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이었다. ‘함께 사는 집을 만드는 청년에게, 따뜻한 온돌을’이라는 이름으로 주택협동조합을 위한 청년들의 크라우드펀딩 소개 자리가 있었다. 뉴타운 재개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던 시기였고, 청년 주거 문제를 비롯한 세입자의 문제가 처음으로 대두되던 때였다. 부동산 문제를 대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주체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4년 첫 번째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착공을 시작으로, 지금은 주택 전문가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사회주택에 이르렀다.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지난 12월 8일에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의 ‘비전마련 조합원 공동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의 비전 마련을 위해 사회주택을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개발 구조 및 주거 공동체를 상상한 시간이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10주년을 맞이하는 2024년 3월까지 장기적인 비전 마련을 위한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사회주택 1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긴 시간의 흔적은 어느덧 7000세대를 바라보는 전국의 사회주택을 통해 실재하고 있다. 평균 76% 이상의 높은 만족도(서울시 사회주택 만족도 조사, 2020). 매입임대주택 대비 10% 이하의 공실률(정용찬, 2020). 공공주택 대비 1호당 21만8000원의 절감 효과(은난순, 2020). 전적으로 국민 세금에 의존하는 LH/SH의 예산 대비 2.9배가 높은 승수효과(서울시, 2020). 사회주택의 10년을 설명하는 숫자들이다.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사회주택 자원의 대부분은 저층주거지에 투여됐다. 거대 자본이 외면하며 고시원 및 반지하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도시 불평등의 한복판에서 사회주택은 일관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하는 길을 걸어왔다. 쓰레기가 쌓이는 매입임대주택 뉴스가 안타까움을 자아내더라도, 사회주택 입주자들은 체계적이고 세심하게 관리되는 자기 집을 비교하며 안심할 수 있었다.

특히 2022년 ‘제4회 사회주택의 날’은 사회주택 커뮤니티의 오늘을 총망라한 자리였다. 주택 운영에서의 ESG 가치 창출 모델을 선보인 ‘녹색친구들’, 사회주택에 포함된 근린생활시설을 활용해 도시재생과 결합한 ‘아이부키’의 모델, 아파트형 사회주택의 대표이자 육아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델을 실현 중인 ‘위스테이 지축’, 각종 소모임 운영을 통해 고립되기 쉬운 청년 1인 가구의 즐거운 서울 독립기를 보여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사례 등 코로나와 정치적인 압박 속에서도 튼튼하게 이어진 다채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운영사의 대표 및 매니저와 입주자가 한자리에 만나 소통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대립 구도로만 이해됐던 세입자-임대인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초창기 사회주택을 향한 적극적인 지원과 정권 교체 이후 가해진 노골적인 비난이라는 굴곡의 기억 속에서 한 가지만큼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주택이라는 정책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할지라도, 혹은 권력이 남용돼 호되게 공격받더라도, 지난 시간을 통해 내재화된 내공, 필요성, 가치를 통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문제의 뚜렷한 솔루션이 제시되지 못하는 가운데, 입주자가 실제로 만족하며 살고 있으니 필요성을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된다. 공기업 독점의 공공주택의 한계는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고, 거버넌스를 통해 주택 정책을 풀어나가는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도 사회주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빠르고 급격한 성장은 어렵더라도 결코 멈추지 못할 정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세입자들이 힘을 모아 국회 앞에 농성장까지 차렸지만,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는 폐지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마을미디어 사업은 일방적인 종료가 결정되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주택재개발 시 의무화되어 있는 임대주택의 최소 비율인 15%마저 10%로 낮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고작 15%뿐인 세입자의 권리 중 1/3이 증발할 것이다.

추운 겨울일수록 따뜻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사회주택은 바로 그 보금자리를 짓는 주체로서 열악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경제와 시민사회 전반의 안전한 울타리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전만큼은 사회주택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전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집이 있다면, 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봄이 다가올 때까지, 사회주택의 질긴 역량을 보일 때가 됐다.

* 이번 칼럼을 끝으로 <사회주택에 삽니다> 코너를 종료합니다. 그동안 본 칼럼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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