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다. 특히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서 세계적인 기술혁신과 국제금융의 메카로 잘 알려져 있다. 현지에서 흔히 ‘더 시티(The City)’로 약칭되는 샌프란시스코의 생생한 경제문화 소식은 세계적인 트렌드와 돈의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황금의 시대

자타공인 세계 금융의 거점 샌프란시스코는 2022년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도쿄와 베이징을 누르고 세계 7위에 올랐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로부터 실리콘밸리 기술혁명에 이르기까지 국제 금융과 미국 경제의 흐름은 언제나 샌프란시스코의 돈줄과 그 궤를 함께 해왔다. 돈으로 보는 세계, 세계를 통해 보는 돈의 흐름은 바로 이 샌프란시스코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 첫 실마리는 무엇보다도 금융과 경제의 물리적인 실체, 바로 화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금융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탄생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와 함께한다. 1848년 최초로 황금이 발견되었을 당시만 해도 캘리포니아는 인구 1만 5000명의 한적한 시골이었으나, 황금의 광풍이 일어난 단 2년 만에 인구 10만을 넘어서면서 당시로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작은 항구도시에 불과했던 샌프란시스코는 골드러시의 중심지로서 일약 대도시가 되었으나, 가파른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금융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골드러시 당시 캘리포니아의 화폐 체계는 혼란 그 자체였다. 주요 상업 거래에 사설 주조소에서 제작된 로컬 금화나 갓 캐낸 금가루가 사용되었으며, 멕시코,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화폐는 물론 심지어 인도의 돈인 루피까지 쓰였을 정도이다.

1854년 문을 연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조폐국 부지.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San Francisco Historical Society)에서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854년 문을 연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조폐국 부지.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San Francisco Historical Society)에서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854년 커머셜 스트리트에 작은 규모로 설립된 조폐국은 공식 통화 생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경제를 뒷받침하고자 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경제성장에 따른 화폐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게 되자 20년 만인 1874년 5번가와 미션 스트리트 교차지점에 조폐국 건물이 새로 마련된다. 그리스 신전 양식으로 건설된 이 웅장한 건물은 곧 미국 금화의 성소가 되었다. 1880년대 샌프란시스코 조폐국은 미국 전체 금화와 은화의 약 60퍼센트를 생산하였으며, 1937년까지 미국 금보유고의 3분의 1에 달하는 양을 비축하는 중요 거점이었다.

1854년 발행된 더블 이글(Double eagle) 금화. 골드러시로 급증하는 금 생산량 탓에 당시 최고액면가의 두 배에 해당하는 20달러 금화의 주조가 미국 정부에 의해 1849년 승인되었다. 이 20달러 금화에 사용된 금의 양은 무려 30그램(8돈)으로 금값만 단순 환산해도 한화 약 230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 Wells Fargo Bank
1854년 발행된 더블 이글(Double eagle) 금화. 골드러시로 급증하는 금 생산량 탓에 당시 최고액면가의 두 배에 해당하는 20달러 금화의 주조가 미국 정부에 의해 1849년 승인되었다. 이 20달러 금화에 사용된 금의 양은 무려 30그램(8돈)으로 금값만 단순 환산해도 한화 약 230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 Wells Fargo Bank

1906년은 샌프란시스코 조폐국의 역사에서 불행과 다행이 교차한 한 해였다. 리히터 규모 7.8의 궤멸적인 지진이 샌프란시스코를 덮쳐 도시의 8할 이상이 파괴되는 아비규환이 펼쳐졌지만, 다행히 이 조폐국 건물은 무너지지 않고 건재하였다. 도둑이 지하를 파고 침입할 것을 방지하고자 지반 공사를 매우 튼튼하게 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진에 이어 발생한 초대형 화재는 무려 1000도가 넘는 무시무시한 화염으로 무너진 도시의 잔해마저 깡그리 파괴하며 재차 조폐국 건물을 위협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조폐국이 보유한 금과 은의 규모는 3억 달러(현재가치 60억 달러, 한화 가치 8조원 이상)의 가치로, 자칫 미국 경제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진 발생 불과 10일 전에 완공된 소방 호스 시스템 덕에 조폐국은 이 끔찍한 화마로부터도 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진과 대화재로부터 미국 경제를 굳건히 구해낸 샌프란시스코 조폐국은 1937년 다운타운 외곽에 새 건물이 세워지게 되면서 오랜 명맥을 다하게 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구 조폐국 건물은 1961년 미국 국립역사기념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으며, 오늘날은 각종 이벤트 장소로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계속>

샌프란시스코 웰스 파고 뮤지엄 소장 역마차.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던 서부 개척 당시, 은행들은 금융 뿐 아니라 수송과 우편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며 골드러시의 발전을 뒷받침했다. © Wells Fargo Bank
샌프란시스코 웰스 파고 뮤지엄 소장 역마차.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던 서부 개척 당시, 은행들은 금융 뿐 아니라 수송과 우편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며 골드러시의 발전을 뒷받침했다. © Wells Fargo Bank
구 샌프란시스코 조폐국(Old San Francisco Mint) 전경
구 샌프란시스코 조폐국(Old San Francisco Mint)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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