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감토크>입니다.
이번 공감토크는 광역과 지자체 단위 중간지원조직들의 올해 사업을 둘러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특히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밀착된 기업지원 분야를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중간지원조직들은 지원기관으로서 어떤 지원사업이 실효적인 부분에서 현장 기업들에게 효과적인가에 관한 과업을 늘 숙제처럼 갖고 있습니다. 갖은 고민과 애로 끝에 설계한 지원사업이 뜻 깊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뜻밖의 난관에 당도하는 때도 있습니다.

김진광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네분이 주인공입니다.

왼쪽부터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김진관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김진관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각 중간지원조직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진광(이하 김): 강원광역자활센터는 주로 강원도 58개 자활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창업-육성-성장-도약 등을 지원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업들을 광역 단위로 묶어서 규모화 육성하는 것을 중점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자활정보시스템'을 통해서 인정관리도 직접 하고 있고요. 보통 타 기관은 중앙에서 관리하는데 광역자활은 지역 단위에서 자활기업이 온전한 기업으로 시장에 나갈 수 있는지 검토하고 검초 의견서를 지자체에 보내는 등 전달 체계로까지 역할이 강화됐어요. 지난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자활기업도 4월, 10월 두 차례 사업보고를 하게 됐어요. 처음 시작하다 보니 기업들의 시행착오도 많은데 그 관리를 광역이 맡게 되기도 했고요.

덧붙여서 올해 중앙단위 기금으로 강원도만 해도 자활사업단과 자활기업에 20억 원의 예산이 내려왔어요. 이전에는 대부분의 예산이 인건비였다면 이제 좀 더 규모 있는 사업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된거죠. HACCP 인증도 가능해졌고, 이전에 없었던 사업도 시작할 수 있게 됐어요. 예로 춘천에 최대 1억 원까지 매칭해서 2억 원 규모로 다회용기 세척장을 구축하고 있어요.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환경부롸 협약을 맺어 진행하는 중점 사업이고요.

 

이수련(이하 수):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춘천 사회적경제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지원하는 조직이에요. 명칭은 협동조합지원센터지만 춘천에 있는 사회적경제 전반에 걸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회적경제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 설립을 지원하는 사업, 설립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 판로지원, 정책 및 모델 발굴 홍보 등의 사업들이 있어요. 센터는 발굴육성팀과 경영지원팀 두 체계로 운영되는데, 저는 발굴육성팀 팀장을 겸하면서 총괄 실장의 역할을 맡고 있어요.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한미희(이하 한):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민간 위수탁으로 원주시가 설립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법인이 운영하고 있어요. 앞서 말씀하신 춘천처럼 사회적경제 기업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컨설팅 업무를 기초로 기설립된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나 교육 사업 등 전반적으로 유사한 사업들을 하고 있어요.

다른 점은 과거부터 협동조합이 활발했던 지역의 역사가 있다 보니 외부에서 탐방객이 많이 찾아와요. 자체적으로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한국관광공사와의 협력으로 카카오챗봇을 활용한 비대면 탐방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어요.

 

이상진(이하 상):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기초 단위 중간지원조직의 지원 범위가 광역 단위로 이뤄지죠. 통합지원지관 등 기존 위탁사업에 더해 올해는 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사업이 추가되면서 해당영역으로 일부 확장된 부분이 있어요. 센터는 크게 사회적기업본부, 공동체기업본부, 경영지원본부, 전략기획실로 나뉘는데, 제가 총괄 역할을 맡은 공동체기업본부는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마을기업 3개 팀으로 구성돼 있어요.

 

Q. 올해 지원사업 중 새롭게 발굴한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당 지원사업을 기획한 까닭과 성과가 궁금합니다.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상: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게요. 먼저 사회적기업본부의 '예비사회적기업 엑셀러레이팅' 사업이 있어요. 예비사회적기업에서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인데, 사회적가치지표(SVI)로 사회ㆍ경제적 성과체계 구축을 돕는 '혁신아카데미'와 공공시장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성장아카데미' 과정으로 운영됐어요. 각종 지원이나 심사 시 SVI 평가 지표를 반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기업들의 인지는 낮은 편이에요. 혁신아카데미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지표를 작성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보는 등의 활동이 이뤄졌는데, 센터는 기업들의 참여나 인지를 높이기 위해 SVI 우수 기업에 대해 어워드 형식을 고민하고 있기도 해요. 성장아카데미에서는 10개 기업을 선정해 상품ㆍ서비스 진단 전문 컨설팅을 진행한 후 조달청이나 교육청 등 적합한 채널을 연결해 계약을 지원하는 등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엑셀러레이팅의 마지막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 후 사업개발비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 보고서를 실질적으로 잘 썼는지 함께 검토해 보는 과정이에요. 미흡하다면 개선을 통해 다음 해 재정지원사업 참여 시 좀 더 효과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끔 돕고 있어요.

두 번째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강원 사회적금융 공제기금'이에요. 강원도 1억 원 등 22개 기관ㆍ기업 참여로 2억 260만 원 정도 기금이 조성됐고, 현재는 모금만 이뤄지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면 관리를 맡은 재단법인밴드(사회적경제연대공제기금 운영 재단)도 추가로 매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예요. 또 이자 지원 사업도 있었죠. 효과나 만족도는 가장 높았고, 올해 새롭게 시도한 거라 의미도 있고요.

 

한: 올해 '사회적경제 브랜드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 법인 내지는 제품ㆍ서비스에 대한 브랜드가 취약한 곳들이 많다 보니 참여 신청을 접수한 곳들이 많았어요. 최종 5개 기업을 심사를 통해 선정했는데, 신청 단계부터 기업들 스스로 일반 시장과 견주어도 선택잗을 수 있는 제품ㆍ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게끔 각각의 항목들을 상세하게 요구한 편이에요. 브랜드가 필요했던 곳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또 취약한 부분이 '회계'예요. 지난해에 협동조합 운영 원리를 잘 알고 계신 지역의 회계사와 함께 인사ㆍ노무, 회계 전문 상담을 진행했는데, 1회성 상담에도 만족도가 높았던 인사ㆍ노무와 달리, 회계는 전문 상담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네트워크라는 연대조직인 만큼 각 기업의 회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해 봤는데, 전반적으로 강도가 높더라도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기초교육 3회, 심화교육 3회 총 6회가 3시간씩 18시간으로 진행됐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기업들 중에는 아주 기본적인 현금 흐름 관리가 잡히지 않는 곳도 있는 만큼 회계 교육에 대한 필요를 많이 체감하고 있어요.

앞서 원주 협동의 역사로 인해 외부 탐방객이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정작 원주 시민들은 그런 역사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활동을 잘 모르고 있어요. 신규 사업은 아니지만 센터는 이를 개선해 보고자 대시민 사업 차원으로 학교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함께 방문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기업들은 참 번거로우셨을 거예요. 사회적경제 1일 체험, 사회적경제랑 놀자 이런 식으로 제목을 전하고 체험과 학습이 병행된 프로그램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 너무 졸은 거예요. 올해는 선착순으로 초ㆍ중ㆍ고 6개 학교, 11개 학급에서 진행했어요. 초ㆍ중ㆍ고를 아우르다 보니 단계별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지만, 연차사업으로 지속 운영하려고 해요.

김진광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진광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 올해부터 자활 영역도 사회적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개발비가 신설되면서 강원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청소 사업단 13곳이 결합해 규모화 사업을 하는 사업계획이 공모에 선정됐어요. 강원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10월 중 공간을 옮기면서 사무공간과 물류창고를 분리하고 이업종간 협업도 준비하고 있고요.

저희는 좀 특이하게 협회를 지원하고 있기도 한데요. 한국자활기업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지정기부금단체가 되면서 강원자활기업협회도 내년부터 한국자활기업협회 강원지부로 전환돼요. 전국단위 협회가 되면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에 준하는 조직구조를 가짐으로써 좀 더 발언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또 기존 자활사업단은 연수원의 창업단계 교육만 필수로 받고 자활기업으로 가는 형태가 많았는데, 지침이 개정되면서 자활기업 전 단계인 시장형 사업단에 창업 전 단계 필수 교육이 생겼어요. 올해부터 시장형 사업단은 무조건 이 과정을 필수로 교육받게 되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자활기업에 대한 요건 검토나 타당성 검토를 강하게 하다 보니 지원 체계가 좀 더 흐름 있게 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창업 자금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이 붙는 등 지원사업도 많이 늘었고요.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수: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도 2개로 정리해 볼게요. 먼저 ‘춘천사회적경제 리더아카데미’예요. 올해 창업 아카데미 과정에서 우연히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장대철 교수를 만나게 됐어요. 장대철 교수가 카이스트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졸업한 기업가 분들과 나누는 유대와 관계를 보고, 우리 기업들에게도 그 같은 관계와 확장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역적 한계로 생각의 틀을 깨기가 어렵고 또 경영 활동에 몰두하다 보니 굉장히 외로운 싸움을 하는 기업 대표들을 위해 리더 아카데미를 기획했고 모두 6개 기업이 참여했어요.

커리큘럼은 6회차 중 5회를 장대철 교수와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을 탐색하는 열린 교육으로 하고 마지막에 우리 기업의 솔루션을 도출해 보는 정도로 방향만 설정돼 있었어요. 사실 저희도 모험이었는데 현장에서 대표님들이 문제 지점들을 정말 가감 없이, 솔직하게 쏟아내시더라고요. 서로 공감하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같이 논의하기도 하고요. 또 교수님 자체로 대단한 경영학 전문가이다 보니 명징한 혜안과 틀을 깨는 과정을 탁월하게 지도해 주어서 대표님들도 너무나 만족하셨고요.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닌 해결 과정을 도출하고 또 수용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고 저희 센터의 시그니처 사업으로 매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중간지원조직으로 큰 고민의 한 부분은 ‘판로’예요. 개발이나 판로연계에서 벗어나서 유통처를 먼저 발굴하고 그 유통처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보자는 사고 전환으로 ‘판로연계 상품 고도화 컨설팅 사업’을 하게 됐어요. 때마침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춘천지역먹거리직매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어서 직매장 개장에 맞춰 판로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매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을 선정해 고도화 컨설팅을 지원해 봤어요. 10월 20일 정식 개장을 했고, 해당 사업으로 선정된 상품들에 대한 프로모션도 실행을 앞두고 있어요.

신규 사업은 아니지만 의미 있었던 사업, 몇 가지 덧붙일게요. 20년 ‘돌봄’, 21년 ‘마을’, 22년 ‘혁신’ 등 센터가 연구 키워드를 제시하면 해당 키워드의 사업을 수행하고자 희망하는 곳에서 소규모 연구를 진행하는 ‘춘천형 사회적경제 모델발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연구를 통해 새롭게 사회적경제 기업이 설립되거나 기존 사회적경제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등의 성과들이 있고, 내년 키워드로 ‘일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사회적경제 기업간 협업 구조를 마련하는 ‘사회적경제네트워크지원사업’도 있어요. 단순한 활동에 그치지 않도록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실제로 어린이작업장 모델을 선보였더니 지역에서 돌봄 사업을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공동체들에게 해당 모델이 확산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올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 에너지 카페 개설(춘천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나누스페이스, 춘천워커즈협동조합), 장애-비장애 청년 네트워크 기반 문화 활동 사업(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무하)이 진행되고 있어요. 해당 사업이 마중물이 돼 지역에 새로운 연대와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지난해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연계해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던 ‘사회적경제 소상공인 협업지원사업’을 올해 본 사업을 설계해 진행하고 있기도 해요. 사회적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함께한다는 데 의미가 있고, 춘천시도 이에 공감해 사업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김진관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이상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체기업본부장, 한미희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이수련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실장, 김진관 강원광역자활센터 차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체감하는 지원사업의 흐름이나 방향이 있다고 하면 무엇이 있나요?

김: 정책 방향이 자활기업을 계속 규모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광역센터도 기존 14곳에서 울산ㆍ제주가 신설되면서 16곳으로 늘었어요.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 단위로 광역센터 인프라가 갖춰진 셈이에요. 복지부는 업종 간 협업 공모 지원사업을 설계하고 있고, 최대 1억 원까지로 사업비도 확대하고 있어요.

아쉬운 점은 지원사업도 늘고 규모화되고 있는데 반해 자활기업의 수가 줄고 있고, 전담자도 있다가 또 없다가 한 상황이에요. 전담 인력이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좀 더 촘촘하게 사업을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력 관련해서는 계속 요청을 하고 있기도 해요.

 

수: 2019년 12월 센터 설립 당시 춘천은 '세계 제1의 협동조합 도시'를 목표하고 있었고, 센터도 협동조합의 양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집중이 되어 있었어요. 사회적경제 기업의 발굴이나 설립측면에서 1~2년 정도 몰두했다면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설립된 기업들이 부실되지 않도록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지역 내 사회적경제 실태조사를 2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현황을 살피면서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지 요구조사 항목도 포함하고 있어요. 이 조사에서 도출되는 지점도 기업들에 대한 재정 또는 인력적인 지원,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대한 수요들이라는 걸 확인하고 있고요.

초창기 집중했던 것이 ‘설립’이었다고 하면 이제는 ‘성장’쪽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 원주를 찾는 탐방객들에 대한 지자체의 첫 관심은 산업 관광이었어요.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간판을 단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연대조직의 사무국이 하던 일을 이어가는 정도였어요.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사업비를 받게 되면서 지원센터 차원에서 원주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범시민 홍보사업에 대해서 품을 들여 고민할 수 있게 됐어요. 제대로 들여다보니 현실적으로 자립구조를 갖지 못한 곳들도 있고, 충분히 좋은 내용과 가치를 담고 제품‧서비스를 갖고 있는 곳들도 많아서 지원센터로서 해야 할 일들을 활발히 구상해 보고 있어요.

요즘은 ‘전환의 시기’를 맞았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젊은 사회적경제 대표자들의 조직에서 가장 크게 느껴요. 사회적경제 기업으로서 홍보하기보다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자체의 질을 올려서 오롯이 평가받길 원하더라고요. 사회적경제 조직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만난 소비자들이 ‘이 기업이 이런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네’ 하고 알아주는 정도면 되는 거예요.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도 해당 관점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내부적으로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서 광역자활에서 말씀하신 협업화, 규모화도 고민하고 있어요. 연대조직이다 보니 이전부터 협업화에 대한 움직임들은 있었어요. 이 움직임을 실제 사업화해서 우리 지역만의 협업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상: 초창기에는 교육이나 컨설팅 등의 지원을 으레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사업별로 단절되는 부분들이 발생하더라고요. 이제는 서로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기획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컨설팅으로 문제를 도출해 낸 보고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실험비 형태의 지원으로 실효성을 검증해 볼 수 있도록 해요.

또 마을기업에 대한 고민도 커요. 강원도에는 140여 개의 마을기업이 있는데, 대부분 10년이 넘는 곳들이 60~70%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들에 대해서 지원센터가 반드시 모든 것을 다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업들 대부분이 사회적경제 외 지원 영역을 통해서 성장하는 면도 있잖아요. 마을기업도 진입 후 3년 정도 최대한 육성을 돕고 이후에는 다른 지원사업들과 연계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지금 시스템은 1년에 한 번씩 계속 모니터링을 하게 돼 있는데 사회적기업과 달리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사실 시군에서 관리 감독이 잘 안 돼요. 필요에 맞는 지원을 매칭하고, 일정 정도 연차가 쌓이면 지정 취소가 아닌 졸업제 형식을 도입하는 등의 육성 시스템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Q. 내년 지원사업을 꾸릴 때 구상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업이 있거나 또는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코로나19 이후로 외식 업종은 한계가 발생하더라고요. 최근에 저희가 하고 있는 건 ‘K-defense’라는 공동브랜드로 소독·방역 사업단을 전문화했어요. 자활기업 3개소랑 사업단 11개소에 대한 관리 역할을 광역이 맡고 있고요. 광역이 취약한 게 자체 프랜차이즈화였는데, 중간지원조직이 본사 역할을 대신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는 거죠.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곤충사업도 있어요. 강원도는 갈색거저리 유충을 사육한 후에 B TO B 방식으로 납품하는 걸 준비하고 있어요. 중앙에서 사업비 1억 원을 확보해서 인제랑 화천에 대량생산을 위한 스마트팜 방식의 곤충사육동을 개설했어요. 선도적으로 곤충 이력제를 도입해 있기도 해요. 풀무원이나 농심 같은 기업과 협약을 진행했고, 연어 양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강원도 환동해 본부에는 연어 사료로 납품할 예정이에요.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규모화해서 6개동으로 시설도 확충해, 브랜드화하려고 해요. 

자활은 계속 브랜드, 규모화 작업을 통해 전국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지역자활센터는 전국에 250개가 있는데, 전국적으로 법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사업을 시도하기에 적합한 면이 있어요. 각 지역자활센터가 사례 관리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신규 사업이나 경영 지원 등에 대한 광역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

 

수: 올해 교육사업으로 사회성과 인센티브(SPC) 측정 과정을 김수진 한국사회가치평가 이사와 함께 하면서, SPC에 진입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 안에 이런 체계들이 마련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가치에 대한 보상 체계가 우리 지역 안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내년에 사회성과 측정과 관련된 컨설팅을 해보고, 사회성과 평가도 작성해서 보고서로 만들어내는 것들을 가시화해 보인다면 후년에는 보상 체계를 설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원주는 내년에 사회적경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사업이나 컨설팅 전략을 세우자는 게 목표고요. 휴무한 협동조합에는 필요하다고 하면 해산을 열심히 지원해 드릴까 해요. 실제로 협동조합 설립 상담 시 많이 돌려보내기도 하는데, 헛으로 늘어나 있는 수를 정리하는 것도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신 성장 가능성의 기업들에 집중해 지역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측면의 사업을 추진해 보려고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경제 시민학습동아리 지원사업’도 의미 있는 사업이에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구성, 운영하는 동아리에 강의비 또는 도서를 지원하고 있는데, 사회적경제 유입의 한 통로가 되고 있다는 면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적경제 학습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생각이에요.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부분도 센터 사업을 운영하면서 늘 염두에 두는 부분이에요. 협동조합 기본법 1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정립해 가자는 논의가 각 지역의 연대조직, 전국 조직들에서 이야기되고 있잖아요. 사회적경제 조직이 자기 정체성과 비전, 미션을 바로 세워 방향성을 잃지 않고 운영해 가는 건 매우 중요하고 이 부분에서 일반 경제나 기업과 차별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청년 활동가들의 장이나 포럼, 열린 강좌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에요.

 

상: 강원도사회적경제센터는 내년에 ‘우리 동네 사무장’을 도입하려고 해요. 전북 완주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마을기업들은 행정력이 조금만 갖춰져도 더 많이 올라올 수 있는데 인건비 지원이 없다 보니 계속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 동네 사무장은 각 기업별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몇 개 마을을 묶어서 공동사무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투입돼요. 저희가 의도한 대로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향후에는 마을기업에서 공동사무장을 해당 마을기업의 사무장으로 고용하게 되는 형태도 그려보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강원 SMART 관광체험 육성 및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관광두레PD와 함께 ‘공정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관광 상품 형태로 담아내면서, 공공구매까지 함께 연동되는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이에요.

 

Q. 각 조직 또는 지원조직 구성원으로서 갖고 있는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상: 기업 지원은 경영이나 마케팅 등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으로 부족하지 않나 하는 고민이 있어요. 구성원들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전문성이나 여러 가지 이해 교육을 받고 있긴 하지만 더 잘 해내고픈 욕구들이 있어서, 좀 더 보완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어요.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가 우선은 가장 시급할 듯합니다.

 

한: 원주가 갖고 있는 역사가 자랑이면서 또 부담이자 책임이 큰 지역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그 책임을 다하려면 젊은 사람들에게 연속성 있게 잘 넘어가야 할 텐데, 전반적으로 사회적경제에서 가장 활발해야 할 30대에서 공백이 느껴진다는 생각이에요. 청년 세대가 매력을 느끼는 방향으로 사회적경제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수: 첫째로 센터 명칭이 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변경되면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정립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두 번째는 계속 공간에 대한 과제가 있어요. 춘천사회혁신센터 내 사무실을 임대하고 있는데, 사무공간이 협소해서 기업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더 확장해서는 춘천 사회적경제의 거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거점 공간을 통해서 다양한 시너지들이 지역에서 살아날 수 있을 텐데, 잘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사회적경제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도록 센터가 역할하는 게 과제 해결의 한 방편이 될 테니 더 열심히 뛰어야죠!

 

김: 자활의 정체성이 복지 쪽에 더 가깝다 보니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 긴밀하게 사업하다가도 어느 순간 우리 사업에만 급급하고 그래요. 최근 몇 년이 그랬다고 여겨지는데,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으니 다시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들과의 대외 활동을 고민하고 있어요.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를 통해 자활 소식을 꾸준히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 보다 활성화해 보려고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함께하는 이웃인 자활, 앞으로 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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