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뜻하는 ‘펫코노미(Petconomy)’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열리는 크고 작은 펫(Pet) 박람회만 30여 개에 이른다.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는 상품 판매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아 외면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반려동물 의료 스타트업 ‘나누고’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박람회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코리아 펫 엑스포(Korea Pet EXPO)’를 기획했다. 서귀동 나누고 대표는 “단지 물건을 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박람회장에 반려동물을 데려와 같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했다”며 “펫 관련 스타트업에는 소비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동교정사 100명 참여해 차별화, 문제행동 무료로 개선할 기회

반려동물 의료 스타트업 ‘나누고’가 내달 17~19일 서울 역삼동 SETEC에서 ‘코리아 펫 엑스포’를 개최한다.

오는 8월 17~19일 서울 역삼동 세텍(SETEC)에서 개최되는 ‘코리아 펫 엑스포’는 제품을 파는 부스를 무리하게 키우는 대신 놀이터, 세미나실, 교육실 등을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서 대표는 여타 펫 박람회와 차별점에 대해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행동교정사가 100명이 참여해 행사장의 안전을 맡고, 반려동물의 행동교정을 무료로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견주가 강아지를 버리는 이유는 대부분 ‘문제행동’ 때문이에요. 개의 행동이 무조건 잘못된 게 아닌데, 보호자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쌓이고 결국 유기해버리죠. 몇 문제행동은 간단한 교정만 해줘도 괜찮아지거든요. 박람회에서 직접 강아지를 데려와 10~15분 훈련사와 상담을 하고, 교정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아무래도 비용적 부담이 큰데, 무료니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해 유기동물 입양 행사도 함께 연다. 서 대표는 “반려동물을 너무 쉽게 사고 버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며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무 교육도 실시한다”고 이야기했다. 유실 방지를 위해 인식용 마이크로 칩을 반려동물 체내에 삽입해주는 프로그램 역시 무료다.

 

 

서귀동 나누고 대표는 "회사명은 '나는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입니다'의 줄임말로, 누군가에게 고마울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는 부스에는 130여 개 업체가 참여해 반려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대형견에게 입마개를 채울 때 어떤 제품이 적절한지,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등 올바른 방식을 배울 수 있다. 크기나 견종에 필요한 리드줄, 사료, 간식 등에 대해서도 필요한 지식을 전하고 견주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서 대표는 이번 박람회에 대해 “단순히 수익성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처럼 작은 기업에도 홍보할 수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상업적 목적뿐만 아니라 문화적 접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람회장을 찾은 견주나 반려동물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축제처럼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진료비 투명하게 공개한 방문 진료 서비스 ‘러브펫’…이동 불편한 노년층에 인기

‘나누고’에서 주력하는 사업은 지난해 11월 시작한 반려동물 가정방문 진료 서비스 ‘러브펫’이다. 아픈 반려동물이 병원을 찾는 대신 수의사가 가정에 방문해 치료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의사와 견주를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방식이다.

서 대표가 ‘러브펫’을 시작한 이유는 너무 비싼 진료비 때문에 아픈 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다. 1999년 ‘동물의료 수가제도’가 폐지된 이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 됐는데, 같은 항목(초진비)에서 최대 5.7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소비자교육중앙회의 조사도 있다.

 

 

 

'러브펫'에는 40여 명의 수의사가 활동 중이며, 낮은 수익 때문에 병원이 폐업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러브펫’은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평균 가격을 진료비로 정하고, 이를 웹과 앱을 통해 전부 공개한다. 서 대표는 “출장비 2만5000원이 부담될 수 있지만, 간단한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접종, 반려동물에 대한 상담이나 행동교정 등이 더해져 한 번 갈 때마다 평균 28분 정도 길게 진료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 달 평균 서비스 이용 건수는 100건 정도이고, 재방문율은 52%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주요 소비층으로 20~30대 1인 가족을 겨냥했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이 이용자의 대다수다. 반려동물이 아픈데 병원까지 가기 힘들거나 2~3마리를 동시에 키워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이 방문 진료를 선호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낯선 병원에 대한 공포감이나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러브펫’ 서비스로 중국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나누고는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진료비가 합리적이고 투명해지면 유기동물의 숫자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서비스를 통해 단 한 마리의 유기견을 줄여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예요. 장난감이라는 의미가 강한 ‘애완’동물이 아닌, 보호자와 함께 살고 늙어가는 뜻의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으면 합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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