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는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사회적기업 정책수립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일,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는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사회적기업 정책수립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회적기업 등록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안적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사회적가치 측정 고도화, 사회적기업 법인격 신설 등이 거론됐다.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상임대표 고진석, 이하 한기협)은 2일, ‘윤석열 정부 사회적기업 정책수립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박대수·김형동·이주환 등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이로운넷, 전국사회적경제 판로지원네트워크, 우리은행, 사회적경제뉴스 등이 후원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 공동주최.. "새로운 사회적기업 정책 필요"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환영사에서 부산시의원 시절, 사회적기업 육성조례를 개정했던 경험을 거론하며 “어느 정부에서건 사회적기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돼야 한다. 이번 토론회가 윤석열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진석 한기협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사회적기업은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래 국민과 사회 경제 전반의 지지와 인정을 받으며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높다. 사회적기업도 윤석열 정부의 행복경제 시대 역동적 혁신성장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의원 외에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권명호 의원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이 대기업과 협업하며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민간주도' 강조한 尹정부, 등록제 전환 완성할까?

2부로 나눠 진행된 이날 토론회 1부에서는 ‘사회적기업 인증제 혁신과 등록제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를 논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요건을 갖춰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업만 사회적기업으로 인정한다. 인증제는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 및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등록제로 전환된다면, 단순 서류심사로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인증제 폐지 및 등록제 전환 논의는 정부와 국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제2차·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에서 등록제 전환이 담겼고,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 등록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올해 발표될 ‘제4차 기본계획’에도 등록제 전환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등록제 전환은 민간주도성을 강화하는 변화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성장 및 역동적 혁신성장 기치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실제 인증제를 규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은 “심사를 간소화해 다양한 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등록제 전환시 외연 확대 가능.. 불확실성은 해소해야"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발제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먼저 사회적기업 인증제의 의의와 한계를 짚었다. 인증제는 그간 정부가 사회적기업의 질적 수준을 정부가 보증하는 역할을 해왔다. 김 교수는 “인증제는 정부 재정지원 및 촉진 제도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자리매김했다”며 “소비자, 투자자, 기부자 등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정부가 보증하며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증제는 사회적기업의 독립성·자주성을 제약하고, 사회적기업 신뢰성 및 외연 확대에 한계가 뚜렷한 제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기업 명칭은 정부에 의해 인증받은 기업만 쓸 수 있는데, 이는 사회적기업 정신으로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게는 큰 제약”이라며 “또한 인증기업 간 질적 차이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데다 인증 후 기업에 대한 퇴출시스템도 불충분해 오히려 기업 신뢰를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김혜원 교수는 등록제 전환의 기회요인으로 ▲사회적기업의 민간 독립성·자주성 확대 ▲정체성 외연 확대를 꼽으면서도, “등록제 전환이 이뤄질 경우 기존의 인증제에서 보증하던 사회적기업의 질적 불확실성이 커져 시민과 정책당국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등록제 전환시 사회적가치 측정 고도화·법인격 신설 필요"

그는 사회적기업의 질적 수준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가치 측정 고도화’와 ‘사회적기업 법인격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지원기업 선별작업을 위한 지표인 SVI(사회적가치 지표)를 고도화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증제는 인증소위원회, 육성전문위원회에서 사회적기업을 심사해 인증받는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등록제에서 정부는 서류심사만 진행하고, 민간주도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주도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확실한 신뢰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SVI는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이미 일부 사회적경제 분야 지원사업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적가치 측정제도가 10년동안 개발되고 시행되면서 경험이 축적됐다”며 “인증유형의 특성을 반영하고, 기업별 사회적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지표로 고도화해 정보 제공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사회적기업 법인격 신설은 법적 강제력을 통해 혼란을 줄이는 방안이다. 상법상 회사이면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이윤배분 제약과 자산처분 제약을 설정하자는 제안이다. 영국의 CIC(공동체이익회사)가 대표적 예로 거론된다.

김 교수는 “사회적기업 등록 또는 명칭 사용으로 얻은 이익을 사적으로 전유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진정성있는 사회적기업가는 법인격 취득을 통해 민간과 정부로부터 진정성을 증명하고자 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등록제의 연착륙을 위해 인증제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등록제 전환의 성공여부는 인증제도의 혁신 성공에 달렸다”며 “등록제 전환 전은 인증제도 혁신을 위한 기간이 돼야한다. 대안적 제도 없이 당장 전환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신중한 전환 필요”.. 한기협, 민간소통 채널 자임

좌장인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좌장인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시간에는 현장과 전문가의 제언이 이어졌다. 좌장은 김재구 명지대 교수가 맡고 전인 영남대 교수, 박철훈 대구경북 소셜벤처 지원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이상진 한기협 이사 등이 발언했다. 

먼저 전인 교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도개선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인증제 하에서 체계화된 지원제도 등을 감안해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현행 제도는 인증을 기반으로 직접지원과 간접지원 등이 설계됐고, 제도 개선의 과정을 거쳐왔다”면서 “인증제 기반 지원정책을 어떻게 유지 혹은 발전시키면서 등록제로 전환할 것인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철훈 운영위원장은 시장과 소비자,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운영위원장은 “인증제에서 요구했던 요건들은 규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이었다. 기준이 엉터리면 ‘가짜 사회적기업’이 생긴다”며 “가짜 사회적기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명확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 사회적기업 자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진 한기협 이사는 ‘등록제 도입시 한기협의 역할’에 대해 논했다. SVI 고도화 과정에서 한기협이 민간 소통채널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SVI가 사회적기업 정책 수립에 중요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별, 업종별, 부문별 측정 대상이 확대돼야 하나, 제한된 공공예산으로는 한계가 존재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기협이 추진하는 법정단체화, 공제사업에 SVI를 내부역량강화 도구로서 활용해 SVI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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