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범진
사진=정범진

편집자註> 이로운넷은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 소외지역이자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압축되어 주름처럼 접혀있는 접경지역의 위태로운 현실을 드러내고,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후 붕괴 시대, 접경지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한 이 연재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민주주의를 통해 구현하는 시민교육운동을 지향하는 (사)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와 함께 기획하였습니다. 접경지역의 당면 현안과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음 6개의 주제로 나눠 담았습니다.
<연재 순서>
1. 총론 : 접경지역의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구축 전진기지화 가능성 탐구 시론
2. 접경지역 개요
3.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 제안과 좌절
4. 윤석열 정부의 그린 데탕트, 그 의미와 한계
5.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5대 과제
6. 접경지역을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구축의 전진기지로!

접경지역의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구축 전진기지화 가능성 탐구

3개 광역시도, 15개 시군에 걸쳐 있는 접경지역은 면적은 대한민국의 10분의1, 인구는 20분의1에 달합니다. 이들 지역은 일반적인 대한민국 농산어촌이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고령화, 빈곤화로 행정구역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접경지역은 이에 더해 분단 70년을 경과하고도 전쟁의 상흔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 붕괴의 시대. 지구공동체에서 인류는 물론 비인간 자연 모두 생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더불어 격화되는 군비경쟁 속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과 공동체를 맞을 수 있을까요?

현시기 불안과 공포의 근원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시작되었고, 우리가 착목하는 지점도 그 변방이 접경지역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접경지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변화된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접경지역은 글자 그대로 경계를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접경지역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의 정의에 따르면 “접경지역”이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잇닿아 있는 시‧군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민간인통제선 이남(以南)의 지역 중 민간인통제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군을 말한다. 다만, 비무장지대는 제외하되 비무장지대 내 집단 취락 지역은 접경지역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천광역시‧경기도‧강원도 등 3개 광역시‧도의 15개 시‧군(인천광역시 2곳 : 강화군·옹진군, 경기도 7곳 : 동두천시·고양시·파주시·김포시·양주시·연천군·포천군, 강원도 6곳 :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이 해당됩니다. 대한민국 면적의 10분의 1(9,634㎢)에 달하고, 인구는 20분의 1인 267만 명이 살고 있다.그림/자료=이상신 외 
 인천광역시‧경기도‧강원도 등 3개 광역시‧도의 15개 시‧군(인천광역시 2곳 : 강화군·옹진군, 경기도 7곳 : 동두천시·고양시·파주시·김포시·양주시·연천군·포천군, 강원도 6곳 :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이 해당됩니다. 대한민국 면적의 10분의 1(9,634㎢)에 달하고, 인구는 20분의 1인 267만 명이 살고 있다.그림/자료=이상신 외 

하지만 이들 접경지역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그다지 주목받고 있지못하고 있습니다. 접경지역이 뉴스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대개 남북 사이에서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거나 역으로 남북관계가 긴장국면에 놓여 있을 때입니다. 남북 관계가 우호적일 때는 개발 수요에 대한 예측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기대감 뉴스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을 때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단골로 보도되곤 합니다.

또 하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을 때입니다.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역대 모든 정부는 DMZ와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다양한 제안들을 내놨었습니다. 비무장지대의 명실상부한 비무장화 제안에서부터 평화시(市)‧ 경제특구‧ 평화생태공원‧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접경지역 평화벨트 구상까지 다양합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소위 그린 데탕트(Green Détente)를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제안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린 데탕트란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비정치적‧비군사적 이슈인 환경 생태 분야의 협력을 통해서 남북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긴장 완화와 평화를 달성해보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제안들은 안타깝게도 제안과 동시에 사문화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DMZ와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이북의 동의와 협조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또 하나는 DMZ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악화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의 그린 데탕트 구상 역시 현실화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접경지역은 대한민국의 농산어촌이 보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 빈곤화로 지역이 곧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접경지역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2천900만 원으로, 전국 평균(3천727만원)의 77.8% 수준이고, 모든 곳이 인구소멸 위험 진입 혹은 위험 주의 상태로 낙후되고 정체된 지역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경기연구원, 2021).

실제로 KAIST가 2020년 실시한 한국의 미래상황에 대한 전문가 조사에서 이들 ‘접경지역’ 관련 주요 키워드는 ‘경쟁력 상실’, ‘산업 정체’, ‘안보’, ‘경제위기’, ‘북핵 위협’, ‘생산구조의 낙후화’ 등이었습니다.

현시기 지구공동체에는 기후 붕괴로 대변되는 생명의 위기가, 인류공동체에는 양극화로 대변되는 생명의 위기가, 그리고 한반도공동체에는 분단체제로 인한 상시적 전쟁위험이라는 3중고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남과 북 공히 한반도공동체의 구성원에게는 이 3중고의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적 실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접경지역 역시 예외 일 수 없으며, 위 3중고의 위기를 타개하는 전략하에서 개별적‧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된 실사구시적 대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대응방안의 핵심은 접경지역의 산업구조 전환, 즉 먹고사는 문제로부터의 접근이 필수적이며, 이는 (농업과 어업, 관광이 주력인) 산업구조의 생태적 전환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이것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해당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관(官)이 조력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협치(governance) 구조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대북 제안과 남북 협력 역시 다른 관점이 요구됩니다. 현시기 실현 가능한 교류협력 사업은 당연히 추진하되, 우선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이 지역 접경지역에서 산업구조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실천 방안을 구현하고, 이의 성과에 기초하여 북측과 사업의 정형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전문가와 학자들, 관계부처가 다양한 제안들을 내놓았지만, 탄생과 동시에 사문화된 이유는 제안의 비현실성과 관념성 때문입니다. 접경지역의 현실과 주민들의 삶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접경지역을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가 당면한 3중고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 ‘한반도생명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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