구성, 고양이에 의한 생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마라도 주민 11명으로 구성된 마라도 개발위원회는 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양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양이 포획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재청이 상처있는 고양이 4마리를 포획해 반출하며,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고양이 포획에 앞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협의체 구성 당시 이미 수의사 건강검진이 합의된 상태였다"며 "11일 수의사들이 시행한 건강검진으로 상처나 피부병·호흡기 질환이 이는 아픈고양이 4마리가 구조됐고, 마라도에서 치료가 불가능해 마을주민자치위 동의 하에 제주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으로 이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들이 회복되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함께 입양 등 협의체 의견을 검토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17일 2차 협의체 회의를 통해 마라도 주민자치위원회, 전문가, NGO단체 등의 의견을 검토,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뿔쇠오리들의 마라도 도착이 임박한 상황으로, 협의체 회의는 신속히 개최돼야 한다"며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동일 피해가 나지 않는다는 상황을 협의체에 충분히 안내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어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내 문화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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