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미투?낙태’

올해 스무 돌을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3가지 쟁점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2일 오전 11시 서울 대현동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아트홀에는 31일 개막을 앞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축제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0년간 여성 영화인과 영화를 조명해온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최근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번 행사에는 총 61개국에서 1000여 편이 접수, 역대 최다 출품작 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현 시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성평등 가치와 문제의식을 조명한 작품 147편이 뽑혀 관객들을 만난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특히 올해는 ‘디지털 성폭력, #미투, 낙태’ 등 현 시대를 반영하는 주요 쟁점을 3개를 선정해 사회적 맥락을 짚고 담론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열린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촬영·배포되는 몰래카메라로 인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담은 ‘얼굴 그 맞은 편’과 ‘녹이 슨’, 낙태죄를 둘러싼 여성들의 권리를 다룬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와 ‘말하기 어려운 것들’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뜨거운 이슈인 ‘미투’를 주제로 한 영화 ‘레시 테일러의 #미투’ ‘아니타 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혜경 조직위원장은 “미투 운동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뿌리내린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문화로부터 비롯됐다”라고 꼬집었다.

이 조직위원장은 “사회적 문제를 더는 좌시하지 않고, 똑바로 직면했다는 점에서 시민 의식이 크게 성장했음을 확인했다"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계속해서 한국 사회의 ‘젠더 감수성’을 길러 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주연 프로그래머는 “미투 운동이 한창 활발하던 시기에 출품작을 심사했다. 관련 내용이 실질적으로 작품 안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충분치 않았지만, 올해 말부터 내년 사이 여성 영화인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 신설된 ‘국제장편경쟁(8편)’ ‘한국장편경쟁(5편)’ 부문을 비롯해 아시아권 국가에서 출품한 ‘아시아단편경쟁(19편)’, 국내 10대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모은 ‘아이틴즈(7편)’ 등 총 147편을 상영한다. 이외에도 국제 컨퍼런스 및 관객과의 대화, 시상식 등도 준비됐다.

영화제는 오는 31일부터 서울 성산동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내달 7일까지 메가박스 신촌 6개관에서 이어진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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