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지나가봤을 부평의 시장로터리 42번길. 그곳에서 W42가 시작됐다. 아무 의미 없던 빈집에 다양한 이야기를 불어넣어 색을 입혔다. 무채색이던 곳이 독특한 분위기로 재탄생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비어있는 집에 W42는 뜻을 채웠고, 빈집은 사람 냄새가 나는 가정집이 되었다. 빈집을 활용해 주민들의 쉼터를 만든 W42에 대해 알아보자.
가정동에 위치한 청년협동조합W42의 '가정집'

가정집을 운영하는 W42

우리는 마을기업이고, 정식적인 회사명칭은 청년협동조합W42이다. 부평구 시장로터리 42번지에서 청년활동가, 지역구성원과 함께 지역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때의 마음가짐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정식명칭을 W42로 하였다. 2018년 9월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빈집소셜프렌차이즈 가정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W42의 방향성

W42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가정집 모델 같은 경우도 원도심에 있는 빈집들을 직접 찾고 리모델링해서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재생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과 사람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같다.

청년협동조합 창업지원 최우수상 수상

 

가정동에서 시작하다

작년에 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진흥원, 그리고 신협중앙회에서 진행하는 청년협동조합 청년지원사업이 있었다. 그 사업에서 청년협동조합W42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구 신협이 멘토가 되어 신협조합원들과 가정동 주민들을 소개 받았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을 쭉 이어가자는 마음이 들어 가정동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사업모델로 주민사랑방 만들기를 지향했다. 그러면 문턱이 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게 파티룸 대여다. 홍보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점에서 좋았다. 요즘은 오로지 파티룸으로만 사용하기에는 손님이 많이 와서 하지 않고 있지만 사업 초기 뜻 깊은 활동이었다.

SNS 활용의 중요성

현재 운영하는 SNS로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있다. 사실 SNS활용을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활동을 잘 안했다. 하지만 도시재생 스타트업 관계자, 지역사회활동가들에게 회사설명을 말로 하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케팅, 디자인을 전공자들을 초빙해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정체성은 가정동에서만 비롯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바깥에서 활동했던 기억, 주민분들이 주신 지혜를 토대로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천사람이지만 도시재생의 선진도시인 서울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다양한 측면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주민들의 협조와 정책간의 간극이 컸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실천해보기로 했다. 성공 또는 실패했던 경험들로부터 우리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사람이 중심이 되자.’ 어떤 것을 하더라도 그것을 최우선 키워드로 둔다. 이는 가정집 비전하고도 맞는다. 전국에 236개 구가 있는데 한 구에 10개 이상의 가정집을 여는 게 최종 비전이다. 결과적으로 총 2360개 이상의 가정집을 내는 게 목표이다.

‘가정집 2호’

2호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동해, 서울, 강화도 등 여러 곳에서 2호점을 내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이사진과의 회의결과, 먼저 가정집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느꼈다. 2호점은 올해에 이곳 근처에서 계획 중이다. 지금 빈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가정집2호점 프로그램은 지역조사 → 주민들의 수요조사 → 빈집 리모델링 교육 → 지역 내 청년 주민확인 → 주민을 위한, 주민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설정으로 이루어진다. 지금은 아직 지역조사를 하는 중이다. 다른 프랜차이즈 이름은 ‘가정집’이 아닌 ‘OOO의 집’이나 그 지역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할 생각이다.

재정문제를 헤쳐나가다

재정적인 문제는 모든 기업들이 항상 겪고 있는 문제이고, 우리가 회사를 설립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작년 같은 경우 지원사업에 참여를 하면서 활동비, 인건비를 충당했다. 인천광역시 더불어마을희망지 사업, 마을기업육성 사업 등 총 3가지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지원사업에 계속 의존한다면 예속적인 관계가 지속될 것 같았다. 그러면 우리가 하고 싶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표상적으로만 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년창업공간을 가지면서 재정문제를 독립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가정집에서 나오는 매출만으로 활동할 인건비, 공간 대여비, 매입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가게 메뉴나 대여비가 저렴한 편이지만 그만큼 홍보가 잘되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잘 헤쳐나가고 있다.

가정동의 사랑방

  1. 가정에 살어리랏다.

주민들의 역량강화 및 주민들의 주체성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인천 더불어마을 희망지 사업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은 이미 기획을 다 짠 상태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써 주민분들이 직접 계획부터 결과까지 만들어나갈 수 있게 했다. 또한 가정동의 고유성을 살려 마을공동체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청년, 주부 등이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정동을 벤다이어그램을 통해 표현한 ‘당신이 생각하는 가정동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전시를 했다.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대화가 단절된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든 후 이웃 상인분들에게 나눠주며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지역아동센터 연계를 통해 조합원 중 청년활동가가 멘토로 들어와 아이들의 언니, 오빠가 되어주었다. 오가는 길에 쓰레기도 줍고 같이 뛰어노는 프로그램이었다.‘가정에 살어리랏다’는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활동이었다.

  2. 다도의 미학

차를 내려주는 사람을 팽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이차로 유명하신 분을 초빙했다. 그분에게 지역 청년들이 다도 내리는 것을 배우고 그걸 토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도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를 통해서 끊이지 않고 많은 분들에게 문화를 전달했다. 특히 보이차, 미나리차, 작두콩차를 시장 테스트를 해봤더니 반응이 괜찮았다. 활동은 10분, 20분 정도 소요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도예절이라는 것이 한 번 시작하면 차를 내려주면서 얘기하는 자체가 예절이더라. 2시간은 기본으로 지난다. 많은 분들이 꽤 오랜 시간동안 앉아서 수다를 떨 정도로 인기가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가정동 근처에 ‘미나리깡’이라고 하는데 밭을 사투리로 깡이라고 한다. 이 특성들을 활용해서 지역성을 살린 PB(Private Brand)상품, 다도세트를 만드려는 기획을 하고 있다.

거실라이브 진행사진

  3. 거실라이브

가정집의 속 공간의 이름이 안방, 작은방, 거실 등으로 부른다. 그래서 거실라이브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가정동에 들어와서 맨 처음에 설문조사를 하고 워크숍을 하고 수요조사를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 동네에 즐길거리가 없다.’, ‘뭐를 하려고 하면 서울로 나가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딸, 아들들이 친구들을 만나려면 항상 서울로 나간다. 그래서 인천, 특히 지역동네에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중장년들도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거실라이브라는 이름하에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가수가 꿈이던 어머니 등을 섭외를 했다. 공연을 보기위해 공연장에 가면 막상 티켓값이 부담스러워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거실라이브는 입장료 없이 누구든지 와서 즐길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신 입장료는 음료 한 잔이다. 무대를 하셨던 분들에게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고 문화활동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마치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처럼 홍대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듯이 활동을 기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4. 가정 LAB 상상연구소

올해 진행될 사업이다. 현재 공모를 받는 중이다. 이것은 미추홀구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가정동에서 문화활동, 창업활동을 기반으로 했다면 미추홀구에서는 주거문화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는 사업이 될 것 같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을 위한 활동은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W42는 변화를 선호한다. 작년에 그런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해서 올해도 똑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바깥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함축적으로 가정동에 얽매이지 않고 서구 전역의 공원들로 나가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려고 노력중이다.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어디에 강연을 가도 주민분들께서 ‘우리 동네에 청년들이 없어요!’라고 매번 말씀하신다. 실제로 찾아봤더니 청년들은 많이 산다. 하지만 이 곳을 잠자는 장소로만 여기는 경향이 크고 교통편이 좋다보니 서울을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으로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어느 동네에 가도 청년이 없는 동네는 없습니다. 단지 발굴을 못했을 뿐이고 즐길거리를 못 던져줬을 뿐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우리동네에서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를 우리의 슬로건 중 하나로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청년들의 자기계발

최근에 남동구청에서 ‘청년재능지원’ 같은 것을 시작했다. 서울시나 다른시는 벌써 시작했던 사업이다. 인천에서 시작하니까 그런 청년들을 발굴하는 것도 재밌는 요소들 중 하나일 것 같다. 청년들이 하는 작업은 항상 재밌는 것 같다. 우리도 책모임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고 여기서 군고구마 파는 작업도 청년들이랑 진행했었다. 겨울에 한 프로젝트인데 군고구마를 따뜻하게 데워 팔면서 온기를 전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역 주민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지 함께 모색했던 프로젝트였다.

빈집활용에 대하여

빈집들이라고 하지만 소유주들이 다 있다. 다만 빈집이라 관리를 안하고 소홀히 하다 보니깐 그 근처가 쓰레기를 투기하는 장소로 되어버리면서 진짜 버려진 집들이 되더라. 이 가정집의 경우도 누군가는 살던 공간이었고, 가정집이었다가 순대국집이었다가 여러 가지를 거쳤고 장사가 안되서 폐업을 하고 6개월이상 비어있던 공간이다. 집주인과 상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 우리가 빈집을 활용하는사업모델을 한 것도 도시재생 사업을 하다 보니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인천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도 빈집들이 있고 다양한 재능을 갖고있는 지역주민이 있다. 이 좋은 자원들을 활용해서 다시 재생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빈집을 사업모델로 가져간다.

 

가정집. 공간에 대한 기억, 기억이 되는 공간

‘우리의 일상이 지역문화가 되는 그날 W42’. 우리의 대표 슬로건이다. 우리를 소개할때도 이렇게 말한다.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작은 것들도 문화가 될 수 있는 것을 알리고 싶다. 가정집에 들어와서는 누구든지 문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다.

유엔해비타트 참석사진

궁극적인 목표

소셜 프렌차이즈 가정집을 통해 청년의 취업, 창업문제를 같이 해결하고싶다. 빈 집 프로젝트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도시재생 강연을 다니며 “청년이 없는 동네는 없다.”라는 메세지를 던졌던 장은주 대표.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UN HABITAT 가 주최하는 세계도시포럼에 대한민국 대표로 다녀왔다. W42는 지금도 차갑게 식은 빈 집을 온기가 느껴지는 가정동의 안방으로 만들며 주민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간다. 이들은 현시대의 가정동 주민문화를 새로 쓰고 있다.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1기와 W42 장은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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