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보하 서울시협동조합센터장 "협력이라는 가치 느껴보실래요?"

 

 

김보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협동조합만의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이라는 가치 추구가 있고, 초기부담금이 낮다”며 “지역 반 특성상 학교, 병원 등 시장 진출이 쉽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협동조합은 자선단체인 줄 알았어요. 무지했던 거 같아요. 먹고 사는 것에만 바쁘기도 했고요.”

올해 1월 23일 임기를 시작한 김보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이 젊은 시절부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2003년 협동조합에 입문하기 전까지 그는 일반 무역회사 16년차 차장이었다.

나름 잘 나가던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협동조합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연봉 삭감부터 감수해야 했다. 당시 협동조합의 노동조건은 지금보다 더 열악했다.

김 센터장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가족을 챙기다 보니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커진 것. 이때 '한살림(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알게 됐고, 우연히 생산지 방문 행사에 소비자 자격으로 참여하게 됐다.

김 센터장은 “호기심에 한번 참석한 거였는데, 깊은 울림이 남더라고요. 소비자 건강을 생각하는 생산자 모습이 감동을 주더라고요.”

딱히 결심한 것도 아닌데, 매주 가게 됐다. 현장을 직접 보니 한살림과 협동조합에 대해 믿음이 커지면서 꾸준히 참석했다. “한살림 측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하더군요.”

 

 

나이 마흔을 넘어가는 시점. 누구든 인생을 돌아보고 재설계를 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는 사표를 택했다. 그리고 동대문구 소재 한살림 전농매장 팀장 직함을 택했다.

 

 

 

건강한 먹거리 관심서 출발…무역회사 커리우먼 이력=서울시 협동조합 전문가 이력 

단순한 소비자의 역할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전파하는 그것과는 다르다. “쉽지 않았지만, 스스로 부족한 점을 빨리 인정하자 업무도 인간관계도 발전하게 됐다”는 그는 “긍정적인 인식과 한살림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수평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원 간 친밀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렇게 햇수로 16년이 흘렀다. ‘16년 무역회사 커리우먼’의 역사와 ‘협동조합 활동가 역사’가 같아졌다. 한살림 이사, 서울협동조합협의회 이사를 맡으며 특정 조합의 조합원의 경험에서 전체 협동조합 발전을 위한 일로 활동 범위를 서서히 넓혀온 결과다. 그는 서울지역 내 협동조합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수장이 될 정도의 전문가로 성장했다.

 

 

 

김 센터장은 “서울시에만 3,000개 정도 협동조합이 있는데, 이 중 제대로 운영되는 조직은 10~15% 정도”라며 “질적 자립과 성장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이 가능하니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쉽게 생각해 만들고 나니 운영의 어려움이 닥치고 곧 조합 내 갈등이 표출되죠.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양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질적으로 개선점이 많습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만들기만 하면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출발한 협동조합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협동조합만의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협력이라는 가치 추구가 있고, 단독 사업과 비교해 초기부담금이 낮다”며 “지역 기반 특성상 학교, 병원 등 시장 진출이 쉽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체인점화’도 제안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 문제라 할 수 있는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른바 ‘갑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육아, 노인돌봄...협동조합 장점 살릴 분야 늘어나길"

대부분 프렌차이즈 형태는 본사가 고가 상품을 무조건 받도록 한다. 가맹점이 수익을 낼 수 없는 근원적 구조의 문제가 거론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협동조합은 본사와 점주 모두 주인이기에 궁극적으로 상생할 수 있어 ‘프렌차이즈 협동조합’도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맹점주간 협동조합도 좋고, 본사 자체를 협동조합 형태로 만든 후 이후 가맹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올해로 만 57세다. 인생 후반기를 협동조합 관련 일을 하면서 서울지역 협동조합 전체를 돌보는 위치에 오른 그도 은퇴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협동조합이다. '센터장'이라는 공식 자리를 마친 이후에도 여전히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조합을 이용하고 여러 협동조합이 활성화 되는데 함께 할 생각이다.

직장 맘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육아협동조합이나, 고령화로 인해 노인 돌봄에 대한 필요성이 강해지고 있는데 인간 중심과 호혜적 관계로 운영되는 돌봄협동조합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조합원 간 결속력이 끈끈하다면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게 바로 협동조합이니까요."

 

 

첫째, 협동조합의 운영 7원칙 지원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인 정체성(자율적인 결사체), 가치(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함, 연대 등)가 잘 지켜지기 위한 내실화

둘째, 협동조합 사업 및 통합 성장을 위한 밀착 지원 

협동조합의 조직운영 역량을 위해서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 비즈니스모델 개발 및 컨설팅 지원

셋째, 협동조합 내 네트워크 강화

협동의 원리인 상호 호혜성이 이루어지고, 협동조합 간 연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플랫폼 구축

넷째, 조합원의 주인의식 증진과 참여 유도

협동을 촉진하는 회의 방법 등 다양한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기 위한 교육 지원

글. 이화형 이로운넷 기자
사진.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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