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지방(전라남도 목포)에서 살면서 스타트업 만들고 운영한 지 3년이 지났다. 서울을 떠나 조금 더 여유를 찾고 돈을 서울과 비슷하거나 더 벌고 싶었다. 기회가 되면 엑싯(투자 회수)도 하고 싶었다. 지방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고 역량만 있으면 돈과 무관하게 일을 하는 지역은 의미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믿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지내는 3년 사이 우울증과 함께 지하철만 보면 가슴이 뛰고 한강만 보면 끌어당기는 것 같은 마음은 사라지고 여유를 찾았다. 아쉽게도 돈은 갈 길이 멀다. 시작하고 거의 반년을 받지 못 하던 월급을 다시 반년 간 월 30만 원을 받았고 다시 월 70만 원 받다가 이제는 생활은 가능하게 받고 있다. 2명으로 시작해서 고향이 전라남도 목포가 아닌 친구들로만 10명을 더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일을 함께 하고 있다. 한 번도 월급이 밀린 적은 없다.

그렇게 지방 소도시 전라남도 목포에서 지내는 사이, 지방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늘었다. ▲강릉 ▲속초 ▲양양 ▲원주 ▲평창 ▲춘천 ▲울릉 ▲진주 ▲창원 ▲통영 ▲거제 ▲군산 ▲순창 ▲전주 ▲부여 ▲음성 ▲순천 ▲여수 ▲남해 ▲제주 등 거의 소도시 대부분에 지역성을 갖추면서도 역량도 갖춘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지방 소도시에서 기억할만큼 또렷하게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목표에서 동시에 두각을 낸 스타트업을 거의 보지 못 했다. 지방에 자리잡은 개인 또는 기업 일부는 스스로를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의외로 스스로 스타트업으로 부르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 이유에선지 아직까지는 투자를 받는 것도, 사회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것도 서울과 그 주위 수도권이 여전히 무대다. 서울과 수도권 밖을 벗어나면 돈에서 멀어지고 관심에서도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아도 매일 알게 된다.

인구 50% 집중된 서울(수도권) 공화국은 사회적 문제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은 신안 하의도, 바둑 기사 이세돌 9단 고향은 신안 비금도이고 삼성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개업한 게 시초였다. 20년 전 골목마다 북적이던 시절 "어깨를 부딪쳐야 지나갈 수 있었다." 같은 무용담들은 이곳 목포를 포함해 이제 지방 소도시 어디를 가나 들을 수 있는 추억이 됐다. 그 추억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이를 꽤 먹은 각 지방 기반 기업들도 많고 그 규모가 작지만은 않다. 그런데 과연 최근 몇 년 사이에 제대로 지방을 기반으로 태어나고 성장해서 주목 받은 스타트업이 몇 개나 될까. 쏘카(제주)를 포함하는 손에 꼽을만큼이다.

왜 20년 전에는 그렇게 많은 지방 기반 기업이 생겨나고 성장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는데, 최근에는 그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을까. 그 이유는 어쩌면 서울이 아니면 안 되고, 서울이면 무엇이든 되는 '서울 만능 주의'가 만들어낸 '서울 공화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인재는 서울로 끌어 당기고 비어버린 빈집과 늙어버린 도시는 책임지지 않고 서울에서 보낸 여행자들이나 장사꾼들만 받아서 나날이 껍데기만 남는 게 현재 지방 소도시들 현실이다. 서울에 집도 사무실도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살지도 않는 곳이 더 성장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전국적으로 빈집은 10년 사이 3배가 늘었고,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39%가 소멸 위험에 처했다. 그럼에도 나날이 인구는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구 증가폭은 역대 최저인데 반면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박명호 대표는 목포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장공장'을 운영하며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사진=박명호 대표

지방에서 제대로 돈 벌 수 있어야

지방에서 사람들이 떠난 이유는 단순하다. 더 나은 일자리, 더 좋은 교육을 찾아서 떠났다. 좋은 일자리는 서울에는 있고 지방에는 드물다. 지방에 공장, 농장은 있어도 소셜 스타트업들이 자리잡은 성수동이나 IT 스타트업들이 자리잡은 판교, 테헤란로 같은 곳은 드물다. 지방 정부는 산업단지 조성과 케이블카, 흔들다리 같은 관광 기반 조성에는 열을 올리면서 지식 기반 산업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쫓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제대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단지 높은 임금으로 대변되는 건 아니다. 20대에서 30대 실력 있는 예비 취업자들이 원하는 일자리에서 원하는 경제 활동을 지방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일만 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큰 규모로 모여서 살면 하나의 생태계가 된다. 그것이 곧 도시이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는 게 지방에서 가능하지 않으리란 법 없다. 어느 단 하나의 지방이라도 약 1,000명 내외 스타트업 종사자가 동시간대에 모여 살면서 활동할 때 그 지역은 변화하고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괜찮아마을'은 실험주의자를 양성해서 괜찮아마을을 조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그 규모의 경제 목표를 세울 때도 1,000명을 기준으로 했다.

지방에서는 돈 벌면 안 되는 걸까?

지방에서 돈을 버는 건 죄가 아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지방에서는 돈을 벌 수 없다."거나 "돈을 덜 벌어도 괜찮다."로 쉽게 평가하는 걸 목격했다. 이런 인식을 일부분 이해하지만 도리어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될 때마다 보다 적극적으로 '괜찮아마을'을 통해 돈을 벌 것이고, 서울을 포함해 해외에 지출해도 손색이 없는 비즈니스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한다. 지방에서 자리를 잡고 제대로 성장하고 다시 확장을 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지방 소도시에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도 계획도 목표 어디에도 주체성은 없고 어딘가를 따라하기만 하는 정체를 모를 지방 정부들이 70년대 방식, 80년대 디자인, 90년대 커뮤니케이션으로 개발만을 거듭해 지방을 망치는 걸 2000년대식 사고 방식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지켜만 볼 수는 없다.

지방에서 제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고 그 사람들이 의식 있고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 때, 지방이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괜찮아마을' 이름으로 조금씩 관심을 얻고 다른 지방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발견한 이상한 부분은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홍보, 여행, 커뮤니티, IT 관련 일을 할 때는 누구를 만나도 당연하게 얼마나 투자해서 어떤 수익을 얻고 기회가 되면 엑싯(투자 회수)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지방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또렷하게 벌면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스타트업이 지방에서 나타나야 한다. 사회적 가치나 지방에서 일을 하는 자체만으로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숫자'로 더 평가 받는 스타트업을 지방이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방 정부는 스스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욕심을 버리고 더 나은 지방 기반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자원을 내어놓고 아낌 없는 관심과 투자를 보내야 '소멸 위험'에 대해 그 누구보다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도록, 그들이 돈을 지방에서 벌도록 해야 한다.

지방에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당신, 아직 지방이 가진 기회를 발굴하고 제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드문 지금, 지금이 곧 기회이니 움직여라. 단, 지방에서 돈을 벌고 싶은 당신은, 서울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당신이어야 한다. 지방 사람들 생계를 뒤흔들고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발굴하고 개척해서 어차피 할 일 제대로 하자. 지방에서 돈을 벌고 이 외롭고 혼란한 시기에 지방춘추전국시대를 함께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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